* 이 기사는 4년 103일 전국 유랑길 가는 둥굴이 박성수님의 홈피(둥글이 세상 http://howcan.or.kr)를 찾아들었다가 당당뉴스 운영자가 발견한, 필자가 최근 벌교를 지나면서 만난 분들과의 며칠간의 기록들이다. 웬 걸 장연승, 김종원, 김명중 등등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필자가 묵었다는 벌교원동교회는 당당뉴스 운영자가 과거 8-9년 전에 11년 동안 목회 했던 교회이기도 하니 반가움이 앞섰다. 필자의 허락을 얻어 기사화한다.

11월 25일 벌교에서

원래 벌교는 군소재지 지역이 아녀서 그냥 지나쳐 갈 지역이었고, 스티커 공수계획이 없기 때문에 일정에 들어갈 일이 없을 지역이었지만, 좋은 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주 색다른 의식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에 기록함.

벌교에 머무르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제석사 스님이 벌교의 원동교회 장연승 목사님을 소개해주셨기 때문이다. 종교는 다르지만 두 분들은 서로 소통하는 사이였다.

제천사 스님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아서 오기는 했지만, 노숙생활을 하면서 거지 박대하기를 밥 먹 듯 하는 교회에 대해 워낙 불신감이 증폭되었는지라, 약간의 회의감을 가지고 원동교회에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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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교회 전경]

교회에 들렀더니 목사님과 사모님이 두 말없이 쉴 곳의 위치를 알려주시고 아이들 공부방겸 컴퓨터실에 묵게 해주셨다. 이 방은 나무 보일러를 때는 방으로 온돌방의 따스함이 방안의 공기에서부터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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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교회 공부방 - 작은 교회에 아이들 공부방이 두 개나 있었는데, 하나는 방과 후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었고, 이곳은 그냥 아이들이 아무 때나 와서 사용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자연스럽게 개방된 공간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와서 교회 마당에서 놀다가 들어와서 컴퓨터 하다가를 반복했다.]

목사님은 볼일 보시다가 8시가 넘어서 들어오셨다. 사실 교회 목사님들이 권위적인 분위기를 풍겨대서 상당히 불편한 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장연승 목사님은 전혀 그런 분위기를 풍기지 않고 있었고, 교회 문제에 대한 실랄한 비판-반성의 입장이 있었다.

그의 그러한 문제의식은 종교 간의 소통을 가능케 했기 때문에 제석사 관일 스님과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성탄절에는 관일스님이 원동교회로 선물을 싸들고 와서 예배를 보고, 석가탄신일에는 장연승 목사님이 선물을 들고 제석사로 들어가서 법회를 함께 드린다고 한다. 종종 만나서 차도 한잔씩 하시는데, 참 멋지고도 이상적인 관계인 듯하다.

그는 석일스님과의 관계를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동양중과 서양중'이라고 묘사했다.

장연승 목사님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밤에는 ‘엘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환경위기를 경고하는 영화를 함께 봤는데, 도란 도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저녁에 두 시까지 차를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세상을 보는 관점과 문제의식이 비슷해서인지 많은 것이 통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1월 25일 토요일

이날은 장연승목사님과 태백산맥 문학기행을 했다.

운동권출신 목사인 그는 사회에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진 만큼 소설 태백산맥에서 다뤄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여러 곳을 구경시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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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방죽 : 이곳은 일본인 중도의 이름을 따 붙여진 간척지 방죽의 이름이다. 중도라는 사람은 일제 강점기 실존 일물로 소설 태백산맥에서는 간척지의 방중을 쌓던 때, 그 어렵고 뼈빠지게 힘들었던 일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워따 말도 마씨요, 고것이 워디 사람 헐 일이었간디라, 죽지 못혀 사는 가난헌 개 돼지 겉은 목심덜이 목구녕에 풀칠허자고 뫼들어 개 돼지맹키로 천대받아 감서 헌 일이제라. 옛적부터 산몬뎅이에 성 쌓는 질을 심든 부역으로 쳤는대, 고것이 지아무리 심든다 혀도 워찌 뻘밭에다 방죽 쌓는 일에 비허겄소... 하여튼지 간에 저 방죽에 쌓인 돌뎅이 하나하나, 흙 한 삽, 한 삽이 다 가난한 조선사람덜 핏방울이고 한덩어린디, 정작 배불린 것은 일본눔덜이었응께, 방죽 싼 사람들 속이 워쨌겄소.’ / 현재 벌교의 주민은 만여명 정도인데 중도 방죽을 쌓을 때는 인구가 7만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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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태백산맥 속에 등장하는 기독교사회주의자 서민영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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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중요인물인 현부자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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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이 산으로 막혀 있어서 사회주의적인 지역공동체를 실현했던 투쟁지였던 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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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중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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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회관을 설명하는 표지 - 벌교 읍내에는 소설태백산맥과 역사적 의미가 맞닿아 있는 건조물 앞에 이렇게 표지판을 세워놓음으로 문학기행을 특화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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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벌교에서도 수억원을 들여서 현재 태백산맥 문학관을 짖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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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 꼭데기 정자에서]

장연승 목사님은 태백산맥 문학속의 의미 있는 곳을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그렇게 곳곳이 설명해 주시고는 마지막으로 벌교가 내려다 보이는 산꼭데기 정자에서 앞서 거쳐 왔던 곳들을 하나 하나 손가락으로 짚어주시면서 ‘총정리’까지 해 주셨다.

일제시대 때와 해방 후 그리고 625를 거쳐 우리의 민족사에 빚어졌던 많은 사건들을 진심으로 가슴 아파 하면서 그로 인해서 꼬여진 매듭을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심하는 분이었다. 그는 참으로 따스한 인간미가 느끼는 분으로서 인간에 대한 진지한 정성을 가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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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승 목사님 낙안읍성을 구경시켜주시면서]

  11월 26일 일요일

[일요예배]

원래 이날 출발하려고 했으나 하루 더 쉬면서 예배를 봤다.

장연승 목사님은 성경말씀을 낭독하면서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말투의 성경번역본과 함께 부드러운 어투의 통합번역본까지 함께 봉독함으로 인해서 자칫 ‘성경의 형식적인 권위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시고 있는 듯 했고,

‘원불교교단’에서의 종집사 선출 문제와 관련해서까지 다루시면서 종교간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시도하셨다.

원불교 종법사 선출 문제와 관련한 이야기는 이렇다. 원불교의 최고의 권력기관인 종집사 승계의 모범성은 94년에 종집사를 맡으셨던 분이 그야 말로 완전한 헌신의 마음으로 종집사직을 내려 놓고 그야 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검소한 삶으로 되돌아 감으로 인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56세 먹은 분과 88세 먹은 분이 종집사직을 놓고 선거를 했는데, 56세 먹은 분이 선거에서 이겼다고 한다. 이러자 88세 먹은 분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새로 종법사에 뽑히신 분을 향해서 ‘오체투지’(온 몸으로 엎드려 인사를 하는 것)을 함으로 그에 대한 복종의 뜻을 보였고 이에 감동한 신도들이 눈물을 흘렸다고한다. 

장연승 목사님은 이런 얘기까지를 거침없이 하면서 예배를 풀어 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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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전경]

신도들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정과 교회가 참 복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설교의 말씀을 들으시는 사모님이 목사님의 설교가 재미있다고 시시때때로 웃으시는 것이다. 

참으로 화목한 분위기로 예배가 시작되고 마무리 되었다.

교회의 신선한 분위기로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위로의 시선을 가진 루오의 작품 그림이 교회에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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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승 목사님의 인간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듯한 루오의 그림]

[술과 인생]

저녁에 장연승 목사님의 동생 장재승 형님, 김명중 목사님, 순천에서 목회하시는 형님과 함께 굴을 구워먹었다. 장재승 형님은 컴퓨터 가게를 하면서 취미로 산을 좋아해서 ‘심마니’를 하고 있는데, 상황-영지 버섯은 물론이고, 산삼도 꽤나 많이 캔 분이셨다. 참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였다.

김명중 목사님은 부천에서 목회를 하시는 분으로서 대화 중에 갈등과 반발이 없도록 다른 사람들 하는 얘기를 시종일관 잘 들으면서 떠 안고 있었고,

순천 목사님은 재승이 형님과 친구로서 그리고 좌우 두 목사님을 형으로 떠 받치면서 분위기를 맞춰주고 계셨다. 이들의 담소는 새벽 네 시까지 이어졌다.

재미난 얘기들이 상당히 많아서... 그리고 명중이 형님께서 내가 얘기하는 실존적 삶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함께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었다.

11월 27일 월요일

[ 납 치 ]

새벽에 늦게 잠을 들다 보니, 아침에 순천으로 출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밤새 자리를 같이 하면서 ‘엮어진’ 관계가 있기에 그들과 함께 따랐다.

순천 목사님은 가시고, 재승이 형님과 김명중목사님, 장연승목사님이 열시 경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목욕탕을 갔다.

멀리 갈 일도 아니기에 허름한 차림으로 쓰리 빠 끄시고 차에 올라탔다.

낙안온천을 갔는데, 목욕탕에서 거추장스러운 수염도 깍아 버렸다.

목욕 마치고 돌아오는데 재승이 형님이 지리산 쪽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것이다.

장연승 목사님은 교회에 볼일 때문에 한참을 재승이 형님과 실경이를 하다가 교회 앞에 내려졌고, 나도 그 참에 내려서 다음날 떠날 생각으로 이것 저것을 좀 정리하려고 했는데, ‘납치되다 시피 해서 함께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것이 다음날 저녁까지의 기나긴 여행길로 이어질 줄이야 ㅠㅜ)

이 사이에 참 재미나고 독특한 일이 많이 있었다.

원래 디카를 들고 다니면서 장면 장면을 찍는 것이 내 습관이었지만, 이날은 목욕탕에서부터 납치당해서 끌려 당하는 상황여서 ㅠㅜ 그 후 다음날 저녁때 까지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연승목사님은 볼일 있다고 빠지시고, 심마니 장재승 형님, 김명중 목사님과 함께 지리산을 차를 타고 둘렀다.

20대 초반부터 산타기를 해와서 현재는 전문가가 되어 있는 재승이 형님은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산세를 살피면서 ‘저 나무는 뭐고 저런 나무 주변에는 어떻고 저떻다’는 얘기를 쉴새 없이 해 주셨다. 산과 식물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지라,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 산 사나이 장재승 ]

지리산 전후좌우를 삿삿이 뒤지면서 약초며, 버섯이며, 산삼이랑을 캐고 다녔던 전력을 소개해주는데 입이 쩍 벌려질 지경이었다. 지리산 뿐이 아니라 좌우지간 한국의 왠만한 산은 다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통하는 산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친분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모녀가 슈퍼를 하는 집에 들렸는데, 지리산에서 나온 콩과 도토리로 두부와 묵을 해서 주셨는데 참 맛있게 잘 먹었다. 두 번째 만나는 것이고, 그분들과 1 년만에 다시 본다는데 마치 친한 동무를 보는 것 처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했고, 그분들이 차편이 없어서 좀 떨어진 읍네까지 짐을 실어서 갔다 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당연히’ 해줄 정도였다.

오는 길에는 ‘약초’로 반찬을 만들어서 약초정식을 만들어서 파는 어느 가게에 들렸는데, 그분들도 재승이 형님을 사위 맞듯이 맞아 주시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만도 했다. 재승이 형님은 ‘심마니’ 생활을 그야 말로 ‘욕심없이’ 하다 보니 각종 약초와 버섯, 산삼을 캐고도 마음이 흔들림 없이 그에 초연히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산사람으로서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욕심까지 (물론 캐서 먹을 욕심은 좀 있다만은...) 버린 그를 다른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여간 ‘독특한 세계’와 ‘관계’가 지리산을 주변으로 그렇게 펼쳐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약간의 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재승이 형님은 지리산의 구룡폭포를 데리고 가셨는데, 아기자기하게 굽이쳐 휘어 흐르는 그 물살이 마음을 시원하게 쓸어 내려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차를 탄체였지만, 12시경부터 시작된 산행이 지리산을 삥 돌고 다시 거슬러 오르고 하면서 저녁 10시 경에 끝났다.

물론 이것은 끝이 아니었고, 새로운 시작이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영화대사.)

[ 곡성군현정교회 김종원 목사님 ]

하루 종일 끌려 다니다가 저녁 10시경에 만난 분은 곡성군 현정교회라는 곳의 김종원목사님이었다. 우리는 이분 댁으로 가서 또 차 한잔 하면서 또 이분에 의해서 새롭게 제기되는 관점의 문제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김종원목사님 역시 운동권 출신 목사님으로 과거 다니던 학교의 학생회장까지 하면서 참으로 투쟁력있게 활동을 해 오신 듯 하다.

하지만 이 분은 시대가 바뀌었기에 그에 맞는 수준에서 운동을 해야 하지 않는가에 대한 회의로 시골교회에서 공동체운동을 하시면서 차분히 지반을 다지고 계셨다.

교회의 어려운 운영 상황을 보충하고자, 막노동 판에서 ‘하스리’(건물 부수는 일)을 4월달부터 해 오고 계셨단다. 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이분은 자신이 목회하는 곳에 좀 떨어져서 큰 교회가 있다는데, 마을 내에서 자신의 교회로 걸어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분들은 그 교회차가 운행이 되니 그 교회를 다녔으면 하는 심정을 비추시면서 마음 비운이로서의 넉넉함을 보이셨다.

이곳 현정교회라는 이름은 교회 바로 앞의 ‘현정’이라는 정자에서 이름이 비롯되었는데,

11월 26일자 ‘주보’에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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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내려오는 불교설화를 받아들여 교회 이름을 지었을 만큼 문화인류학적으로 대담한 개방성을 가진 목사님의 면모를 보여주는 주보]

현재 김종원목사님의 현정 교회와 연결이 되어서 바로 옆에 지어진 지역의 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는 지역 공동체에 뿌리 내린 자연주의적이고 인간적인 소박한 삶을 묵묵히 실천하는 길만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장연승 목사님이 앞으로의 운동의 방향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삽하나 들고 시골로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돼!’라고 전날 허공에다 대고 비꼬신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초점이 김종원 목사님을 향하고 있는 듯 하다. / 관점이 상당히 다른 듯한 두 양반)

[ 논쟁 ]

그런데 말씀 도중에 운동의 방향성을 말씀하시면서, ‘새만금’과 ‘핵폐기장’ 투쟁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과격한 투쟁’은 바뀐 시대와 맞지 않고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조직의 동력’이 그 수준 밖에 안됨으로 어쩔 수 없이 이슈를 만들어 내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그러한 강력한 투쟁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말씀 드렸다.

설득하고 알리고, 동조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에 들어가는 엄청난 ‘기간’과 ‘힘’을 충당할 수 없기에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도 끄자는 심정으로 그렇게 힘으로 하는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더군다나 정치권과 이권세력들은 갖은 행정적인 술수를 쓰고, ‘행정깡패’까지 동원해서 소수의 투쟁단체들을 억누를 뿐만 아니라, 새만금 반대-핵폐기장 반대측의 평화적인 간담회, 설명회 방해를 하는 이유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가뜩이나 ‘언론’마저도 현실을 교묘히 조작함에야...

물론 내 주장은 이러한 격한 투쟁 방식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었다. ‘이상’은 그렇게 공동체적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아래로 부터의 변화’를 실천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는 하여야지만, 현재의 시대적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그러한 ‘투쟁적인 접근’이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관점을 말씀드렸다.

김종원목사님은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100년을 내다보고 활동을 해야한다고 말씀 하셨고, 나는 이에 대해서 그렇담 지금 당장 놓여진 사안은 처리하지 않고 100년 후만을 생각해야하냐고 말씀 드렸다.

특이나 시민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의 힘보다 자본과 권력을 취하기 위해서 교묘히 진실을 왜곡하고 시민단체들을 억압하는 조직들의 힘이 월등한 이유로 아무리 시민활동가들이 김종원목사님의 말씀 처럼 노력을 한다고해도, ‘그들’은 교묘히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시민들에게 왜곡된 현실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것임으로 필연적으로 그 지점에서 ‘투쟁적인 활동’이 어느 정도 필요해 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차 있는 ‘자본과 권력’을 (비이성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인륜을 무시하면서)쫓으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가 된다.

문제는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반 시민들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반 자본-권력적 시야’에서 지역 공동체를 일구면서 그것을 주변 사람들이 보고 ‘알아서 깨우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문제는 끝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자본과 권력을 틀어쥔 세력’들에게는 일반 시민들이 ‘반 자본-권력적 시야’를 갖는 것 자체가 그들의 존재 방식 자체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민’을 사이에 놓고 교묘한 ‘현실왜곡’을 실행한다. 어떤 때는 시민단체가 하는 주장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어떤 때는 그 주장들을 교묘히 역이용함으로 인해서 현실을 왜곡한다. 문제는 그 ‘자본과 권력’의 힘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왜곡되는 현실의 크기가 거대하다는 것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반 자본-권력’적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은(모범적이고 실천적인 공동체 운동) 이러한 이해를 증진시키기를 원하지 않는 세력들의 교묘한 작용이 있음으로 인해서, 단순히 ‘시민’들을 대상으로만 특정 이데올로기를 제공해야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교묘히 왜곡하는 세력과의 투쟁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각기의 인간’(의식)과 ‘사회’(구조)의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김종원 목사님이 말씀 하셨던 바대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만 ‘지역공동체운동’을 전부로 여길 것이 아니지는 않는가라는 반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필연적으로 자본과 권력을 대변하는 세력과의 투쟁적인 활동도 인정하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천적인 지역공동체 운동을 하는 분들은 투쟁적인 활동을 폄하하는 모습을 늘 보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투쟁적인 활동을 하는 분들은 지역에 내려가 공동체 운동을 하는 이들을 이상에만 파묻힌 사람이라고 폄하한다. - 이 사이의 소통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참 중요하리라.)

- 투쟁활동을 지양하고 공동체 실천운동을 해야하는 증거? -

투쟁적 활동에 대한 무턱댄 반감을 갖고 공동체 운동의 중요성만을 주장하는 분들이 ‘그렇게 온건한 공동체 운동만 해야하는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드는 ‘증거’가 있다.

그것은 ‘어쨋튼 과거에 비해서 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았는가?’라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운동의 방법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이해는 아마 조중동이 퍼트린 것 같은데 그 관점을 운동권 내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흡수하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세상이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라는 얘기를 하지만, 과연  어떻게 좋아졌는가?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어서 조금 세상이 나아져 보일 뿐... 실지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더욱 지독한 그 무엇이 들어차게 되엇서 더욱 부자유스러운 것이 아닌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실지로 과거 민주화 투쟁 시절에 비해서 인간성은 메마르고 ‘자본과 권력’에 대해 맹목적으로 지향하는 눈먼 시민들이 더욱 폭넓게 뿌리 깊게 존재하지 않는가? 이러할 진데, 소비하는 재화의 양이 늘어 남에 따라 극빈자들의 손에 쌀이 몇 포대씩 더 돌아가고, 비새는 지붕이 수리된 것 빼고는 나아진 것이 없는데, 도대체 무엇이 세상이 좋아졌다는 근거인가?

또한 [인권문제와 정치-사회적인 판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겉으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처럼 보이는 만큼, 교묘하게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우리의 머릿속에 침투해서 더 광대한 지반에서 이 사회가 처한 문제의 근본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외부의 적’들에 대해서 명확한 관점과 집중된 힘을 가지고 투쟁할 수 있었던 과거는 그래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너도 나도 ‘어떻게 세상의 문제를 풀어야 할 지’ 그 확신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당연하다. 그 ‘문제’가 ‘외부’(사회구조/군부독재세력)에서부터 ‘내부’(의식의 문제)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문제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왔다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이들은 큰 실수를 하게 된다. 물론 그들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사실(사회구조적인 부조리가 시민의 내부로 침투해 들어와 있다는...)을 미리 간파한 행운아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그러한 부조리를 시민들에게 주입하는 세력에 대한 이해를 놓쳐 버리는 일이 발생하곤 하는 듯 하다. 

결국 ‘탈정치화 된 활동’에 촛점을 맞추면서 근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찬 자본과 권력의 의식을 빨아내기 위한 모범적이고 실천적인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선구자적인 활동임에는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활동은 ‘견제세력’의 직접적인 반발이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식속에 맑고 밝은 것이 자리할 기운을 북돋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과 권력을 쥔 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에 대응한 ‘교묘한’ 무엇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의 사실을 간파해야한다.

우리는 그 내부(의식)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공동체 운동 등)을 끊임없이 연구/실현함과 동시에 그러한 내부의 문제를 교묘하게 재생산 시키는 보수언론 / 자본-권력자들과의 ‘투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여간 이런 저런 나의 개인적 주장과 김종원 목사님의 연륜있는 말씀이 서로 충돌했다가 합쳐지곤 하면서 새벽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자리를 여관으로 옮겨서 ‘운동의 방향성’ 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몇마디 더 나눴는데, 모두들 피곤한 상태여서 곧 잠에 들었다.

11월 27일 화요일

[ 관음사 스님 ]

이 날 오전은 김종원 목사님, 김명중 목사님, 재승이 형님과 함께 ‘관음사’라는 절을 찾아 갔다. 김종원 목사님이 친분을 가지고 있었던 스님인데, 오랜만에 찾는 길이란다.

곡성의 어느 산골짜기를 조금 돌아가니 널따란 공터에 일곱 여덟체의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짜임 있게 세워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이곳 저곳 두리번 거리면서 건물 구경을 하고 있으니, 주지스님이 걸어오셨고 우리는 손님을 접대하는 방에 들어갔다.

거기에 ‘비구니스님’ 한 분과 스님과 말씀을 나누러 온 여사님들 두분, 그리고 다른 절에서 말씀을 나누기 위해서 오신 스님 한분이 동석했다.

자리에 앉아서 여느 절간에서 하던 것과 같이 스님은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시고 그것을 우리에게 돌리셨다.

많은 분들이 앉아 있었던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김종원목사님과 주지스님은 서로 간에 권위의식도 없고, 종교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함께 입을 맞췄다는 듯이 예배할 때와 법회 할 때, 목사와 스님들만 나서서 혼자 ‘강의’할 것이 아니라, 신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하셨고, 그 지향점은 정신의 해방에 두워야 하는 점을 공유하셨다. 그들은 서로 교통은 하되 섞이지는 않는 (섞일 필요가 없는)‘종교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하셨다.

김종원 목사님은 지역에 그러한 문제를 비롯한 ‘공동체’ ‘삶’의 문제에 관심가진 서 너분이 모여서 모임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주지스님께 모임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에 긍정적으로 답변하시고 계셨다.

특이한 점은 말씀을 나누시는 중에 김종원목사님은 어렸을 때 ‘절에 다녔던 이야기’를 하셨고, 이에 질세라 관음사 주지스님은 어렸을 때 ‘교회 다녔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절묘한 종교 간의 소통이 가능할까...  

여기에 김명중 목사님과 재승이 형님과 두 분 사모님, 관음사의 비구스님, 다른 절에서 잠깐 오신 스님의 말씀이 적당한 때마다 섞였다.

함께 자리를 하셨던 스님은 실천은 않고 기도만 하는 이들에 있어서는 ‘그들의 혓바닥만 천국에 있다’는 재미난 말씀을 해 주셨다.

두 세시간 정도 이야기가 계속 되었는데, 참으로 의미있는 자리였다.

[ 김명중 목사님 ]

말씀을 마치고 광주로 향했다. 광주역에서 서울에서 목회하시는 분(역시 운동권출신 목사님)과 대북문제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그분의 친구 분이 오시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 목사님과 친구 분 역시 호탕하고 사람 좋은 분들이었는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신 분이셨다. 그분들과 조우한 후 근처 식당에서 밥을 시켜 먹고 곧바로 ‘벌교’로 향했다.

벌교로 향하면서 나머지 분들은 모두 재승이 형님의 차를 탔고, 김명중 목사님과 나만 트럭을 함께 타고 왔다. 이는 김명중 목사님이 할 말씀이 있는지 나랑 함께 타고 가자고 먼저 자리를 편성했기 때문이었다.

곡성까지 가는 30여분 정도의 거리에 상당히 심도 깊은 얘기를 해 주셨다.

이틀 전 장연승 목사님과 말씀 나눌 때도 그냥 조용히 듣고만 있는 수준이었고, 하루 전에 김종원 목사님과 말씀 나눌 때도 역시 거의 듣고만 있는 수준이어서 원래 듣기만 하고 말씀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신 줄 알았는데, 그것은 ‘때’를 기다렸던 것이었던 듯 했다. 

김명중 목사님은 내가 김연승 목사님과 김종원 목사님과 말씀 나눴던 사안에 있어서의 중심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거론하시면서 내 입장을 다시 들었고, 그에 맞춰서 내 가치를 좀 더 명증한 지반 위에 올려주시는 자극을 주셨다.

나름대로 사람을 접해 보니 영적인 문제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연결시키는 사람들은 꽤나 있다. 하지만 김명중목사님 처럼 그 이해를 ‘다른 사람에게 적절하게 이해시키는’ 사람은 거의 못 본 듯 했다.

그는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개념’ ‘논리’를 하나 하나 신중히 들어서 짚으면서, ‘반면교사’들을 잘 관찰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습’(아마 병의 원인이 되는 그것의 의미를 가진 단어인 듯 한데 생소히 듣는 표현이라 무슨 말인가 했다.)을 잘 살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전투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상대방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문제의 근본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주시면서 상대방과 대립각이 세워지면 상대방은 ‘단젼을 찾아내려고 하면서 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에 우선 포용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지적을 해주시면서 나의 ‘공격성’을 우려를 해주셨는데, 내 자신 역시 스스로 공격성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고, 그것을 해결해서 상대방과 생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한 ‘필요성’을 김연승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그에 동의했다. 

이렇다 보니 그 전까지 작년 핵폐기장과 새만금 건 관련해서 제 인권을 위해서 벼라별 술수를 쓰면서 나섰던 이들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한순간에 ‘털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생각’으로는 그렇게 해야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적당한 ‘명분’과 ‘계기’가 없었고, ‘자존심’의 문제가 끼어 들고 있어서 털어지지가 않았지만, 목사님과 말씀을 나누는 중에 그것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내가 그 문제를 내려 놓음으로 인해서 내 마음은 편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지껏 지역에서 ‘그 짖꺼리’를 해오면서 자신의 이권을 취해왔고, 그나마 나 같은 사람들이 달라 붙어서 짖어 댔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을 좀 둔화시킬 수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내려 놓음으로 인해서 그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서 움직일수 있는 ‘자유’를 얻지 않았는가? => 물론 이에 대해서는 내가 그 문제를 완전히 내려 놓을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따스한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내 힘을 우회시키면 될 듯하다. 그게 적절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아닌지는 의문이지만)

하여간 영적인 문제를 풀어냄에 있어서 그렇게 개념적으로 논리적으로 명증한 지침을 줄 수 있는 분을 찾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껏 해야 감상적인 차원에서 (상대방의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덕담' 수준의 얘기를 좀 해주던지, 아니면 '영'이 빠진 사회구조적인 문제만 실랄하게 파헤치곤 하지만, 김명중 목사님은 분명 달랐다.

하여간 좋은 이해와 자극을 그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목사님은 말씀을 해주시는 중에, ‘성수 너’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씀을 워낙 자연스럽게 대해주셔서, ‘재승형님’ ‘장연승목사님’과 더불어 앞으로 ‘형님’ 먹기로 했다.

[ 생일잔치 ... ]

벌교에서는 벌써 ‘판’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과거 운동을 함께 하면서 생사고락을 했던 ‘동지’의 생일을 맞이하여 취미로 섹스폰 - 기타를 치시는 분들이 흥을 돋우면서 모두들 거하게 취해서 동료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었다. 모두들 손에 손을 잡고 생일축하 노래를 모두들 해 주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먼저 빠져 나와서 묵고 있는 숙소인 아이들 공부방에 들어와서 자료 정리를 좀 해댔다.

11월 28일 수요일

[각자의 길로...]

아침에 재승, 명중, 연승 목사님/사모님과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이곳에 묵었던 내내 늘 그랬듯이 안방에서 상을 놓고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오니, 재승-명중이 형님이 인천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는 중에 명중이 형님은 길을 가면서 ‘습’을 털어 내라고 지나치듯 말씀해 주셨다. 재승이 형님으로부터도 명함을 받아 챙기고 이들을 우선 보냈다.

그리고 연승 목사님과 사모님과의 작별을 고했다. 사회인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하고 역사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고 살며 풍겨 내는 인간적인 면모가 매력적인 장연승 목사님과 몇 일 그렇게 함께한 시간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아이들 공부방에 아이들 볼 수 있는 책과 함께 편지를 한 장 남겼다.

만물의 영장임에도 불구하고 까치와 경쟁을 해야만 하는 비루한 인생에 대해서 기도 좀 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교회 안뜰 감나무의 두개 남겨져 있던 한 개의 까치밥을 하나 따서 배낭에 챙김으로 인해서 두개 남겨져 있던 까치밥 중에 하나가 떨려 나감으로 인해서 영 보기가 사납다는 것에 대한 ‘참회’? 의 내용... 그리고 다음에 뵐 때는 형 동생으로서 지내자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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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교회 정원의 감나무 두개 달려있던 까치밥 하나가 둥글이에 의해서 강탈당하고...]

이 몇 일간 만나 뵈었던 목사님들은 운동권 출신으로서 모두가 겸손하고 검소하고 가식이 없는 분들이었다.

아마 그것은 그분들 자신들이 올 곧게 바로 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스승 이현주 목사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이현주 목사님에 대해서는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감리교 목회를 하는 목사님들 사이에서 서로간의 위치를 알아보려는 일환으로 누구 밑에서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오갈 때, ‘이현주목사님’으로부터 사사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곤 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현주 목사님 본인에게 ‘누구 누구가 목사님 밑에서 배운 제자라고 합니다. 그를 아십니까?’라고 신분확인을 요청해 올 때, 그는 ‘나는 그런 제자 둔 적이 없습니다’라고 하며, ‘다만 그와는 같은 길을 갈 뿐입니다’라고 답변을 하신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이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이분들을 만났음으로 인한 기쁨 자체만이 아니라, 이분들을 만나뵘으로 인해서 과거 기억속의 어둡게 남아있었던 나의 일면과도 올바로 만날 수 있었기에 너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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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된 개와 그 개의 집 - 이 웅장한 벽돌개집은 { ‘미안하고 감사하고’를 읊는 장연승 목사님이 좋아하는 한 선배님}이 지어주신 것 - 폭풍 불어와서 그들이 살고 있는 허름한 집이 날라 가려고 할 때는 모두 이곳으로 대피해야한다는 긴급대피지침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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