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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관계가 끝간 데 없는 치킨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개성공단을 놓고 벌어진 1차 샅바싸움은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이상한 무승부로 끝났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만 골병이 들었다. 이 와중에 서로에 대한 진실게임이 2차로 진행되었고 표면상으로는 조선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여전히 전리품 없는 승리로 끝나버렸다. 북측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잔여임금을 결산하면서 완제품 및 자재를 반출하기 위해 기업인들이 다시 개성을 반문할 수 있다는 내용을 최후로 철수한 인사들에게 밝혔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에 대한 내용이 청와대로까지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어쨌건 북측은 반출 허용에 대한 입장을 명시하였지만 남측은 그것이 당국 간에 오간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분명히 북측이 유화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고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단초가 될 여지는 있었다. 결국 남측에서 북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내세우면서 버티고 있지만 괜한 고집이라는 비판적 입장도 적지 않다.
최근에 북측은 민간교류의 일환으로 6.15 기념대회를 개성에서 열자고 남측위원회에 제안했다. 민간의 입장에서는 꽁꽁 얼어버린 정국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북측의 긍정적인 신호도 읽을 수 있었다. 6.15 대회가 개성에서 열리면 자연스럽게 개성의 문이 열리고 기업인들도 다시 방문하여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며 북의 의중이 어느 정도는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측 통일부는 6.15 대회의 개성 개최를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고 협의를 위한 방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못박았다. 그 이유로 든 것이 북측의 선동으로 남남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북에서는 당국자도 함께 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은근하게 당국자 간의 만남을 우회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럼에도 남측은 여전히 당국자 간의 정식적인 회담을 제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매우 신속하게 밝힐 뿐이다. 이런 통일부의 신속한 입장에대해 북측은 조목조목 반박하였다. 여기까지가 현재의 상황이다.
이런 일련의 매우 신속한 핑퐁게임을 보면서 한 가지 느끼는 것은 북측은 비교적 공을 오래 갖고 있는 편이지만 남측은 공을 받자마자 바로 쳐낸다는 것이다. 그 말은 북측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남측의 제안을 뜯어보고 전후좌후를 재보면서 대응방안을 고민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측은 북측에서 제안이 있다 해도 그에 대해 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응답을 하였다. 북측의 제안을 연구할 것도 없이 그저 ‘당국 간의 회담의 자리로 나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저런 루트와 매체를 통해 밝히는 북측의 제안은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오로지 공식적인 당국 간 대화채널 이외에는 가동하지 않겠다면 ‘빨리 나오라’고만 재촉하고 있다. 북이 무슨 소리를 하든지 그것은 모두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전술이며 궤변이라고 치부하면서 당국자 대화를 하자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은 북측이 보여주는 유화적인 태도에 만족하지 않고 기어이 북의 무릎을 꿇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너희가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가 주장하는 것에 따르지 않으면 듣지 않겠다는 태도인데 과연 이런 태도가 남북관계 해결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이다. 그런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살릴 생각도, 남북 간에 평화적인 대화도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두 국가 사이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지금 남북의 관계를 보면, 특히 한국이 조선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존중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고 기어이 무릎을 꿇리고야 말겠다는 고집만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고집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을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 국가적인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데 말이다. 그리고 조선은 국가적 자존심 하나로 서방 강대국의 포위를 60년 넘게 버텨온 국가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국면이 조금 더 진행된다면 그 결말은 파국이나 대결, 욕설이 난무하는 비방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최근 며칠 동안 한국의, 통일부의, 청와대의 대북 발언은 매우 도발적이었고 자극적이었다. 조선의 방식으로 했던 제안은 외면하면서 당국자 회담으로 나오라고 하지만 언론을 통해 발설되는 것은 조선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다. 정말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인지, 대화를 할 생각은 있는지, 그 과정을 위한 로드맵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의 정체와 내용이 궁금하다. 국민, 민족의 전체 생사가 달린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오로지 정부가 틀어쥐고 일방의 주장에만 맞출 것을 강요한다면 그 정부가 과연 민주적인 정부이고 헌법적인 정부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통일부와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좀더 포용적인 입장에서 조선을 바라보고 그들의 눈높이에도 어느 정도 맞춰주기를 바란다. 상대방이 조금 고개를 숙일 때 이쪽에서 대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못이기는 척하면서 받아주든지 더 화를 내면서 상대방을 면구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에 따라서 화해를 하든지 철천지 원수가 되든지가 결정된다. 지금 한반도의 문제는 한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 모두의 안위와 평화를 위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