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정회원 11년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담임목회자의 자격으로 혹은 기관파송 목회자의 자격으로 연회에 참석해 왔다. 최근 은평교회에서 열린 서울연회에 참석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감리교회의 장정이 얼마나 허술한가 하는 것이다. 어쩌면 법을 지키는 사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열린 연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들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연회의 개회예배가 끝나고 회무를 위한 개회선언을 하고 회원점명을 하면서부터 바로 복잡해졌다. 바로 회원권의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담금을 내지 않은 교회의 구성원들에게 회원권을 주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서울연회는 연회개최일 전까지 부담금을 납부한 이에게 연회회원권을 주기로 하고 개회되었다. 부담금이라는 것이 참 복잡하다. 개체교회가 본부에, 연회에, 지방에, 은급부에 직접 내는게 맞지만 대개는 지방회계가 수거하여 용도별로 나누어서 납부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회계의 실수나 고의로 인해 본부나 연회에 송금이 제 때 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역시 회원자격이 박탈된다.

이럴 경우에는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물론 무권대리라는 기발한 구제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장정에는 따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은 것 같고 단지 실행부위원회의 결의와 행정책임자의 추인으로 구제해 주는 제도로서 매년 지난해의 문제들을 반복해서 무권대리 추인해주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연회원권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이권이 달린 문제여서 중요한 이슈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모든 연회가 다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원칙을 도출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난 총실위에서 임시감독회장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의 위원들이 부담금때문에 회원의 권리를 제한 하는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법은 법이다'라는 논리앞에 아무것도 결의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놓고는 연회 회원권은 연회의 문제이므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종결됐고 급기야 같은 사안임에도 어떤 연회는 회원권을 주고 어떤 연회는 안주는 사태가 일어나게 생겼다. 아마 남부연회에서는 씨도 안먹힐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효율성과 공정성,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공정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일관되지 않게 적용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위 사진은 기사의 논지와 상관이 없습니다.(편집자 주)

연회의 꽃은 안수식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수십 명이 안수를 받았다. 안수를 받는 당사자와 보좌해 주는 감독들과 감리사들, 멘토 목사들이 팔짱을 끼고 나와 무릎 끓고 안수를 받는 장면은 항상 감동적이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면서 잠시 회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우선 얼마 전 서울남연회에서 공익근무와 수련목회자 과정을 동시에 밟은 이가 있던데 자격심사에서 그 수련목의 거취는 어떻게 되었는가 궁금하다. 주위에서 이 이야기가 주제가 되기도 하였는데 대체적으로 공익근무를 하면서 수련목 과정을 밟는 것은 불법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모아졌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입대하여 2년을 지내는 이들과 비교하였을 때 공평하지 않으며 실정법으로도 위법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가수 싸이가 이런 류의 범법을 저질러 재입대를 한 사례가 있어서 더 이상은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는 처지이다. 게다가 감리교회 장정도 목사나 진급 중에 있는 이의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중직 이야기가 나와도 복잡해진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이 생계를 위해서 세속적인 직업을 갖는 것도 장정 상으로는 위법이다. 그러나 교단이 목회자들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도 않는 상태에서 그냥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어쨌건 위법은 위법이고 이중직은 이중직이다. 그렇다면 이중직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눈감아주고 봐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울연회에서 이번에 안수를 받은 이 중에도 이와 비슷한 이중직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현직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 교사직을 유지하면서 수련목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교회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안수를 받고 감리교계통학교인지 어느 학교에 교목으로 가기로 내정이 돼있다는 것이다. 연회는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이 경우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 우선 안수 받은 그 자신의 비도덕성이 문제가 된다. 분명히 그는 이중직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수련목에 지원을 하였고 이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과정을 밟았으며 안수까지 받게 되었다. 요즘 목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소위 목회자 과정을 밟고 있는 이가 삼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지내왔다면 분명 목사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수련목을 개체교회로 파송해준 감리사 역시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으니 탄핵감이거나 시말서 감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수련목이 교회에서 전임으로 봉사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음에도 이름을 걸어준 교회의 목사들에게 있다. 최근 어느 병원에 근무하는 이를 수련목으로 진급하게 해준 일이 발단이 되어 서울의 큰 교회 담임자가 사임에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서울남연회의 경우와 같이 당사자와 담임자, 그리고 감리사가 숙덕숙덕 처리하면 아무도 모를 수 밖에 없다.

아무튼 경우는 다르지만 연회원의 권리가 제한되는 일이 이번 서울연회에서 있었다고 한다. 감리회 최대의 교회 담임자가, 감리사가 주재하는 구역인사위원회의 이임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교역자를 다른 교회로 파송하고 서류상으로는 그대로 그 교회에 남겨두었나본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 "전임으로 사역하지 않는 목회자가 소속된 교회의 담임자와 소속 목회자, 평신도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다"는 조항에 걸려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 당했다는 것이다. 만약 연회 회원권에 대한 문의까지 들어갔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또 하나 문제가 남았다. 안수를 받기 위한 과정과 안수라는 행위가 갖는 긴장이다. 감리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기위해선 3년의 진급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은 분명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안수라는 것은 비록 사람이 머리에 손을 얹고 하는 행위이지만 그 순간 하나님의 능력과 인정이 임한다고 믿고 있다. 이 믿음을 인정하지 않고 목사안수를 “하나님께서 은사로 주신 목사은사들이 발견된 성도에게, 지역교회가 책임지고 검증 및 확인함으로써, 주어지는 하나님의 강권적 은혜(부르심)의 증표”라고 보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안수를 받은 목사의 자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단 하나님의 영역이므로 목사로서는 인정을 하지만 인간의 영역인 정회원권은 제한해야 할까? 아니면 안수 행위 자체를 무효로 돌려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안수는 인정하지만 곧바로 퇴회시키거나 그도 아니면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 은혜롭게 덮어 두어야 하는 것인가? 결국엔 안수라는 거룩한 행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여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까지 망령되게 만들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이번 서울연회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순서가 있었다. 바로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회개하는 선언이 그렇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으니 참으로 대견하고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회에 대한 유감이 남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회원권의 문제와 안수의 문제, 진급자에 대한 관리와 감독의 문제는 결국 감리교회의 대외적 신뢰와 연결된다. 좁은 바닥이다 보니 이런 저런 관계에 얽힌 이들이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면서 적당히 눈감아주거나 모른체 해서는 안될 일이다.

연회를 은혜롭게 잘 치르기 위해 애쓴 감독 이하 연회본부 직원들의 노고는 치하해야 하겠지만 이런 관행들이 정리되지 않고 적당히 ‘은혜롭게’라는 단어의 힘에 밀려 넘어가게 된다면 그 결과는 후대 목회자들의 무덤을 파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깨달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