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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승의 피가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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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네임 : 열린마당 |
2005-09-01 13:42:01 조회: 67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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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피가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가
가인의 제사를 안받은 이유는 피 흘림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참된 회개가 죄를 씻는 길
유성오(kierkeka) kierkeka@chol.com
제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최초의 살인과 함께 등장한다. 아담의 아들인 가인과 아벨이 각각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는데 하나님께서는 아벨의 제물만 열납하시고 가인의 제물은 거부하셨다. 이에 화가 난 가인이 들판에서 아벨을 돌로 쳐죽였다. 왜 하나님은 가인의 제물을 받지 않으신 것인가.
제사는 짐승의 피가 있어야 하는데 가인이 곡식으로 드렸기에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다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가인이 분을 낼 때에 하나님께서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리느니라. 죄의 소원은 네게 있으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라고 하신 말씀을, 피흘림을 통한 속죄라는 전제를 일단 접어두고,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문제의 원인이 가인의 평소 행실에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어서 계속되는 가인의 행동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자신의 제물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동생을 질투하여 죽일 생각을 하였고 이를 진짜로 실행에 옮겼다. 형제간에 재물이나 권력을 놓고 다투는 경우를 요즘도 종종 보지만, 죽이고 싶도록 밉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겠지만, 실제로 죽이는 일은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기에, 가인의 살인 행위를 미루어 가인의 그간 행실이 하나님 보시기에 선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악을 행하던 피 묻은 손으로 바치는 제물이 역겹다고 외치는 이사야의 말씀이나, 하나님께 제물을 드리기 전에 먼저 가서 화해하라는 예수의 말씀과도 잘 부합되어진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사1:18)
이 말씀을 보면 인간의 죄를 깨끗하게 씻을 수 있기 위해 반드시 피 흘림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오라!'는 명령이다. 죄의 용서는 하나님 앞에 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말이다. 하나님께로 온다는 것은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멀어졌던 상태로부터 돌이키는 것을 말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회개다. 죄의 용서는 회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깨끗한 짐승의 피 흘림은 무엇인가. 그냥 회개한다는 말만 가지고는 사실 진정한 회개인지 그 회개가 절실한지를 알기가 어렵다. 회개의 진정성을 드러내고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맹세가 틀림없음을 내보이기 위해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쓰는 것과 같은 결의 의식 말이다. 그런 경우를 염두에 둔다면 짐승의 피 흘림이 회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례로서 선택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가장 깨끗한 짐승을 선택하여 제물로 드리는 것은, 자기가 남의 것을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배로 갚겠다며 참회하던 삭개오의 모습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아끼는 것(가축이나 재물)을 희생함으로써 자신의 회개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짐승의 피를 흘린다는 것은 예수께서 자신의 십자가 희생을 포도주로 상징하시던 마지막 만찬 자리를 생각하게 한다. 예수께서 자신의 희생의 실체를 포도주(붉은 색, 피 흘림)로 상징하여 보여주셨듯이, 우리는 짐승의 피 흘림을 통해 우리가 행한 죄 값의 실체를 재확인하며 고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용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중요한 것은 피 흘림 자체가 아니라 그 피 흘림이 동반하고 있는 회개라고 봐야 한다. 만일 회개가 없다면 그 피 흘림조차도 의미 없는 행위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선지자 이사야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수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수염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나의 가증히 여기는 바요." (사1:11-12)
제물로 바쳐진 짐승은 그 당시 사회에서 개인의 피 같은 재산이었으며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을거리였다. 요즘 자본주의사회의 식대로 바꾸자면 인간들이 끔찍이도 챙기며 혹시 잃지나 않을까 하여 벌벌 떠는 돈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이 가장 애지중지 하는 생활의 필수품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회개를 확인하도록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유목 민족이었기에 제사에 짐승의 피가 등장한 것이지, 짐승의 피만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로서 의미가 있기에 하나님께서 짐승의 피를 요구하신 것은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따라서 가인이 곡식을 바쳤기에 그릇된 제사를 드렸다는 해석은 유목적인 생활 문화만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 여겨진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는 예수의 말씀 역시 회개가 구원을 위한 요청임을 보여 주고 있다. 선각자였던 요한의 세례는 회개의 상징으로서 베풀어진 것이었다. 세례 요한은 그 당시 유대 사회에서, 피 흘림의 제사가 회개의 상징으로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기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회개의 상징의례로서 세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예수께서도 이러한 요한의 길에 동의하셨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물 세례에 성령의 세례를 더하셨던 것이다.
회개하지 않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구속이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도 모든 이의 죄를 씻어주지는 못한다. 십자가의 피 흘림은 오직 믿는 자에게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는 자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회개한 자이다. 따라서 회개한 자만이 구속될 수 있는 것이다. 회개는 말씀에 대한 거역에서 말씀에 대한 순종으로의 삶의 전환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른다는 의미이다. 그 따름은 삶의 실천과 행동을 반드시 포함하는 총체적 순종이어야 한다.
하나님을 믿고 그 말씀대로 순종하는 삶, 그것이 우리의 이상이다. 우리의 입술은 그런 삶을 찬양하고 열렬히 바란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오히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죽이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가인은 아벨을 죽였다. 유대 제사장들은 예수를 죽였다. 바울은 자기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명령)대로 살려는 자신과 이를 거부하고 죽이려는 자신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토로하였다.
우리의 마음은 호시탐탐 예수의 죽임(불신/불순종)을 꿈꾸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십자가는 회개의 눈물을 가져다준다. 그는 메시야로서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주셨다. 죽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그의 피 흘림은 우리가 큰 죄인임을 자각하고 회개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이 바로 의를 죽이고 있음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그가 선포하신 말씀(하나님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믿고 따르지 않는 것이 큰 죄임을 깨닫고 회개하는 자에게는 그의 십자가가 구원의 길이 되지만, 그를 믿지 않음이 큰 죄임을 깨닫지 못하고 회개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십자가의 희생이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2005년 08월 31일 17:03:07 |
2005-09-01 13: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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