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일부터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무림리 사랑방교회 숲속에서는 넉넉한 가을의 자연 그리고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이 전시행사는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종교미술전을 준비한 중학교 미술교사 김한규 집사는 경기도 포천에서 김포공항인근에 있는 자신의 직장까지 매일 다섯 시간을 출퇴근하면서 보내는데 자신은 이시간이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 시간에 수백권의 책들을 읽고 영어독해를 완성시키고 수많은 그림들을 구상하여 오늘의 종교미술전을 열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바꾸어 좋은 열매를 맺는 역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 깊어가는 가을, 종교미술전을 감상하고 자연 속 문화를 나지막히 느낄 수 있는 사랑방교회를 둘러보고 싶다면 사랑방교회 홈페이지(http://www.sarangbang.org)를 방문하여 약도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종교미술전이 열린 사랑방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린 이때에 초대교회 예수 공동체로 돌아가려는 코이노니아적인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사랑방공동체는 ‘감격 있는 공동체 생활, 교육목회의 실현, 선교적인 삶’을 목표로 1984년 4월 29일 서울시 종로에서 설립되어 매번 자연으로 들어가 예배를 드리다가 급기야 1997년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광릉 숲 인근의 무림리라는 농촌마을에 아예 터를 잡아 옮긴 교회다.

▲ 종교미술전이 열리고 있는 사랑방교회 겟세마네 동산의 십자가가 아름답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에 모나지 않게 위치한 서양식 예배당과 소박한 건물들은 주변의 산세와 잘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자연예배공간에 최근 문화를 담으려는 흐름이 일었다. 다름 아닌 종교미술전이 그것이다. 교회적으로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넉넉한 자연 속에서 안식하며 생명과 환경운동에 참여하기 위한 행보인 것이다.

▲ 사랑방교회 쉼터에 마련된 종교미술전 작품, '빛'과 '어둠'이 대조를 이룬다.

사랑방교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야외 미술전은 상업성을 띤 여늬 미술전과 갤러리에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 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박한 작가의 인상과 야외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시환경은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지 못했던 살아있는 그림이야기전을 허물없이 대하고 자연과도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데에 큰 의미를 가진다.

▲ 종교미술전이 열리는 사랑방교회 입구전경

일단 사랑방교회를 찾아가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보면 좋은지 대략 난감해지지만 그냥 교회당 옆을 따라 걷다보면 그 해답이 풀릴 것이다. 작품 옆에 붙어있는 성서 속 귀절들을 미리 음미하는 것이다. 특별히 안내해주는 이가 따로 없고 안내지도 변변치 않음을 유념해 두길 바란다.

▲ 종교미술전이 열리는 사랑방교회 쉼터풍경

당일 오후5시에 열리는 종교미술전을 위해 서울에서 강화도 양도면에 있는 오지의 숲속에 향기식물원을 지인들과 둘러보고는 다급히 차를 운전해 포천으로 향했다. 어느 새 김포의 들녘에는 누우런 빛깔의 가을이 성큼 와버린 모습에 마음까지 흥분됐다.

▲ 종교미술전이 열리는 사랑방교회 연못가 풍경

자동차를 타고 2시간쯤 자유로와 내부순환로, 북부간선도로를 지나 수목원 길로 접어드니 이미 몸과 마음은 종교미술전에 와 있었다. 오후5시 반쯤 장엄한 석양빛에 물든 무림리는 평온했고, 자연과 일체된 사랑방교회는 감수성을 절로 일으켜 미술작품과의 대화를 알차게 음미해 볼 수 있었다.

▲ 종교미술전이 열리는 사랑방교회 아이들의 놀이터 풍경

아주 천천히 교회 앞마당과 텃밭 사이로 난 오솔길, 산책로, 아이들의 놀이터, 십자가 동산, 원두막 등에 마련된 20여 화폭의 잘 표구된 작품들을 감상했다. 오두막에는 종교미술전을 축하하기 위해 조촐한 감사예배가 드려졌고, 예배 후 목사님, 권사님들 그리고 교회식구들이 차분하게 교회구석구석을 걸으며 작품과의 교감을 나누었다.

▲ 종교미술전이 열리는 사랑방교회 생명의 텃밭풍경

선과 악, 윤리와 비윤리,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가치의 구도로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인간적인 판단기준을 넘는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작가의 사상 · 신념이 작품 마다 고스란히 살아 움직임을 보았다. 특별히 느낌이 오는 작품을 집안으로 들여와 늘 곁에 두고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작품은 현장구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멀리서 찾아온 작가의 학교동료 선생님들, 지인들과 즐거운 저녁식사모임을 가졌다. 도시에서 훌륭하게 기획 또는 상설 전시되는 문화예술행사와는 달리 농촌지역에서는 자연을 닮은 설치 예술적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그리고 교회라는 전통적 영성공동체공간 안에서 보다 다양한 영적휴식과 문화를 동시에 채울 수 있는 체험의 장소들이 여러 곳에 생겼으면 한다.

깊어가는 가을, 종교미술전을 감상하고 자연 속 문화를 나지막히 느낄 수 있는 사랑방교회를 둘러보고 싶다면 사랑방교회 홈페이지(http://www.sarangbang.org)를 방문하여 약도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 종교미술전을 여는 작가 김한규 집사와 오두막에서...

▲ 종교미술전이 열리는 사랑방교회 생명의 텃밭으로 향하는 오솔길

▲ 지금 사랑방교회에 가면 자연과 문화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