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시골마을에서 자란 목수이자 농부였기에 성전에만 있지 아니하시고 이 마을, 저 마을을 찾아 돌며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만드시고 마구간의 말과 양, 들에 핀 꽃들과 나무들, 길가, 돌밭, 가시떨기, 옥토에 뿌려진 씨앗들을 대하면서 자연스레 감수성이 예민해지셨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생명 있는 약자들의 가난과 굶주림, 질병과 소외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어라 하실까. 분명 눈시울이 뜨거워지시고 가슴이 미어지셨을 것이다.

▲ 실상사로 향하던 남원시 산내면 길가에서...,들에 핀 꽃들과 나무들, 길가, 돌밭, 가시떨기, 옥토에 뿌려진 씨앗들을 대하면서 자연스레 감수성이 예민해졌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마을은 삶의 원형적이고 화해로운 질서로서의 마을공간이 사라져 버린 대신 시멘트로 대표되는 획일적이고 비인간적인 도시문화만이 남아있다. 우리 모두가 마을을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심각한 전통적 삶의 아름다움을 빼앗기는 상실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온갖 화학적이고 환경적인 오염 속에서 정신적 심미적인 요인까지도 돌이킬 수 없게 해체당한 그 마을에서 과연 길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인가.

우리들은 기존의 마을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것과 자각한 사람들에 의한 계획적 마을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일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지 말고 동시에 고민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생태마을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아온 터라 우리의 공동체문화와 서구의 공동체문화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그 결과로 홀로설 수 있는 자만이 함께하고 함께할 수 있는 자만이 홀로 설 수 있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가치가 생태공동체마을의 핵심이다.

필자는 우리의 역사와 친환경적인 옛 전통을 살리고 의식주 전반에 걸쳐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전국의 오지마을탐방과 해외의 생태공동체마을 및 제3세계 탐방은 결국 생태성과 공동체성, 영성이 적정하게 어우러진 사람답게 살아가는 마을의 원형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아직 오염되지 아니한 골짜기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군이나 면단위의 리(里)에 귀농한 7-8세대가 골짜기별로 한 가정 또는 외로우면 두가정이 들어가 살면서 독립적인 사생활은 보장하지만 매주 한 번씩 중앙의 마을회관이나 폐교에서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나누고 놀면서 문화적인 네트워크를 이루자는 것이 생태네트워크마을이며, 골짜기문화다.

▲ 실상사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며...,아직 오염되지 아니한 골짜기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군이나 면단위의 리(里)에 귀농한 7-8세대가 골짜기별로 한 가정 또는 외로우면 두가정이 들어가 살면서 독립적인 사생활은 보장하지만 매주 한 번씩 중앙의 마을회관이나 폐교에서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나누고 놀면서 문화적인 네트워크를 이루자는 것이 생태네트워크마을이며, 골짜기문화다.

▲ 실상사 경내에 자리한 지역농산물 판매장, 우리 모두가 마을을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심각한 전통적 삶의 아름다움을 빼앗기는 상실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는 4대 종단 성직자를 비롯한 50여명이 모여 "마을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2008. 종교인대화마당을 열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종교인대화마당은 올해로 7회째다. 참여종단은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불교 등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들로 종교 간의 이해와 협력을 통하여 자연 순환적이며, 친환경적인 생명살림의 사회연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번 종교 간의 연대를 통한 대화모임은 활력을 잃고 시름하는 산촌과 농촌, 어촌 등 지역사회공동체의 위기를 과거와 현재를 함께 고민해봄으로써 미래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전환을 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마을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편리하고 안정감을 갖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진 생활공동체다. 공간적 의미와 더불어 정서적 결합이 강하게 배어 있는 곳, 그래서 세계화라는 외형중심의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사람 살맛이 나는 정서적이고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탓에 대립과 갈등, 소통부재의 배타성과 이기주의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욱 분리되는 죄의 결과는 하나님을 떠난 자의 본질에 해당되는 것이다. 현재 도시와 농촌에서 진행되어지는 상호 소외시키는 삶은 마을의 해체와 공동체 정신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생명의 질서는 공동체적인데 우리 삶은 그렇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많은 모순과 문제들을 극복할 방법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현대사회는 경제 발전과 물질의 풍요로움에 반해 생명의 질서와 삶의 본연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 많이 위축됐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종교마저도 자본과 물량주의로 세속화되어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세계적 흐름과 사회적 상황에서 세상과 마을 속에서 종교는 어떤 방법으로 소통할 것이며, 종교와 세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수 있을까? 미래사회에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시스템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국가와 가치, 전체와 부분, 나와 우리, 과거와 미래 등 다양하게 어우러진 형태로 존재하는 마을은 또 어떤 의미이고, 현실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자 환경과 마을을 생각하는 종교인들이 모였다.

요즘 인터넷과 게임의 홍수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14살 된 아들 정석이와 참여하기로 하고 직접 차를 몰고 지리산이 품고 키우는 구산선문의 최초가람 남원 실상사에 당일 2시쯤 도착했다. 서울에서 단체로 오시는 분들의 차량고장으로 예정시간보다 3시간이나 지체됨에 천천히 실상사 경내를 돌아본 후 실상사 주지스님으로 계시는 재연스님의 처소에 들러 미리 담소하시고 계셨던 목사님들과 자연스럽게 종교 간의 어려운 경전이해를 쉽고도 재미있게 나눴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북쪽 들판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실상사는 선의 가르침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곳이다. 대개 산사는 깊은 산증에 자리 잡고 있지만 유독 실상사만은 들판에 자리를 틀고 있어 의아했다. 수많은 주춧돌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결코 예사롭지 않은 절이란 느낌이 든다. 신라시대 석탑들과 석등, 철불 등 다수의 문화재들이 산재하고 백장암, 약수암, 서진암 등 유서 깊은 암자가 산사의 예스런 분위기를 전하는 이곳이 수행과 삶이 하나 되는 깨달음 도량 실상사다.

▲ 연꽃들로 둘러쌓인 산사의 아름다음, 마을은 세계화라는 외형중심의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사람 살맛이 나는 정서적이고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오늘날 실상사는 천년 선종가풍의 전통을 세우고자 올바른 승가상을 확립하는 조계종 스님들의 결사모임인 선우도량의 근본도량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승가전문교육기관인 화엄학림(대학원과정)과 학림졸업 후 계속해서 경학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원으로 화림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울러 연기적 세계관 속에 수행과 삶을 하나로 가꾸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운동의 근본도량으로서 환경운동, 건강한 먹 거리를 만들고 살리는 유기농업, 깨어있는 인격을 위한 대안교육, 단절과 경쟁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사부대중공동체와 지역사회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이웃종교의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한국교회는 아니 지금 농촌교회들은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와 얼마만큼이나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고 있는가? 자문해 보아야하겠다. 지금 우리들의 고향마을에는 물질로 정신을 맞바꿔버린 나머지 진정한 농촌공동체문화는 찾아볼 수 없어 씁쓸하다. 더 늦기 전에 바른 길 찾기에 나선 종교인들이 새로운 문명전환을 궤할 수 있는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마을의 모델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 실상사 경내를 돌아본 후 실상사 주지스님으로 계시는 재연스님의 처소에 들러 미리 담소하시고 계셨던 목사님들과 자연스럽게 종교 간의 어려운 경전이해를 쉽고도 재미있게 나눴다.

▲ 첫째 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으로부터 지관스님과 양재성 목사님, 재연스님은 차례로 소통의 단절, 소외된 이웃과 자연, 마을과 사람들이 나누었던 아픔과 떨림이 단절된 세상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움을 서로간의 종교적 영성을 통하여 치유해나가자고 했다.

첫째 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으로부터 지관스님과 양재성 목사님, 재연스님은 차례로 소통의 단절, 소외된 이웃과 자연, 마을과 사람들이 나누었던 아픔과 떨림이 단절된 세상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움을 서로간의 종교적 영성을 통하여 치유해나가자고 했다.

▲ 둘째 날 잠깐 동안의 노동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더욱 느끼게 해주었다.

둘째 날 잠깐 동안 고추밭에 나가 농활을 하고는 대화마당 첫 순서로 도법스님으로부터 화엄사상의 문제의식으로 동양과 서양, 국가와 국가, 종교와 종교, 종교와 무종교,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평화경에 대한 설명을 소상히 전해 들었다.

이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동학, 원불교, 노자사상 등 존재의 실상에 입각한 공통적인 세계관, 현대과학이 제시하는 공동적인 세계관, 역사경험에서 교훈적으로 터득한 이원론 실체론이 아닌 관계론의 세계관과 정신들을 전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자기를 낮추어 어린이와 같이 되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자를 섬기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이라던 예수의 공동체적 관계성 복원운동이었다. 억지로 공동체를 만들지 말고 본래부터 관계 지어진 공동체를 살려내어 이웃과 부모, 타인과 자연에 대한 공경심을 되살리자는 동체대비론적 화엄의 세계관이자.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적 세계관이었다.

▲ 대화마당 첫 순서로 도법스님으로부터 화엄사상의 문제의식으로 동양과 서양, 국가와 국가, 종교와 종교, 종교와 무종교,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평화경에 대한 설명을 소상히 전해 들었다.

도법스님은 너무 작은 단위의 마을은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위치하기 어려움을 느끼면서 인구 2천에서 3천명 규모의 면단위에 사회적 대안공동체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적인 다양성을 포함하는 마을을 전북 남원시 산내면 일대에서 인드라망공동체운동으로 실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심과 살림연구소의 정규호님은 지역공동체를 위한 환경, 복지, 문화, 급식, 교육, 자치 등 시스템 구축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풀어내셨다. 또한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김용우님은 마을공동체의 자립의 어려움과 지역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존의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것 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계획된 마을공동체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카톨릭농민회를 대신하여 이야기해주신 맹주형님은 안동 쌍호공동체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하여 월례회가 의사결정의 구조이며, 부부동반 참석원칙으로 전원이 합의하고 소원했던 관계는 뒷 풀이로 해결한다는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이어 밤늦도록 종교인들이 뒤엉켜 토론마당을 벌렸고, 셋째 날에는 종교별로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의 경험을 나누었다. 순서는 기독교, 원불교, 천주교, 불교 순으로 진행했으며 기독교 발제자로는 필자가 나섰다.

▲ 오늘날 실상사는 천년 선종가풍의 전통을 세우고자 올바른 승가상을 확립하는 조계종 스님들의 결사모임인 선우도량의 근본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 수많은 주춧돌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결코 예사롭지 않은 절이란 느낌이 든다.

▲ 신라시대 석탑들과 석등, 철불 등 다수의 문화재들이 사재하고 백장암, 약수암, 서진암 등 유서 깊은 암자가 산사의 예스런 분위기를 전하는 이곳이 수행과 삶이 하나 되는 깨달음 도량 실상사다.

현재 진주에서 생태마을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기석님도 그랬듯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생태공동체를 표방하는 계획공동체, 관주도형의 각종 생태(전원)마을, 공동주거, 동호인주택, 귀농인 마을 등은 많지만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생태공동체마을의 사례는 없는 것 같다. 더욱이 무엇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그 기준과 척도 또한 애매하여 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도 뒤따라야하는 수고도 곁드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소개한 산청 민들레공동체는 친환경농업은 물론 대안기술, 대안교육으로 삶의 영성을 찾는 귀한 사례로서 이 시대의 소명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실천하는 곳이다. 무 교회농촌지역의 선교와 농촌인력개발, 귀농생태마을 건설 등 확실한 비전과 목표는 물론 물질보다는 사람이 중요함을 생명존중과 조화로운 삶을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었다.

필자는 영국의 대안기술센터인 CAT를 생태공동체마을의 모델로 보고 동경한다. 유기농업이 기본인 대안기술센터는 다양한 적정기술, 친환경적 에너지발전기술, 생태공동체마을의 실현지로서 개혁공동체를 위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산청 민들레공동체는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기술을 받아들여 실천하고 있음에 소개했던 것이다.

▲ 실상사 경내에 있는 생태화장실, 산사의 고즈넉한 객방과 대중방 그리고 실상사 곳곳에서 공동체로 생활하면서 종교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대안적 삶의 도전으로 다가왔다.

이후 원불교 영산마을만들기는 영산민들레지역아동센터 이태옥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농촌마을의 돌봄과 교육, 경제공동체 등 농촌의 지역사회에 필요한 복지문화를 바탕으로 아동과 청소년,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는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사진을 통하여 소개시켜주었다. 또한 천주교 맹주형님은 안동 가농 생산원칙과 생명의 터 농촌마을공동체를 이루는 쌍호공동체, 왕영술님은 지리산 실상사에 접한 산내면의 지역공동체 산내마을을 생태적인 마을로 만들어가는 여정을 소개했다.

한여름 일상에서 탈출하여 산사의 고즈넉한 객방과 대중방 그리고 실상사 곳곳에서 공동체로 생활하면서 온몸으로 껴안고 살을 부대껴 마음을 열었던 순간과 스님들과의 족구시합, 저작거리에서의 곡차 나눔으로 종교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대안적 삶을 위한 길 찾기였다. 이렇듯 각자의 종교적인 신앙에 따라 마을의 원형을 살리고자 애쓰는 모습에 담겨진 뜻은 가난과 청빈을 기반으로 하는 깨달음과 영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