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사건의 진실성 여부

출12:40~43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 거주한 지 사백삼십 년이라... 여호와의 군대가 다 애굽 땅에서 나왔은즉...


이스라엘이 민족적인 차원에서 유월절을 통해 지키는 이 출애굽 사건은 대체 언제쯤에 발생한 일일까? 이에 대해 출애굽 사건에 관한 역사적인 시간을 알아 보려면 세계사 연대기표를 들여다 보면서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세계사 연대표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애굽에서의 대단위 노예탈출 사건

그러나 너무나 아쉽게도 세계사안에서 역사적으로 이 출애굽의 연대를 정확하게 알아낼 방도가 없다. 성경 본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처음에 애굽으로 이주해 들어갈 때에는 야곱의 일가족 전체 수가 70명이었는데(1:5) 출애굽을 할 때에는 보행하는 장정만 60만 명이나 되었다(출12:37). 그런데 이런 엄청난 수의 종살이 집단이 애굽을 빠져 나갔다고 하는 기록은 유감스럽게도 “신앙을 위한 책인 구약성경 출애굽기 본문” 이외에는 세계사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애굽정부 자체에서 뿐만이 아니라 애굽과 항상 사이가 좋을 수 만은 없었을 주변의 적대국에 조차 이런 초유의 노예탈출 기록은 어디에도 남겨져 있지 않다. 이집트가 아무리 자신들의 역사에 불리한 사건이나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다고 가정할지라도, 궁정 서기관들의 기록이 정부관료들에 의해 아무리 점검되고 삭제되었다고 할지라도, 심지어 애굽 정부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여 없애버리고 싶은 사건이나 사실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애굽 정부가 기피하는 사건에 대한 서기관들의 직접적인 기록들이 모조리 삭제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런 초유의 사건에 대한 암시가 될 만한 자료조차 국가 문서 창고에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아가 애굽의 주변국 어느 나라에도 이런 대단위 노예집단 탈출 사건에 대한 기록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은 이 사건이 “신앙을 위한 말씀인 성경에만 나와 있다”는 것에 주목을 하고 이 사건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왜냐하면 애굽 주변국들 마저도 애굽 왕실의 통제속에서 궁정 서기관들의 기록들이 점검되어 삭제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구약성경에만 나와 있는 이스라엘의 대단위 애굽탈출 사건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출애굽 사건이 원래는 없었던 사건이었는데 이것이 마치 있었던 사건인 것처럼 출애굽기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 사건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성경에 나와 있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세계사 안에서 추측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정황을 들여다 보면 크고 작은 민족집단이나 종족집단들이 대규모로 한꺼번에 혹은 소규모로 흔하게 이리 저리 유동하면서 거주지를 옮겨 다녔다는 증거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대규모로 애굽을 탈출했다는 사건은 역사적으로 신빙성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성경에서 말하는 출애굽이라는 사건이 역사적으로 발생하지도 않았던 사건이라고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출애굽 사건에 대한 기록이 구약 성경 외에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대해 당시의 주변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역사적, 종교적 구원사건으로서의 이 위대한 출애굽 사건 자체를 정치적인 중대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구원의 감격을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그래서 후손대대로 기념하고 전해야 할 구원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민족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단순히 한 작은 민족집단의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사건에 국한되는, 더구나 시대적으로 그 때 당시에는 흔하게 발생했던 민족들, 혹은 이런 저런 종족들의 여러 다양한 이동들 중의 하나로 인식되었던 사건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준 민족적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한 이사야 선지자

그러므로 이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주변국들이 인식하고 주목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출애굽 사건에 대해 이사야 선지자는 그것이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나 되는 것처럼 매우 무관심하다. 역사적으로 충분히 가능했던 출애굽 사건에 대해 당시의 주변국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이사야가 자신의 신학을 표명할 때 출애굽 사건을 다루지도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매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출애굽 사건과 시내산의 하나님 출현 사건은 전체 이스라엘을 상대하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북이스라엘에서 의외로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여로보암 사건과 모세사건의 평행구도, 왕상11장~12장 참조).


• 사사기도 긍정하지 않는 전면적 가나안 정복 사건

그러나 출애굽기 저자는 전체 이스라엘을 염두에 두고 출애굽기를 기술한 것이 분명하다. 전체 이스라엘 백성, 장정만 60만 명이나 되는, 그래서 통상 결혼한 장정을 40만 명 정도로 어림잡고 그 중에 30만 명 정도는 아이들이 적어도 둘 이상이라고 할 때 예상되는 200만 명 이상의, 당시의 상황에서는 하늘의 별과 같이,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런 대단위 수의 민족이 가축떼를 이끌고 광야를 횡단하여 가나안에 왔다고 증언한다.

그렇지만 학술적으로는 실제로 그랬으리라고 보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엄청난 수의 이방민족 집단인 이스라엘이 광야를 횡단한 후에 가나안의 문턱에 이르러 때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가나안 전체를 공격하여 들어가 전면전을 벌여 가나안 땅 전체를 단시일안에 모두 한꺼번에 점령했다는 것을 사사기 자체가 초반부터 긍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 출애굽 이후의 광야길에 대한 지리적 여건에 따른 판단

그렇기 때문에 애굽에서 살다가 나온 이스라엘 사람들의 수가 출12:37에서 말하는 60만 보다는 분명히 작았을 것이라고 보게 된다. 이것은 전체 이스라엘이 한꺼번에 출애굽한 것이 아니라는 관점과 남유다 출신인 이사야가 출애굽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근거가 된다. 또한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전체 이스라엘 백성을 총망라하는 그렇게 엄청난 수의 무리가 광야를 떠돌았다고 보기가 정황상 매우 어렵다.

지도를 펼쳐 놓고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방랑하던 광야길을 살펴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그 어떤 오아시스라 할지라도 이렇게 큰 무리를 수용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이런 대단위 숫자의 민족을 먹여 살릴 만한 물과 거처에 대해서는 퍽 회의적이다. 더군다나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짐승 떼까지 합치면 그 엄청난 수가 먹어야 했던 물도 물이려니와 이 수많은 사람들을 통제하면서 광야길을 횡단한다는 것은 상상도 안될 정도로 생각하기 힘들다. 장정만 60만 명이라는 수자를 기준으로 어림짐작해 볼 때 그 전체 인구수는 현재의 수원시 인구의 세 배에 해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출애굽기의 장정만 60만 이라는 수는 신학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상징적 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출애굽기 본문의 “회중”이라는 단어를 통해 보는 출애굽 사건의 한 단면

그래서 성경본문 자체도 출애굽한 이스라엘을 “회중(히브리어로 ‘에다’, 칠십인역의 헬라어로는 ‘쉬나고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린 아이와 노인들과 여자들이 제외되었다는 암시를 나타내는 표현인 “장정만 60만 명”인 이 대단위 숫자의 민족을 ‘회중’이라는 단어를 빌려 대신 표현했다는 것은 60만 명이라는 숫자가 실제적인 머리숫자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인 의미가 들어 있는 상징적 의미 숫자로서 신앙과 관련된 숫자일 것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애굽을 탈출한 사람들의 실제 수는 보행이 가능한 어린아이를 제외한다고 할지라도 “회중”이라는 단어를 통해 ‘대단히 많다’는 셀수 없는 대단위 숫자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게 된다(출17:1·~7, 민20:2-11). 이것은 성경의 한구절 한구절이 모두 사실에 입각한 표현이라기 보다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대역사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학술적인 연대 추정 방법으로서의 성경본문과 고고학의 성과

출애굽 사건의 시대 배경이 람세스 2세의 통치 기간(주전 1290-1224)일 것은 거의 확실한 사건으로 인정된다(출1:11). 그는 동부 나일 삼각주에 새로 큰 왕궁을 짓게 했다. 발굴 결과 그곳은 평지 성읍으로서 출1:11에서 언급하는 비돔과 라암셋 성이 이것에 속한다고 보여진다. 이 때 애굽인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이 건축사업에 투입되었고 또한 그런 상태로 이들은 정치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 때 애굽을 빠져 나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생각되고 있다.


• 출애굽기 본문도 증언하는 비이스라엘 사람들인 출애굽 잡족들!

심지어 출애굽한 사람들 중에는 순수한 이스라엘 사람들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잡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출애굽기 자체가 증언한다(출12:38).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유들을 근거로 볼 때 애굽의 학정에서 하나님의 도움으로 애굽을 떠난 출애굽 이스라엘인들은 순수 야곱의 자손들만으로 이뤄졌던 이주 유목민 가족 70명이 사백 여년 뒤에 유아 외에 장정만 60만 명 가량(출12:37)으로 번성한 전체 12지파 이스라엘 민족이었다고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은 여러 정황상 무리가 있다.


•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생각해 보는 출애굽 상황

한편 메르넵타 기념석비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기원전 13세기 말(1219년) 애굽의 바로가 세운 전투 승전비인데 여기에 이미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음이 발견되었다. 애굽측에서 기록한 유일한 애굽쪽의 기록물에 나타나는 이름인데 석비의 내용에 따르면 애굽의 바로 군대가 이스라엘을 정벌하여 “씨앗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 이라는 종족의 씨를 말려 버렸다’는 뜻으로서 당시에 애굽의 바로와 전면전을 벌였던 민족들과 함께 애굽의 바로에게 대항했던 이스라엘 민족도 싹쓸이 될 만큼 참혹하게 정벌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에 대해 애굽이 자신들의 승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전쟁내용을 기록하여 세운 기념비가 메르넵타 승전비이다.


• 출애굽 사건에 대한 학술적인 입장 요약

이런 성경 안팎의 자료들로 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전체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판단할 때 출애굽을 감행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전체 12지파가 아니라 일부의 사람들, 거기에 순수 이스라엘 사람들만 출애굽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아닌 사람들도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같이 출애굽했던 사건이라고 여겨진다. 이에 대한 강력한 추론은 출애굽 사건이 있었을 무렵에 고대 근동의 상황은 여러 종족들이 이동하며 거주지를 옮겨다녔었다는 것과 아울러 여호수아서와 사사기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런 시각에 의하면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사건은 모세의 인도로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사람들이 애굽을 빠져나온 사건이 확실하지만 “회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경험했던 신비스런 하나님의 은혜를 나타내는 경험사건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순수 야곱의 자손들로만 이뤄진 12지파 200만여 명이 아닌 비이스라엘 사람들도 상당수 혼재되어 있던 일단의 거대 무리들이라는 한계선이 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