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웨 하나님만 믿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렘44:18

우리가 하늘 여신에게 분향하고 그 앞에 전제 드리던 것을 폐한 후부터는 모든 것이 핍절하고 칼과 기근에 멸망을 당하였느니라


구약은 그렇게도 유일신 야웨 신앙을 강조하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다원주의적 종교상황 속에서 야웨보다는 다른 신을 더 열심히 섬기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인 공인종교로서의 야웨종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중앙집권적 통치체제 기반속에서 중앙성소를 마련하므로 다윗왕조에 대한 특별한 야웨의 관심과 예루살렘 중앙성소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백성들에게 틀림없이 각인시켰을 텐데 뜻밖에도 국가 공인 종교인 야웨에 대한 신앙은 그리 인정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다원주의 상황속에서 혼합주의적인 신앙을 가졌던 이스라엘

심지어 다윗왕조를 하나님이 선택하셨다는 것을 강조하는 신명기 신학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윗 이후의 유다 왕들은 야웨만을 위한 신앙에 몰입해 있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심도있는 유일신 야웨 신앙 세계를 형성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의 왕권을 정당화시켜 주는 야웨의 왕권신학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들의 수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전체 백성들을 쉽게 통치할 수 있는 중앙성소를 예루살렘에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다의 많은 왕들은 왕실차원에서 다른 신을 섬기는 믿음체계를 금지하지 않으므로서 야웨 유일 신앙이 아닌 다른 신 숭배가 흥행했다(렘44:8~9).


• 이제 야웨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렘 44:18은 이스라엘 백성이 살아온 시간의 흐롬속에서 “야웨 신앙의 유용성”을 볼 때 절대적으로 야웨만이 풍성한 복을 주는 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경험했음을 나타낸다. 아마도 야웨는 해방의 신, 전쟁의 신이라는 인상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야웨의 도움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신의 유용성”을 가늠한 결과인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국가 패망 이전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야웨 신앙의 유용성”과 관련된 역사적 경험은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히스기야 왕은 유다가 오직 야웨에게만 충성하는 국가가 되게 하기 위해 전례없는 종교개혁을 단행했다. 그래서 그는 정통노선의 야웨 유일 신앙을 지킨 왕으로 평가되었다(왕하18:5). 그는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야웨의 마음에 드는 믿음체계를 구축해 나갔다(왕하18:3~4). 그 결과 그는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다”는 평을 들었다. 열왕기하의 신명기 사관은 그가 이런 평을 듣는 이유에 대해, 그가 하나님과 함께 하며 모세에게 명하신 계명을 지켰으므로 그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왕하18:6~7).


• 야웨 신앙에 대한 평가와 실제적인 야웨의 보호하심의 수위

이것을 역사적인 경험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열왕기하는 북이스라엘의 정치적 현실과 히스기야를 비교한다. 북이스라엘은 야웨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그의 언약과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준 계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앗수르에게 혹독하게 짓밟혔던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왕하18:9~12). 하지만 안타깝게도 열왕기하는 야웨가 히스기야를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도 말해야만 했다. 히스기야는 야웨의 도움으로 사마리아와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을 모면하기는 했지만 야웨도 자신을 위하여 지은 성전의 문과 기둥에 입힌 금을 모두 벗겨내어 앗수르 왕에게 헌납해야만 하는 수모를 감수해야만 했다(왕하18:15~16).


• 히스기야 이전, 종교개혁 이전으로 되돌아간 이유

이런 불완전한 야웨의 은총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는 부친 히스기야의 종교개혁 이전으로 되돌아갔다(왕하21:3). 그러자 종교적인 상황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히스기야 때 보다 훨씬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히스기야 때보다 안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앗수르의 압박이 히스기야 이후로는 더 이상 없었던 것처럼 기술되어 있으며 실제로 므낫세의 종교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있어도 정치적 불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심지어 신명기 사관이 바벨론의 유다침공의 직접적인 원인을 므낫세의 종교정책 탓으로 돌리는 반면(왕하24:3~4) 후대의 역대기 사관은 므낫세가 야웨의 은총을 받기도 했던 왕이라고 긍정적인 평을 내린다(대하33:13).


• 왕궁의 야웨 종교 개혁자들을 처단한 백성들

그러므로 신명기 사관의 견해를 따라 볼 때 아몬 시해 사건은 야웨의 진노의 결과로 서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열왕기하는 므낫세의 아들 아몬이, 아마도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에 동참했거나, 혹은 그 개혁노선을 따르는 자들이거나 아니면 실제로 히스기야 때의 종교개혁을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려는 일단의 야웨 종교개혁파 사람들일 것으로 보이는 궁중 신하들에게 암살당했음을 보도한다(왕하21:22~23). 하지만 그는 암살당하기 전까지 그의 부친 므낫세의 행적에 더한 것도 없었고 뺀 것도 없었다. 그저 부친이 일궈 놓은 혼합주의 신앙을 유지했을 뿐이다(왕하21:20~21). 그러므로 이것이 왕 암살의 타당한 이유가 될 만큼의 폭증된 갈등이었다고 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역대기 사관은 아몬이 암살된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 그것은 그의 야웨를 향한 신앙이 아버지만 못했기 때문이며 그 범죄의 정도도 므낫세 보다 더욱 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대하33:23~24). 하지만 역대기 사관은 므낫세보다 더 심했던 아몬의 죄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 암살된 아몬은 야웨의 진노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신명기 사관에 의하면 아몬 시해 사건은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을 원위치로 돌려 놓았던 므낫세를 향한 저주가 아몬에게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열왕기하는 그의 죽음을 그렇게 기술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해석되도록 암시하는 것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런 경향과는 달리 부인할 수 없게도 이스라엘 백성은 왕의 시해에 간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궁중 신하들을 모조리 잡아 처형시켜 버리므로서(왕하21:24) 열왕기하를 기록한 신명기 사관도 당대의 혼합주의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히스기야 이후로 계속 깊어지는 다원주의적, 혹은 혼합주의적 다른 신 숭배는 야웨만 숭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믿음체계의 반영일 것으로 생각된다.


• 위대한 종교개혁자, 야웨 유일신 숭배자였던 요시야의 허망한 죽음에 대한 해석

이런 경향성은 요시야의 종교개혁과 그 결과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 요시야는 히스기야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종교개혁을 단행한 유대 역사 최고의 왕이었다(왕하23:25). 그는 심지어 유월절을 전체 유다가 대대적으로 지키도록 하여 엄청난 평을 듣기도 했다(왕하23:22).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야웨는 이렇게 유일신 야웨에게 충성했던, 앞에도 없었고 뒤에도 없을 야웨 숭배자 요시야를 보호하지 않았다. 그는 앗수르의 편에 서서 애굽과 싸우다가 사망하고 말았다(왕하23:29). 그리고 그렇게 사망한 위대한 야웨 숭배자 요시야는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을 원위치로 돌려 놓았던 므낫세 사후의 평화스런 모습(왕하21:18)과는 달리 그저 무덤에 안치되었다는 식으로 기술되어 매우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왕하23:30).

이런 요시야의 죽음을 역대기 사관은 너무나 허탈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렇게도 심혈을 기울여 종교개혁을 이뤘던 요시야가, 그것도 율법책을 발견하고 그에 따라 종교개혁을 단행했던 위대한 야웨 숭배자인 그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느고의 말을 듣지 않아서” 죽게 된 것이었다고 치졸한 견해에 가까운 해석을 내려 버렸다(대하35:22). 요시야 생전의 엄청난 종교개혁의 성과에 대비된 그의 죽음을 이렇게 간단히 처리해 버린 것이다.


• 나라가 망한 이유는 요시야의 종교개혁 때문이었다!

이렇게 야웨 종교 숭배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종종 나타났던 성과와는 달리 남유다도 결국 패망하여 하나님의 선민으로서의 선택된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은 정치적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이스라엘을 하나로 묶는데 기여했던 다윗 왕조 관련 왕권신학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야웨 성전은 대파되어 예루살렘을 세계의 중앙부로 보게 했던 예루살렘 성전 신학도 끝장나 버렸다. 따라서 야웨 신앙에 대한 깊은 회의와 절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나라가 패망하자 반-바벨론 파였던 유다의 상류층을 비롯한 일단의 사람들은 바벨론의 보복을 피해 애굽으로 피난하여 이주해 갔다. 그들은 애굽에서 잘 적응하여 정착촌을 이루며 살았다(렘44:1).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라 잃은 아픔을 위로받고 있었다(렘44:3a). 그러나 그들이 섬기는 신은 야웨가 아니었다!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그들이 야웨가 아닌 다른 신을 숭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현실을 있게 한 과거를 볼 때 당연한 결과였다.

야웨는 유다를 버렸다! 그러나 애굽은 유다의 피난민들을 받아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다에 있을 때에는 알지도 못했던 애굽의 신을 전폭적으로 숭배했다(렘44:3a).


•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어 버린 요시야의 종교개혁!

이런 상황속에서 예레미야가 이집트로 따라가 거기서 아주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야웨의 메시지를 전했다(렘44:1~14). 그러자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렘44:15~16). 예레미야가 전하는 야웨의 말을 듣는 것은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역사적으로 명명백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결같이 본래 하던 대로, 선조와 왕들과 고관들이 유다 성읍과 예루살렘 거리에서 하던 그대로 하겠다고 맞대응했다(렘44:17a). 예루살렘에 야웨의 성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웨만 숭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해 주는 대목이다.

• 더 이상 야웨를 섬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의 경험적 이유

그들은 요시야의 종교 개혁으로 인해 예루살렘에서 같이 숭배했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특히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야웨보다도 더 정성을 다해 섬기던 하늘 황후(하늘 여신) 숭배가 국가 차원에서 강제로 금지당한 이후 모든 것이 궁핍해졌고 칼과 기근으로 멸망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렘44:18).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야웨만 섬기도록 강요했던 국가차원의 야웨 숭배 시절을 돌아 볼 때 나은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분명하게도 남편의 허락을 받아 하늘 황후를 정성을 다해 섬겼을 때에는 모든 것이 넉넉했고 국가도 망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렘44:17b).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야웨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이제는 야웨의 말을 들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야웨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하는 말을 우리가 듣지 아니하고 ...우리가 본래 하던 것 곧 우리와 우리 선조와 우리 왕들과 우리 고관들이 유다 성읍들과 예루살렘 거리에서 하던 대로 하늘의 여왕에게 분향하고 그 앞에 전제를 드리리라(개정 렘44:16~17a)”

이렇게 말한 이유는 아주 분명하고 간단명료하다.

“그 때에는 우리가 먹을 것이 풍부하며 복을 받고 재난을 당하지 아니하였더니 우리가 하늘의 여왕에게 분향하고 그 앞에 전제 드리던 것을 폐한 후부터는 모든 것이 궁핍하고 칼과 기근에 멸망을 당하였느니라(개정 렘44:17b~18)”


• 현대의 입장에서 볼 때

크리스챤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 시대에, 점차 젊은이가 줄어드는 전반적인 추세 속에서, 입시철, 선거철, 승진의 때에 문전 성시를 이룬다는 점집에 약 30%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도 예외없이 무더기로 몰려온다는 통계 앞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입시철에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다.

당신이 오직 야웨 신앙만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낼 때 비로소 저 위대한 종교 개혁자, 유일신 야웨 숭배자 요시야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식의 말을 들어도 여전히 야웨 유일 신앙을 고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