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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회6월 23일 서울 경희궁 앞뜰에서는 태권도 경연대회가 있었고, 숭정전 옆 회랑에서는 '종로문인협회'의 시낭송이 있었다.
박진서  |  hansol605@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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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6월 27일 (수) 01:38:11 [조회수 : 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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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서울 경희궁 앞뜰에서는 태권도 경연대회가 있었고

숭정전 옆 회랑에서는 '종로문인협회'의 시낭송이 있었다.

무덥긴 해도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하니

일찍 간 나는 근 한 시간을 더위와 싸우며 기다려야 했다.

김옥남 종로문협 회장의 권고 있어

만사 뿌리치고 한참 치장하고 갔더니 

친구 가로대 " 왜 오늘은 예쁘다지?"

환영의 인사치고는 듣기 싫은 말은 아니었다.

오늘 온 손님이 거의 시나 수필을 낭송할 사람들

그중에 시문회 회원인 김희선씨, 차윤옥씨가 있어 반가웠다.

글쎄, 대학동창인 김옥남 회장은

영시, 프랑스시, 일본어시, 한문시의 특별 낭송을 기획했는데

내게 샹송으로 시낭송을 대신하라는 것이다.

극구 거절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고집이 센 내가 지고 말았으니....

술 몇 잔 하고 기분에 취해 흥얼거려야할 샹송을

멀쩡한 정신으로 노래부르자니 그도 고역

다행이 앙콜을 받아 스페인어의 'Quisas Quisas Quisas'를 불렀다.

오래 살다보니 별 일도 다 많다.

나정희씨는 Charles Baudelaire의 <醉하십시오>란 시를

영역으로 낭송했다. 그 긴 시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으니 감탄할 만한 일.

"늘 취해야 합니다"로 시작된 시는

...무엇에 취할까....술에 취해 살건, 시에 취해 살건, 선에 취해 살건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취하십시오.

마음 가는 것에 취해 사십시오....."라고.

앉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자니 구도가 한결같아 재미없지만

개성이 다른 시와 수필을 듣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이제야

                                                              차윤옥

               나뭇잎이 다 떨어진 후에야

               그 속에

               까치집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많을 때는 몰랐던 것

               많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

 

               비워야, 없애야, 버려야

               선명해진다는 것

 

               까치집을 보고 난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아무 말도 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끔 옆의 처마끝을 더듬으면

제각기 다른 모습의 지붕이 서로 마주하는 것이 보기 좋았고

어디선가 삐리릭 삐리릭 들려오는 새소리마저 듣기 좋았다.

 

                            둘과 하나 차이

                                                               이종봉

                   우린 만난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하는지

                   가까워지면

                   너무 가까워질까 두렵고

                   조금만 멀어져도

                   헤어질까 안타깝고

                   서로가 부르면서

                   스스로 버리고 가야만 하는

                   우린

                   아직도 하나가 되어 본 적도 없지만

                   여직 둘이 된 적도 없습니다

                   둘과 하나의 차이가

                   멀기만 하기 때문에

기타연주가 있었다.

바로 내가 불렀던 <枯葉>을 전주 넣고 멋을 담고 연주하니

여간 달콤한 게 아니다.

그리고 이어서

소리시 사랑회의 시와 시조창이 있는 동안

외국인 부부는 열심히 경청하는 듯했다.

우리도 경청했지만.....

   
 
   
 
   
 
   
 
   
 
   
 
   
 
   
 
   
 
   
 
숭정문 대문이 잠겼다.

부지런히 기념사진을 찍고 옆문으로 나오니

비가 몇 방울 떨어지는 시늉만 해서 

하늘을 우러러 감사를 드렸다.

식당에서 한자리에 앉은 여인이

노래가 좋았다는 말에 들떠서 나는 술잔을 부딪쳤다.

다 그 맛에 사는거지 뭐...

보드렐이 술마시자고, 술에 취하자고 한 시귀를 닮아

나도 기분에 취해, 노래에 취해 술을 마실까보다.

실은 술이 조금 모자랐지만

모자란 듯 한 것이 좋다고 자위하며 분당행 버스를 탔다.

집에 와 한껏 옷을 훌훌 벗어던지니

얼마나 시원하던지....허식의 옷까지 벗어던졌다.

아~

멋대로 살면서도 멋있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옥남아

 네 덕에 오늘 문학의 향기에 취했으니행복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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