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토요일

나는 충남 당진 율사리에 있는 류제희 시인의 시골집을 찾아갔다.

평일에는 빈집이라고 들어서 집도 지킬겸 혼자 한적하게 있고 싶어서였다.

야탑터미널에서 세 시간이나 걸렸던 길이

돌아올 때는 운임도 싸고 시간도 절반밖에 걸리지 않는 강남터미널로 돌아왔다.

 

 

 

류 시인 부부가 돌아간 다음 나흘 동안은 혼자 있었지만

그 새 전길자 시인이 와서 이틀을 함께 해 적적하지 않았다.

 

시골의 아침은 일찍 열리고 다섯시면 훤해서 절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딱이 할 일도 없어 마당의 풀을 뽑기로 했다.

납작하게 엎드린 잡초는 여간해서 뽑히지 않는다.

호미로 땅을 파고 힘껏 잡아당기면 어떤 때는 내가 뒤로 자빠진다.

그러지 않아도 허리가 아파 통나무로 깔개로 하다가 또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뽑고나도 시간은 겨우 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는다.

 

 

 

東窓으로 스미는 아침햇살과 함께 마시는 차의 경지를 무어라 할까?

신선하기도 하지만 황홀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저 류 시인의 시골집이 꼭 내 집 같은 착각을 일으키면서

혼자 신선놀음을 한다.

이 집을 짓느라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아침에 마시는 뽕잎차는

어제 류 시인이 따온 것을 내가 씻어 물기를 빼고 썰면

류 시인이 정성껏 볶는다. 그것도 여러 차례를 되풀이하면서.

이렇게 해서 마시는 뽕잎차

툭하면 커피를 마셨던 나는 며칠 차를 울궈 마시니 차맛에 빠졌다.

 

이 시각 같으면 아직도 침대에 있을 시각

그런 게으른 내가 율사리에 와서 조금 부지런해졌다.

시골은 바쁘다.

한시도 쉴 틈이 없어 나조차 바쁘다.

 

뽕나무엔 오디가 가득 달려서 그걸 따다가 잼을 만든다.

매실을 따서 장아찌도 담가야 한단다.

 

 

 

1주일 만에 돌아온 나는 제일 먼저 화분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빨래를 하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갔다.

 

손톱을 깎아 손톱에 낀 율사리의 흙을 말끔히 씻고는

다시 게으른 도시의 생활을 해야 한다고 내게 이른다.

 

우편함에 가득한 책과 고지서를 꺼내며

아직도 나를 잊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걸 만족해 하며

 

율사리의 생활을 털어놓기엔 너무 피로하니

우선 한숨부터 자고 볼 일이다.

 

시골도 좋지만 내 집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