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월 30일 목요일

     한국 아줌마의 위대한 신앙 덕에

     바다가 없는 충청도에서 자라서 그런지 바다 가까이만 가면 가슴이 설렌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닷가로 산책 나갔다. 해변은 저지난해 닥쳐와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쓰나미로 인해 아직도 망가진 모습들이 쓰레기와 합하여져 쓰레기 더미처럼 지저분하다. 해변 가 주변의 집들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가 무너진 상태로 그대로 있고 쓰러진 건물더미 옆에 그냥 대충 임시 막사를 지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처참하게 보인다. 이런 바다를 보러 온게 아닌데 ---.

     어려운 상황에 접하여 사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항상 만날 때 마다. 눈웃음으로 인사를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남자나 여자나 늙은이나 젊은이나 트라이 윌러를 운전하는 운전수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도 모두 웃으며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눈인사를 보내며 지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다정하고 착한 성품들로 보이다. 그렇게 착했기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제국주의자들이 이 나라를 침략하고 종으로 부려먹고 물자를 착취해 가곤 하였나 보다. 사람의 심성이 착해야 되겠지만 자기 것을 모두 잃어버릴 정도로 착해서는 안 되리라. 그러나 착한 모습이 잠시 다녀가는 우리 외국인들에게는 참으로 다행이다. 외국에 여행가는 사람들은 항상 그 나라의 날강도들을 조심해야 되는 데 이 나라에서는 그런 걱정은 좀 덜 해도 될 성싶다.

     산책이라기 보단 쓰나미 현장을 돌아보고 오다 보니 어제 우리를 위해 운전하였던 트라이 윌러(세발차) 운전수가 골목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혹시 오늘도 어디 가면 태워 가려고 기다리는 가 보다. 어제 쉬는 시간에 코코넛 주스도 한잔씩 사서 함께 마시고 헤어질 때 800루피(한화 약 8000원)를 삯으로 주었더니 오늘도 그런 횡재를 누릴까 하고 다른 손님을 태우지 않고 우릴 계속 기다릴 모양이다. 어제 좀 많이 주는 듯 했지만 ‘비나’가 그 정도는 주어야 된다고 하여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주었는데 그게 상당한 수입이 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한 달 수입이 약 8만 원 정도인데 어제 한 나절에 물론 여러 군데를 갔었지만 8000원을 벌었으니 괜찮은 수입이렷다.

     오전 중 데바가 나온 랑카 바이블 칼리지를 방문하였다. 생각보다 상당히 작은 건물이다. 평면적 약 50여 평 되는 조그만 2층 건물에 꾸며 논 신학교는 오랜 전통과 진지하게 공부하는 열대여섯 학생들의 열기 속에서 그리고 친절하면서도 조용히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들 속에서 상당히 주안에서 신실하게 살려는 모습들이 엿 보였다.

     첫 번째 셀(속회) 심방

     어제 처음으로 인사 나눈 ‘레니어’ 목사가 나를 자기가 맡은 속에 데리고 가려고 오후 5시 약속시간에 맞춰 왔다. 오늘은 이 나라의 선거일이라 모두 공휴일을 맞아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므로 심방할 수 없다고 하더니만 욕심을 내서 심방을 가려고 온 것이다. 한 십분 정도면 가는 가까운 거리라고 하더니만 오토바이로 콜롬보 반대 방향으로 약 30분 정도 가더니 제재소가 밀집하여 있는 마을에 세운다.

     처음 방문한 가정은 ‘가나 팔라스’의 가정이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로 말하면 제재소와 같은 것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지만 단순히 목재만 파는 곳이 아니고 목재를 켜서 가구들을 만드는 곳이다. 말하자면 가구공장 단지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가구공장처럼 완전한 설비를 갖추고 제작하는 게 아니고, 소규모로 직접 손으로 만드는 가구 공장들이다. 하여 속회 모임에 참여한 건장한 몇몇 남자들은 목공일을 하던 그대로 참여하여 온 몸에 톱밥이 허옇게 묻어 있다.

     바쁘고 힘든 가운데도 참여한 모든 이들의 눈빛에는 무언가 영적으로 간절히 사모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의가 일 년 안팎의 신앙경력을 가진 초신자들이지만 외국에서 목사님이 오셨으니 특별한 능력이라도 나타내리라 믿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모인 것 같다.

     지난 밤 늦게 도착하고 피곤하여 설교준비도 잘 하지 못하고 참여하였는데 어떻게 은혜를 끼쳐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 새벽 3시에 도착하여 밤새도록 소나기가 요란하게 퍼붓는 바람에 잠을 못자 아직 정신이 몽롱한 상태인데 ‘레니어’ 목사가 이렇게 서둘러 일을 저질렀다. ‘레니어’는 ‘데바’의 협력 목사로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연장자인 열렬한 복음주의자이다. 데바 목사가 한국에서 유학을 하는 바람에 금번 선교사역의 수행은 레니어 목사가 대신 맡기로 한 거였다.

     성령께 의지할 수밖에. 늘 준비하지 못하고 갖추지 못 한자의 큰 빽은 성령님이시다. 다급할 땐 아무리 훌륭한 목사라도 할 수 없다. 성령님을 의지할 수밖에. 요즈음 기도가 적으니 하나님께서 또 나에게 당신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시는가 보다.

     속회원 모두가 ‘레니어’ 목사의 인도대로 기도하고 찬송하고 그리고 또 다시 기도하고 찬송하는 가운데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이 성령의 불길이 각자의 마음속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재료가 좀 부족해도 만드는 이의 솜씨가 뛰어나면 맛있게 만들 수 있듯이, 설교자는 능력도 없고 준비도 하지 못한 여러모로 부족한 자가 왔지만 인도하는 목사와 사모하는 성도들의 마음 그리고 하나님의 성령의 오묘한 조미료가 합하여져 곧 하나님의 능력이 일어 날 것만 같다.

     하나님께서 즉각적으로 지혜를 주신다. 하나님의 움직이심을 따라 도구가 되어 사용되어 졌다. 유창한 설교를 못하는 대신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똑바로 그들을 쳐다보며 아주 진지하게 면담을 하면서 하나님 위대하신 사랑을 그들의 마음속에 넣어 주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은 산도 만들고 강도 만들고 나무도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은 당신도 만들고 나도 만드셨습니다’

     ‘하여 당신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나도 역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여 우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왜나하면 우리는 한 형제이고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디 가든지 초보 신앙인들에게 꼭 써 먹는 나의 단골 설교문이다. 쉬운 영어를 구사하니 통역하는 ‘레니어’ 목사가 이 정도는 누워 떡먹기란 식으로 통역을 자신 있게 잘 한다. 아마 몇 마디씩 더 덧 붙여 자기가 보완해서 은혜롭게 통역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통역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큰 은혜를 받는다. 그 조차도 성령의 은혜이리라.

     ‘당신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라는 것을 믿습니까?’

     ‘당신은 하나님이 당신을 만드셨다는 사실을 믿습니까?’

     ‘모든 부모는 자녀에 관하여 소망과 목적을 갖고 있음을 아십니까?’

     ‘하나님 역시 자기 자녀에 관하여 소망과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만드셨고 당신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하나님을 만나시길 원하십니까?’

     ‘하나님은 자녀인 당신을 만나길 원하십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십니까?’

     ‘그러면 우리 잠시 후 우리의 마음 문을 열고 간절히 함께 기도해 보십시다. 그러면 하나님이 무언가 우리에게 알려주실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일일이 한 사람씩 면담하며 돌아가니 문학적인 유창한 설교는 아니더라고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실은 이렇게 한 사람씩 면담을 하면서 내 자신이 더욱 진지해 지고 모든 분위기가 진지해 졌다. 성령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진리는 간단한 데 있다는 말처럼 단순한, 누구나 다 아는 아주 단순한 대화가운데서 그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고 내 마음이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각자 면담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가져간 사영리 책자를 약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공부시켰다. 그리고 모두 함께 통성으로 기도하였다. 그랬더니 온통 다시 불바다가 되고 은혜가 넘쳐나기 시작하였다. 통성기도 후 체구가 건장한 제재소의 청장년들과 그 부부가 함께 기도받길 원하여 기도해 주고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렇게 하여 심방을 모두 마쳤는지 알았더니 다시 또 한 가정이 있다며 ‘레니어’ 목사가 나를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능력을 체험하고 복 받은 분

     이곳의 분들은 조금 전의 가정과 달리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한 분들이 주로 모인 곳이다. 교회는 데바의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레니어’목사의 구역에 있는 분들이므로 레니어 목사가 매주 일정한 시간에 이들에게 성경공부를 지도하고 있는 곳이다. 조그만 기도처를 예배당처럼 만들어 놓았다.

     기도처 입구에 가니 건장한 체구에 키가 큰 시커먼 청년이 어설픈 한국말로 나를 반가이 맞이한다. 이름은 ‘아로쉬(arosh)’이다. 자기는 한국에 한 5년 동안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예수님을 영접하였다고. 한국의 아줌마들은 대단한 분들이라고. 교회에서 ‘아부지 하나님!!!’을 외치며 끝까지 요란하게 매달리는 아주 신실한 분들이라고. 그 분들에게 붙잡혀 예수 믿게 되었다고. 예수 믿고 복 받아 한국에서 많은 돈 벌어서 큰 부자가 되었다고. 실은 자기는 군대를 탈영하여 쫒기는 신세로 몰래 한국에 입국하였는데 모든 게 하나님의 뜻으로 그곳에서 복음을 영접하고 열렬한 신자가 되었다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여자를 만나 결혼하여 지금은 미국 시민권을 갖고 풀로리다 주에 살고 있다고. 현재 직업은 스리랑카의 가구를 미국에 수출하는 일을 맡고 있는 데 너무나 잘 된다고. 지금 예배처소가 너무 더워서 내일 중으로 에어컨을 설치할 예정이니 다음에 꼭 다시 오시면 시원한데서 말씀전하시게 하겠다고. 자기가 한국에 처음 갈 때는 1 달러도 없었지만, 한국에서 돈 많이 벌어서 지금 이 집도 자기 집이며 이 주변의 것들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한국의 열렬한 아줌마 신앙이 이를 큰 믿음의 용사로 키워냈다는 말에 자긍심이 생긴다.

     이는 계속 줄줄이 사탕으로 은혜가 넘쳐난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말을 할 때는 어깨에 제재소에 있는 큰 통나무를 힘겹게 메듯 하는 몸짓을 하여 보이기도 하였다. 그 만큼 많이 벌었다는 표현이리라. 정말로 하나님 잘 믿고 크게 출세한 청장년이다. 이제 겨우 서른 살이라는 젊은이가 돈 두 많이 벌고 감히 검은 색 피부의 못생긴 얼굴을 가진 청년이 하얀 고운 피부의 아름다운 미국여자를 부인으로 얻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수입상 사장노릇을 하며 하나님의 용맹스러운 군사처럼 복음을 사모하고 있으니 얼마나 하나님 보시기에 예쁘고 장한 아들인가.

     저렇게 하나님을 잘 믿어 당당한 청년을 어떻게 말씀으로 은혜를 끼칠 수 있을까! 역시 또 성령님을 의지할 수밖에. 여기 오기 전 첫 번째 집에서 통역을 잘 하던 ‘레니어’목사도 지금은 영어 잘하는 사람 앞이라 그런지 통역조차 어물거리고 있다. 이러다간 사탄마귀의 밥이 되어 완전히 패패하고 말겠다. 하여 계속 기도하고 찬송하고 마음을 연약하게 하는 사탄마귀의 세력들을 물리치고 성령님을 의지할 수밖에.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역사가 일어났다. 그동안 마음으로 하나님을 부정하던 몇 몇 분들이 말씀을 듣자 즉시 회개하고 앞으론 교회에 잘 나가겠다고 간증한다. 오랫동안 불교인이었으며 지병으로 고생하던 불쌍한 60대 중반의 노인이 몰골을 하고 간신히 뒤편 의자에 앉아 있다가 통곡을 하며 회개하기 시작하였고, 연세든 여자 성도 분들이 마치 한국의 아줌마들처럼 막 소리 지르며 회개하고 기도하니 정말 성령의 불이 온 집을 태우고 목공소 전체를 태울 태세를 하는 듯하다. 말로 하는 설교보다 마음으로 하는 설교가 더 교감이 빠른 것 같다.

     어느 듯 셀 집회를 마치니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로쉬가 기념촬영을 하자고 성화이다. 불빛이 어두워 안 되겠다 해도 괜찮다며.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확대하여 놓겠다며. 내일 에어컨 설치하면 다시 방문하시어 성경공부 좀 인도해 달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스리랑카에 오자마자 믿음의 큰 용사를 만나니 천군만마를 만난 기분이다. 지구촌 어딜 가나 예수 안에서 한 형제로 만나자 마자 반갑고 즐겁게 지내니 하나님 믿은 것이 얼마나 유익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