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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드디어 그녀가 해냈다(2009년 3월 1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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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무 목사 |
오늘은 이곳 빰팡가에서의 봉사를 모두 마치는 날이다. 오전으로 금번 봉사활동을 모두 종료하고 그동안 수고한 스탭들과 교회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산미그엘’이라는 읍내로 종무파티 겸 송별파티를 갔다. 지저분한 도시 주변과 음식점 분위기에 비해 음식은 비교적 맛있는 편이다. 각자 식성에 맞는 대로 골라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종무파티를 하였다. 그동안 정말 모두 너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걸어서 약 30여분이나 되는 먼 곳에서 햇빛이 쨍쨍 내리 쬐이는 뜨거운 날씨에 도보로 걸어와 봉사한 이도 있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하루 종일 봉사한 이도 있다. 어디가나 헌신적으로 나를 따라주는 이들에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즐거운 파티를 하면서도 자꾸만 내 마음엔 어제 왔다간 변비환자만 생각난다. 변을 보지 못해 배가 남산만큼 부어 오른 그녀가 먹지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까! 오늘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더 치료해 주고 싶었는데 왜 안 왔을까? 식사 후 가까운 슈퍼에 들려 그녀가 먹을 만한 것들을 푸짐하게 골라 샀다. 과일도 사고 그리고 에너지를 보충해 주기위해 코코아와 밀크도 샀다. 장보는 걸 잘 몰라 ‘에미’씨에게 그녀의 몸조리를 위해 무엇이든지 풍부하게 사라고 하였다. 아이를 출산하고 너무 먹지 못해 실명하기까지 이른 그녀가 너무 불쌍하고 안됐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스탭들과 곧 그녀의 집을 심방갔다. 빰빵가의 푸르고 드넓은 들판 저 멀리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긴 논두렁을 지나고, 또 물소들이 노니는 시골 동네 를 지나 물어물어 찾아갔다. 약 40여분 동안 걸어 찾아간 그녀의 집은 예상한 대로 농가 한 구석 후미진 곳에 판자로 대충 지은 허름한 집이었다. 집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나이 40에 벌써 자녀를 7명이나 두었으니----. 단칸방에 들어설 틈도 없이 아이들로 꽉 찬 기분이고, 그녀는 한 모퉁이에 정신없이 쓰러져 누워있다. 아이들이 손님이 왔다고 깨워도 대꾸할 힘이 없는지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누워만 있다.
내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녀의 복부이다. 변과 가스를 배출하지 못해 고생하던 그녀의 복부가 나에겐 가장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누워 있는 그녀의 배를 만져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딴 사람처럼 그녀의 배가 푹 꺼져 있는 게 아닌가!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이 부어올라 있던 배가 하루 만에 푹 갈아 앉다니!
그녀의 자녀들이 일러준다. 오늘 아침 두 달 만에 처음으로 환자 스스로 변을 보았다고! 조금도 아니고 한 대야 정도를 쏟아 내고는 힘이 없어 다시 정신없이 쓰러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저렇게 누워만 있다는 거다. 바싹 마른 배에 바가지 하나 올려놓은 것처럼 불쑥 부어올라 있던 배가 모두 들어간 것을 보고 나는 물론이고 따라갔던 스탭들이 모두들 놀라고 신기해하며 좋아하였다. 침뜸요법과 파라핀 요법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관장을 해도 빠지지 않던 배가 단 이틀간의 요법으로 빠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도 처음 겪어 보는 임상경험이다. 침뜸요법은 응급상황에도 가능하다는 임상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살았다. 몸조리만 잘 시키면 사는 건 문제없게 되었다. 정말로 기쁘고 뿌듯하고 감사한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도 또한 위에 계신 분의 특별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 봉사단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녀의 믿음이 하나님의 기적을 이루게 하였다. 하나님의 기적은 그저 일어나지 않는다. 믿음과 피흘림의 헌신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영은 찾아 오신다.
잠시 기다렸다가 그녀를 간신히 깨워 의식을 차리게 한 후 침을 놓고 뜸을 떠 주니 기운이 좀 돈다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좋아하는 기색을 보인다. 스탭들에게 물을 좀 끓이라고 부탁하였다. 더운 나라이지만 환자에게는 끓여 먹여야 탈이 없을 것이다. 사들고 간 코코아 밀크를 뜨거운 물에 한잔 타서 한 숟갈씩 입을 축여주었다. 옆에서 ‘에미’씨가 가끔 망고를 깎아 잘 익은 살을 조금씩 떼어 입에 넣어주니 잘 받아먹는다. 생전 밥 이외엔 먹어 볼 생각도 해 보지 못한 것을 입에 대니 입맛이 당기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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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그녀의 입에 코코아 밀크를 한 숟갈씩 넣어 주다가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에미'씨와 옆에 서 있는 스탭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느닷없이 던져보았다.
“하나님이 어디 계시나요?”
“하늘에 계십니다”
“노”
“내 마음에 계십니다”
“노”
옆에 있던 스탭들이 모두 귀를 쫑긋 기울이고 나와 ‘에미’와의 대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럼 정답이 무어란 말인가? 하늘에도 안 계시고, 마음에도 안 계시면 하나님은 어디 계시다는 건가? 모두 의아한 듯이 나에게서 무슨 대답이 나올까 기대한다. ‘에미’씨도 약간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두 번이나 답을 하였는데도 “노”라고 대답하니 자기도 이제 더 이상 다른 답을 말하지 못하고 나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나는 다시 환자의 입에 숟갈로 코코아를 떠 넣으며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하나님은 지금 신음하며 누워있는 불쌍한 이 여인의 모습으로 내 앞에 와 계십니다”
그제야 모든 스탭들이 고개를 끄떡인다. 난 준비하지도 않았던 말을 계속 성령에 이끌린 듯 다음과 같이 이어갔다.
“하나님은 우리를 찾아 오셔서 만나고 싶어 하시며 늘 우리 주위에 와 계시지만, 우리는 그분을 피하여 다른 곳에 가서 울며불며 하나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졸라대기만 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항상 내 주위에서 나를 만나기를 원하시고, 나와 동행하길 원하십니다”
“희생이 없이 말로만 하는 하나님에 관한 증언은 신앙이라기보다 샤머니즘입니다”
난 묻지도 않는 말을 혼자 열을 내고 지껄이며 나의 스탭들이 들으라고 외쳐댔다. 계속 나를 따라 다니며 수고한 이들에게 격려의 말은커녕 교훈하고 나무라듯이! 나도 모르겠다. 왜 그 순간 그런 말이 튀어 나왔는지.
어느 날 서울에서 한 환자가 봉사를 받고 난 후, 다음에 다시 목사님을 만나 신앙상담을 좀 하고 싶다는 거다. 이유는 요즈음 하나님을 꼭 만나고 싶기 때문이라고. 난 아무 대답도 없이 몸을 돌봐 주기만 하였지만, 속으론 정말 다시 만나기 겁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만나게 해 줄 수 있으며, 또한 저분이 하나님을 만난들 알아 볼 수나 있을까! 특히 축복이나 받아 보려고 찾아다니는 분들에게 어찌 내가 하나님을 만나게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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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에게 금일봉을 전하고 엄마에게 맛있는 것 많이 해 드리라고 신신 당부하며 심방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해는 넘어가고 까만 밤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빰빵가 평야위에 아름답게 떠서 어두운 시골 밤길을 밝혀 준다. 옛날 시골길을 걷던 고향 생각이 난다. 언제 다시 또 이곳을 올 수 있을지. 아마 이제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스탭들에게는 서운하지 말라고 또 오겠다고 하였다. 어디가든지 만나면 땀 흘리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나 그러나 다시 만나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생각할 때 나도 인간인지라 서운함을 금할 길 없다. 하여 헤어지면 사진이나 보려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밤길을 걸으면서도 그 여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며칠만 더 있을 수 있어도 그녀를 좀 더 보살펴 주고 갈 수 있을 텐데----. 하나님은 이 여인을 만나게 하시기 위해 금번 나를 이 먼 곳까지 보내셨나보다. 아니 하나님은 수고한 우리들을 꼭 만나고 싶으셔서 마지막 날 우리를 이곳에 인도하셨나보다.
우리가 걷는 까만 밤 하늘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둥근 달 옆에 또 다른 달이 두개나 더 떠 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마찬가지다. 옆에 있는 스탭들에게 물어봐도 그들도 세 개로 보인다고! 이상한 일이다. 무슨 현상에 의해 달이 세 개로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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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무 목사는
류기종 교수, 채현기 목사, 김기현 목사, 정화건 목사와 더불어 예수전인치유선교회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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