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재단 이사장 박형규 목사의 회고록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 출판기념회가 2010년 5월 6일(목) 오후 5시, 명동 서울 YWCA 4층 대강당에서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남북평화재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여 열렸는데 박형규 목사와 평생을 함께 했던 각계의 인사들이 모여 출판을 축하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는 환영인사를 통해 ‘동지들이 함께 해서 기쁘다. 함께 하지 못한 분들이 있어 아쉽다. 73년 부활절 예배 사건을 통해 박형규 목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사건에 문제의식을 갖고 나도 사회현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박 목사가 길에서 예배한 6년 간의 삶에 분노를 느꼈는데 책을 보니 박 목사는 분노를 잘 식인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목사의 삶은 정의, 사랑, 평화로 이겨내는 삶이었고 인생과 신앙의 귀감이다. 한 개인 만이아니라 모든 동지의 뜻을 기리며 이 암울한 시대를 뚫고 나가는 힘이 되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고록을 출판한 창작과비평사의 편집인 백낙청 교수는 ‘오늘의 주인공 박형규 목사의 책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대 서사시이다. 박 목사는 단순히 독재에 저항한 것이 아니라 천대 받고 가난한 민중과 바닥에서 함께 하신 분이다. 창비가 책을 펴낸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직 민주화가 자리잡지 못했고 옛날보다 더 방향감각을 읽은 것 같은데 박 목사가 건강해거 길 잃은 양을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간행사를 했다.

회고록을 정리한 임재경 선생은 ‘이 책은 박형규 목사 자신의 증언인데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의 입장에서 박 목사의 활동을 기록하고 수집하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회고록을 미리 읽고 소감을 밝힌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박형규 목사의 삶이 함석헌 선생의 말대로 수난과 고난의 역사였다. 교회가 성장에 몰두할 때 박 목사는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기독교 안으로 끌어들였다. 박 목사는 스스로를 하나님 발길에 채인 사람이라고 하는데 결과는 항상 좋은 쪽으로 났고 옆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기독교의 한국화를 이뤄냈다. 또 이 책은 자신이 써달라고 해서 쓴 책도 아니고 박 목사에게 감동 받은 이들의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 쓰여진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를 잊으면 그 역사는 반복된다. 잊지 않기 위한 각오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박형규 목사의 변호를 맡기도 했던 한승헌 변호사는 축사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목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박형규 목사는 다른 목사와는 다르다. 여러 시간과 공간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박형규 목사를 만났는데 매번 그의 올곧은 믿음에 감동했다. 나는 내가 변호한 피고들에 의해 감동을 받아 예수를 믿게 되었는데 그 처음이 바로 박형규 목사이다’라고 했다.

남북평화재단 이사인 조화순 목사는 ‘나도 많이 잡혀 갔었는데 그때마다 담대할 수 있었던 것은 박형규 목사 때문이다. 박 목사는 매우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는 박 목사를 닮아 웃으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려고 했었다’며 추억을 회상하며 축사를 했다.

전 CCA 총무인 안재웅 박사도 축사에서 ‘박형규 목사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으르도 축제를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축제와 춤을 비웃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비록 흥행하지는 못했어도 우리는 신나게 춤을 추었다. 이 책에 담긴 박 목사의 생애와 사상은 우리 마음에 품은 아이콘(성상)이다. 기쁨과 감동을 주는 아이콘이다. 이 사람을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다는 성서구절이 잇는데 박 목사가 바로 이 시대에 그런 역할을 한 분이다’라며 축사를 전했다.

끝으로 박형규 목사가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박 목사는 ‘나는 좀 모자라는 사람이다. 내가 앞장서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날 꼬시고 날 이끌어서 민주화운동도 하고 감옥도 갔다. 4.19 때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학생들을 보고 목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나를 이끌었다. 박형규가 없어도 민주화는 이루어지고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말씀을 마쳤다.

1부 기념회가 끝나고 5층 식당에서 만찬을 하였다. 만찬 중에 축하의 떡 커팅식이 있었고 박형규 목사는 흘러나온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멋진 춤사위를 선보이고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박 목사의 회고록에 서명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형규 목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박형규 목사에 대한 이야기는 적지 않게 들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남북평화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사실에 좀 놀라기는 했었다. 사실 그처럼 힘든 시대에 강인하고 올곧게 살아오신 박형규 목사의 삶이라지만 내게는 그저 마음 좋고 예의 바르신 노인으로만 보였다. 기독교의 운동은 투쟁운동이 아니라 살림과 평화의 운동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그의 삶이 잘 보여주는 듯하다.

출판기념회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젊은 사람들, 청년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겨운 시대에 올바른 삶을 살아왔던 거장의 역사와 그 동지들의 실천이 후대에 제대로 전수되지 않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전설이 된 박형규 목사의 삶, 그러나 그 자신은 전설이 아니라 그저 목사다운 목사가 되기를 바랬던 것 같은데 명망가의 틀 안에 가둬버린 현실이 아닌가 하여 아쉽게 느껴졌다.

이날 참석하여 발언한 이들이 은연중에 말했듯이 지금 또다시 민주화의 불길이 요청되는 때이다. 그래서 박형규 목사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다. 박형규 목사의 말대로 민주화의 불길을 다시 일어날 것이고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그의 삶과 신앙, 신학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와 동시대를 잠시 살았다는 것이 은혜인가보다. 그 은혜를 더 잘 깨달아 알게 되기를 내 자신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