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총장 채수일 박사)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16일 경기도 오산시의 한신대학교 교회당에서 기념예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 중에 기금을 전달하는 순서가 있어 우연히 기념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는 기념행사, 한신상 수상식, 기념예배, 축하오찬 등 총 5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비교적 매끄럽지 못한 구성으로 진행되기는 하였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며 부러운 마음을 갖게 하였다.

기념행사에서 채수일 총장이 간단하게 연설을 했다. 그 연설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더불어 가는 실천지성’이었다. 상아탑 안에 갇힌 신학,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신학, 교회의 양적 성장에만 몰두하는 신학이 아니라 삶 가운데서 더불어 이웃을 섬기는 실천을 지향하는 신학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또 축사를 하기 위해 나선 사람 중에 경기도 교육감인 김상곤 씨도 있었다. 김상곤 교육감은 한신대 출신이라고 한다.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관철시키기 위해 벌인 투쟁은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었다. 그런 사람이 한신대출신이라니 부럽다.

한신상 수상식이 2부로 열렸다. 한신상은 한신대 교직원, 법인 임원, 동문 및 국내외 인사 중 하신의 민주화 전통과 그 듯에 부합한 사람으로, 학교와 사회발전에 크게 공헌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동안 고 장준하 선생, 고 문익환 목사, 고 강원용 목사, 김상근 목사 등에게 수여하였는데 올해는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수여하였다. 이휘호 여사가 대신 나와 수상하였는데 이런 상을 제정하여 수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특별하게 여겨졌다.

3부 예배시간에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보내기 위한 성금을 '함께 나누는 세상'에 전달하였다. 학교에서 마련한 1,500만 원과 교직원, 학생들이 모금한 300만 원, 합하여 1,800만 원이라는 돈을 기꺼이 내놓는 것을 보니 더불어가는 실천지성이라는 말의 의미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한신대는 내가 졸업한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사회적 참여와 진지한 신학성찰을 경쟁하던 학교이다. 한신대는 민중신학으로, 감신대는 토착화신학으로 7-80년대 신학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감신대는 이제 더 이상 토착화신학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내세울만한 건더기가 없다. 물론 한신대도 민중신학 학풍이 많이 후퇴한 것이 사실이나 여전히 민중신학적 신학실천을 담보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현재 한국 신학대 중에서 유일하게 신학적 현실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리교회가 감독회장 선거로 시끄럽다. 벌써 1년 하고도 7개월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정치적 계산만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감신대의 학풍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아마도 분열과 다툼은 영원하리라 본다.

감신대에서는 과거의 연구풍토, 진지한 학문적 열정으로 던지는 질문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3-40분 거리, 직장에서 5분 거리에 있지만 발걸음이 돌려지지 않는다. 감신대 안에서는 교수들이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고 학생들은 질문 없이 교리만 외우는 앵무새가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책임은 교수들에게 있다. 연봉이 1억에 육박한다는 철밥통을 차고 앉아 자리싸움이나 하고 있고 패거리나 짓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그 모든 것이 교수들만의 책임이 아닌 것은 알겠다. 그러나 결국 학교를 건강하게 지켜야 하는 것은 교수들의 몫이 아닌가. 사랑해 마땅한 모교를 강탈당했다는 느낌이 과연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지 궁금하다.

한신대가 후퇴하고 감신대가 변절하면서 한국교회는 급속도로 보수화되었다. 후퇴와 변절로 보수화된 것인지 보수화되어서 후퇴하고 변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신학교가 바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선배 목사는 옛날에 ‘한신대는 바보를 모아다가 천재를 만들고 감신대는 천재를 모아다가 천재로 키운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지금은 '한신대를 보면 한심하고 감신대를 보면 깜깜하다'는 말이 교수들 사이에서 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신대의 70주년 생일잔치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아무튼 감신대의 변절을 아쉬워하면서 한신대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가 숙여진다. 한신대의 70주년 기념행사를 보니 이제는 나도 강탈당한 모교를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