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연구소(이하 한기연)의 월례 예수포럼이 4월 19일(월) 저녁 7시 청파교회에서 김경재 교수를 초청하여 진행되었다. 한기연의 월례 예수포럼은 ‘나의 인생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교계 및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을 초청하여 삶의 여정과 신앙적 고백을 듣는 자리로 매월 셋째 월요일 저녁 7시 청파교회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이번 달의 포럼은 열아홉 번째 자리였다. 그동안 이현주 목사, 정희수 감독, 김상봉 교수, 박효섭 목사, 박원순 변호사, 홍세화 선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혁적 활동을 전개한 이들이 초청되었다.

김경재 교수는 한신대에서 오랫동안 강의하였고 명예교수로 추대되었으며 한국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김경재 교수는 1940년에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유교적인 교육자 집안에서 성장하였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자연생태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김 교수의 강연을 요약한다.

‘한국동란 어려운 시기였지만 정상적인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감성이 순수하고 예민했던 고교시절에 인간의 역사와 근본문제에 눈을 뜨고 교육과 종교, 삶과 죽음, 유한과 무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성경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나름대로 신비한 체험도 하였다. 광주 동부교회에서 백영흠 목사에게 신앙지도를 받고 수유리 한국신학대학교에 입학하여 김재준 목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 기간에 장공 김재준 목사의 자유혼을 습득하였고 개혁파교회의 영향을 받았다. 복음은 삶의 전체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운동을 일구어 나가는 것임을 고백하게 된 시기이다. 그리고 복음적 진리는 이성과 자연을 억압, 파괴하지 않고 완성시킨다는 것도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기독교의 본질이 십자가에서 죽임 당한 예수 그리스도를 길과 진리, 생명이라고 고백하는 신앙이며 하나님이 그를 사망에서 일으키신 것을 믿는 부활의 종교이며 옛 인간성이 성령 안에서 거듭나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해 살도록 추동하는 구원의 능력이라고 고백한다.

또 내가 보기에 한민족사 4,000년 가운데서 가장 의미심장한 두 가지 사건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와 성경의 한글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한글문자와 한글성경이 한민족에게 있는 이상 아무리 어렵고 답답한 현실, 한국교회의 타락상태라 해도 복음이 창조적 변화능력에 의해 생명, 평화, 정의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한국 개신교는 너무나 빨리 노쇠증에 걸리고 경직화되어 초창기의 창조적 생동력을 상실하였다. 개혁되지 않으면 새로운 햇가지가 출현할 것이다. 기존교회는 명맥을 이어가지만 한국사회를 새롭게 변화하는 창조적 에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권주의, 자본주의적 생리, 성직자의 명예욕과 탐욕, 이성과 과학에 반대하는 계몽기 이전의 신학풍토, 지구촌 이웃 종교에 대한 무지와 독단적 폐쇄성의 병폐가 너무 치명적이다. 이 해독에서 벗어나야 개신교가 살아난다.

내가 꿈꾸는 신학적 과제와 전망은 대승적 기독교 개론서를 집필하는 서이다. 기존 서양기독교 신학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했던 이원론적 세계관을 극복하여 이성과 계시, 이 세상과 저 세상, 하나님의 내재와 초월, 역사와 자연, 원제와 원복, 종교와 과학의 대립갈등이 극복된 통전적 실재계 안에 전일적 복음의 진리로 충만회통하는 기독교가 대승적 기독교이다. 둘째로는 이단신학이라고 정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직한 신학적 지성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며 세 번째로 깨어 있는 성숙한 평신도들과 진보적 목회자들이 힘을 합하는 생명, 평화, 정의 기독교 연대(가칭)의 형성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한기연이나 청파교회가 그러한 창조적 소수자 그룹의 선도적 공동체라고 믿는다.’

이날 포럼에는 오십 여명이 참석하였다. 특별히 한기연에서는 최근에 출간된 ‘첫 번째 바울의 복음’을 참석한 이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 바울의 복음’은 인터넷 교보문고의 ‘바울’ 검색에 7주 연속 3위 이내에 들 만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며 1쇄 1,500부가 거의 다 나가 조만간 번역을 다듬어 재판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