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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이야기] 첫 목회를 준비하는 마음작은교회 목회를 좀더 잘 준비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방현섭  |  raceer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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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1월 12일 (월) 17:47:42
최종편집 : 2009년 01월 12일 (월) 21:56:30 [조회수 : 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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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아시겠지만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속담입니다. 시작을 잘 하면 그 탄력에 의해서 이후의 일도 잘 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을 잘못하면 끝에 가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낭패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하긴 끝에 가서라도 다시 풀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그런데 목회라는 상황에서는 불행하게도 ‘처음부터 다시’가 만만치 않은 얘기라는 것입니다.

이제 목회 십 년차에 접어들면서 지난 시간의 목회를 돌이켜보니 문득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 십년밖에 안 한 사람이 수십 년씩 목회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너무 시건방지게 말하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뒤이어 목회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서 꼭 해둬야 할 말인 것 같아 몇 자 적습니다.

저는 2000년도부터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목회를 준비하는 1999년에 청량리감리교회 교육행정전도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청량리교회는 약 500여명 가량 모이는 중대형교회로 감독을 역임하신 목사님이 담임하고 계셨습니다. 안산지역에서 교회개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큰 실망을 안고서 소위 일반적인 루트로 목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교회를 구한 것입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루트는 이렇게 저렇게 얽힌 인맥을 통해 작은 교회를 소개 받고 담임전도사로 파송 받아 나가는 길을 가리킵니다. 당시에는 수련목회자 제도가 없었거나 막 시작하는 단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유일한 목회자 진급의 길이었겟지요.

제가 청량리교회에 교육행정전도사로 나가게 된 것은 나름대로 규모 있는 교회에 다니면서 교회를 성장시킨 분들의 목회적 노하우를 배워보자는 심산이었습니다. 사실 대학원 학비를 편하게 충당할 수 있는 자리를 구하려던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목회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일가친척들이 목회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오기만 했지 실질적으로 해본 적은 없었기에 목회를 위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 밤에 바라본 좋은만남교회 ⓒ 이필완

그런데 청량리교회에서는 약 6개월가량 있다가 불현 듯 목회자리가 나서 사임하고 담임전도사로 가게 되었습니다(너무 갑자기 나오게 돼서 청량리교회 교우님들, 특히 교육부 여러분들께 지금도 매우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렇게 가게 된 교회는 서울 은평구의 신성교회(현재는 좋은만남교회로 명칭변경을 하였습니다)로 당시 십여 명이 모이는 지하실 예배당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한 목회를 몇 달간 해보니 제가 큰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목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떻게 목회를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임지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목회가 예전 같지 않게 어렵다, 힘들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하여 몇 년동안 열심히 하고 고생 좀 하면 부흥하고 성장하고 자리를 잡아 자립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처럼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비록 6개월이지만 청량리교회에서 어깨너머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실질적으로 이 작고 가난한 교회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알게 된 것입니다. 중대형교회는 돈도 있고, 인력도 있고, 열성도 있으며 대상도 있지만 막상 제가 목회를 시작한 교회는 돈도 없고, 인력도 없었습니다. 인력이 없으니 열성도 별로 없었고 지역에서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조차 없는 교회이다 보니 전도를 하거나 그 무슨 사업을 하기에도 대상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내가 장차 나아가게 될 길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헛물만 켜다가 목회에 내팽개쳐진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준비하지 못해서 내가 목회지, 신성교회를 내팽개쳤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교회들이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와 정보들은 예상 외로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한국교회의 절반 이상이 미자립 작은 교회라고 하던데 정작 그 교회들은 진급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교회로 여겨졌기 때문인지 어느 누가 정성들여 작은 교회를 목회하기 위한 자료를 축적해 놓은 것이 없다고 할까 그런 상태였습니다. 결국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시행착오를 하고 실패와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혹은 목회를 할 준비를 하던 시절에 제가 나아가게 될 길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상황은 그래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듭니다. 서리로 목회를 시작하는 사람이 5-60명, 1-200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에 담임자로 갈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열이면 열 교인이 한두 명, 두어 명, 좀 많으면 여남은 명이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아예 한 명도 교인이 없는 교회에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작은 교회에서 목회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500명 출석하는 교회에 나가서 목회를 배우겠다고 했으니 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일이냐는 말입니다.

제가 목회를 한 열 명이나 출석하는 작은 미자립교회에서 시작해서 500명 정도 모이는 교회가 되려면… 요즘 같은 상황이면 평생 해도 안 될 확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이즈의 교회에서 실행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배워서 제 목회에 적용하겠다고 했으니!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는데 착각을 해도 한참 착각한 것입니다. 설령 기적 같이 500명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때는 이미 목회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몇 번은 바뀐 뒷일 것입니다. 500명 교회의 시스템과 프로그램, 노하우는 결국 제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 보면 1-2학년 때에는 본교회나 작은 교회에 출석하면서 신학생 시절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남학생의 경우) 군대에 갔다 와서 복학하면 3-4학년 혹은 대학원생이 되어 ‘이제는 목회를 배우고 싶다’는 명복으로 중대형교회로 향합니다. 그런데 중대형교회의 교육 및 행정전도사를 하다가 목회자리가 나면 역시나 규모가 작은 교회, 성도들이 적은 교회, 자립하지 못한 교회로 첫 목회를 나가게 됩니다. 문제는 중대형교회에서 눈으로 본 것이 있고 입으로 맛본 것도 있어서 도무지 자기가 지금 서 있는 현실의 목회현장이 양에 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손을 꼽아 가면서 빨리 삼년을 채워 사람들 많은 곳, 할 일 많고 쓸 돈 많은 교회로 갈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혹시라도 오해와 분노는 하지 마십시오.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일종의 분석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원인은 지금의 시스템에 있다고 보지 개인에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요즘은 수련목회자 제도가 있으니 선택의 폭이 조금 다양해 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련목회자도 안수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길이 작은 교회 목회입니다. 그러니 비록 큰 교회에서 수련목회를 하거나 교육전도사를 한다고 해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작은 교회 목회이고 작은 교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전략입니다.

제가 신학대학교에 다닐 때와 지금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신학생들은 상당수가 찬양사역자가 되겠다고 말한다고 합니다만 찬양사역자 혹은 찬양목사가 되려면 먼저 목사가 되어야 하고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 담임자를 거쳐야 합니다. 최종적 목표점만을 볼 것이 아니라 최종적 목표점을 향해 가는 길목도 눈여겨 보고 그 길목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국교회 특히 한국감리교회의 상황에서 목사의 길은 미자립교회, 작은 교회로부터 시작합니다. 첫 단추인 셈입니다. 이 첫 단추를 잘 채우기 위한 준비가 없다면 일생의 목회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길의 실체를 보고 그 실체에 맞서는 준비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저처럼 뒤늦은 후회로 아쉬워하는 경우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한국교회는 바닥부터 건강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 좋은만남교회 ⓒ 좋은만남교회 사이트 http://gmmc.wo.to/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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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섭 (58.122.195.4)
2009-01-14 01:35:34
언제님, 건강하시죠?
뜻밖의 댓글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안녕하셨지요? 마음은 항상 가까이 있습니다.
솔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 제대로 표현 못해서 지난 번에 만났을 때에는 땡깡만 놓다 온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성숙할 날이 오겠지요.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한 놈이라 언재님의 말슴이 마음 깊이 진지하게 다가옵니다.
저도 한 사람으로 인해 강단 앞에 엎어져 또 땡깡을 부리고 울기도 할 날이 오겠지요. 그런데 아직은 사랑이 부족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 예수목회세미나에 오신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지난번보다는 조금 성숙한 모습으로 언재님 앞에 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남을 고대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리플달기
10 15
언재 (121.180.104.193)
2009-01-13 14:06:58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방현섭 목사님 다운 솔직 담백 그리고 담대한 글 참 좋군요. 나야 이제는 목회를 마감하는 나이에 이르렀으나, 나도 젊어서 교회를 개척해 보았는데, 그때 눈물깨나 쏟았던 일 지금도 기억됩니다. 교인 한 사람 잃어버리고, 성질이 나서 한 밤중에 교회 강단 앞에 엎어져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울기도 여러번 했고....ㅎㅎㅎ. 결국한 한 사람의 교인을 못쓰게 망쳐놓지 않겠다는 다짐만해도, 긴 여정에서 반드시 아름다운 사연들 엮어낼 것입니다. 방현섭 목사님은 남다른 패기도 있지만, 이런 솔직대담한 말로 후배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느껴지는군요.
리플달기
8 15
맑은노래 (65.30.17.239)
2009-01-13 13:48:00
작은 교회 큰 희망
참 좋은 글이네요, 방 목사님!
은혜받고 갑니다^^
리플달기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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