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배움터 소식
                                                            서형준(산돌학교 교목)

찌는 듯한 무더위를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일같이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 것 같았는데, 어느 새 거리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정겨운 귀뚜라미 소리가 밤잠을 달랩니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하느님의 기운을 느끼고 싶습니다. 2학기를 준비하며 궁금하셨던 소식을 전합니다.

1. 생명의 강 따라 평화를 노래하다!

산과 들녘이 초록으로 뒤덮이며 봄빛 기운이 완연해지기 시작하면 산돌배움터의 식구들은 연중 가장 큰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제 웬만한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바로 “우리 땅 밟기”입니다. 첫 해 강원도 오대산 일대를 시작으로 강화도, 지리산과 섬진강, 변산반도를 거쳐 올해는 여주에서 출발하여 남한강을 따라 문경새재를 넘었습니다(5월 17일-25일). 이렇게 코스를 잡은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경제개발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으며 한껏 국민들을 들뜨게 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 생명의 목소리에 민감한 종교인들은 생명을 강을 살리기 위해 100일 도보 순례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산돌 식구들은 우리의 발로 걸으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매년 그러했지만, 작렬하는 태양아래, 때로는 장대같은 비를 맞으며 20여km를 매일 걷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오전 내내 걸어 도착한 곳이 출발지였을 때에는 너무도 허탈하고 주저앉고 싶기도 했지만, 힘들어 하는 친구의 손을 일으켜주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가운데, 우리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강한 의지, 힘이 되는 친구의 손길, 창조주의 위대한 솜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번이 마지막인 5학년들에게는 이번 순례가 남달라 보였고, 그렇게 훌쩍 자란 아이들을 보며 교사들은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죽어라 죽어라 땅만 보며 걷는 1학년들도 몇 년 후엔 든든한 선배 노릇을 잘 해낼 수 있겠지요. 문득 문득 불어오는 강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걸었을까요? 예수께서는 우리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하셨는데, 생명 가치와 경제 가치, 우리는 어떤 주인을 섬기고 있나요? 어떤 주인을 섬기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요? 동방교회의 깊은 영성을 간직했던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가슴 한편에서 그의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2. 희망을 짓는다!

지난 6월 5일에는 5년의 짧은 산돌학교 역사에서 긴 미래를 설계하는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개교 이래 항상 기도하고 염원해오던 “고등부 기숙사 건축 기공식”이었습니다. 작년 10월 ‘입석교육원 증축을 위한 청원서 및 헌금 약정서 전달식’을 기점으로 추진되어 온 기숙사 건축 계획이 교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제 그 첫 삽을 뜨게 된 것입니다. 기공식은 신경하 감독회장을 비롯하여 이사회와 학보모들을 모신 가운데, 산돌의 자랑인 풍물패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기공예배를 드린 후,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기숙사 건축 예정지의 흙을 한 삽씩 뜨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날 감독회장께서는 산돌학교는 한국 감리교의 교육 선교의 맥을 잇는 감리교 교육운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시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사랑하며 배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수학교를 만들어 가는” 희망을 세워주기를 부탁하셨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비록 기공식은 가졌으나, 예상치 못한 법적인 문제들과 건축자재비의 폭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학부모님들께서 다시 한번 정성을 모으고자 “기숙사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을 11월 22일 경에 열 계획입니다. 산돌학교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협조와 후원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입니다. 어려움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되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기숙사 건축에 발맞추어 지난 7월 9일부터 열흘 동안은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가 있었습니다. 덩그러니 컨테이너 2개를 놔두고 사용하던 도서관이 멋있는 목조건물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깔끔히 리모델링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공사는 대목일을 하시는 조신호(1학년 조혜성군의 父)님께서 공사를 맡아 해주시면서 여러 학부모님들이 일손을 거들어 주시는 아름다운 현장이었습니다. 2학기부터는 우리 학생들이 도서관을 PC방 드나들듯이 할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듭니다. 다시 한번 더운 여름날 구슬땀을 흘려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3. 촛불을 들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큰 불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불길은 산돌 가족들의 가슴에 묻혀있던 심지에도 하나 둘 촛불을 밝히게 만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어리석어 보였던 유대 청년의 죽음이 부활의 들불로 살아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6월 10일 산돌 가족들은 서울 시청에 모여 진정으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원하는 국민들의 뜻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또 이 촛불이 사나운 불길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물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물론 현실은 우리의 기대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정치에 관여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인 대안교육의 흐름은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올바른 비판정신을 정립해나가야 할 청소년기에 민주시민정신에 대한 교육은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이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우리는 늘 기도합니다. 우리의 식탁에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가 올라올 수 있기를, 나아가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희생되는 수많은 가축들에게도 용서를 빕니다. 바울의 말처럼 뭇 피조물들은 해방을 염원하며 우리 인간들이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4. 반딧불이와 하나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