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감리교 자유게시판에서 잔잔한 감동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시 6편 모음입니다. 이 시는 거제광림교회 정원기목사가 쓴 것으로 조영숙 부인이 감리교 자유게시판에 올렸고 필자의 허락을 얻어 전재합니다.

ⓒ  당당뉴스 송양현

촛불을 위한 기도
                         2008.7.10
너희는 정의를 외칠지니
하나님은 진실하시기 때문이어라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가
그분으로 인함이니라

너희는 선의를 행할지니
하나님은 선하시기 때문이어라
압박받는 가난한 민중을 극진히 섬기리니
그 헌신이 그분의 뜻이니라

너희는 아름다움을 구할지니
하나님은 아름다움의 근원이어라
입술의 모든 말과 침묵으로 노래하고
걷거나 앉거나 온 몸짓으로도 춤춰야 하리니
그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니라

너희는 사랑을 깨달을지니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어라
만물이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니
자비의 눈물과 뜨거운 가슴으로 소통함은
그분이 만물과 우리 안에 거하시기 때문이라

너희가 밝혀든 촛불이 본시
성전에 밝혀온 진선미애 하나님의 빛이니
그 빛을 꺼뜨리지 말고 온 거리를 밝혀
만민으로 쉬지말고 기도드리게 하라


촛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2008.7.2

빛의 세계에서 내려온 천사들이
흰옷을 입고 춤추며 촛불을 밝힙니다.
그 빛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우리 안의 어둠마저 밝힙니다.

물러설 곳 없는 어둠은 아우성입니다.
검은 옷을 입고 쇠곤봉을 휘두르며
이제 그만 촛불을 끄라고
소화기 탁한 바람과 물을 쏟아붓습니다.

촛불은 꺼지고 천사들의 모습마저 사라져
세상은 다시 어둠이 차지합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밝혀진 영혼의 불꽃은
소리 없이 더욱 밝게 타오릅니다.

꺼지지 않는 영혼의 불꽃은
우리 안의 탐욕과 분노와 미혹마저 태워버리고
우리에게 세상의 어둠과 맞서 싸울 용기를 심어주고
끊임 없이 촛불을 켜드는 손이 되게 합니다.

우리는 여기 모여 기다립니다.
바람이 멎고 물기에 젖은 거리마저 마르고 나면
또 다시 어둠의 두려움에 뭍힌 거리엔
촛불을 밝혀 들고 빛의 세계를 향해 흐르는
물결이 파도 칩니다.


촛불만이 희망입니다.
                              2008.6.29

19세기 혁명기에 두 젊은 성직자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사회가 매우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새로운 삶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시대상황 속에서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한 성직자는 가난한 민중과 노예들의 해방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그리스도께서 구원해 주신 삶을 가치있게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화염에 휩싸인 거리로 나갔고, 또다른 한 사람은 오직 주님과 함께 지내며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 한적한 숲속 수도원에 들어갔습니다.

긴 혁명기가 끝나고 사회가 다시 평온을 찾자 수도원에서 생활을 보냈던 성직자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도시 한가운데 전에 없던 새로운 성당이 세워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드나들며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 성당은 함께 지내다 헤어졌던 친구를 기리기 위한 기념 성당임을 알게된 그는 크게 놀랐습니다. 혼탁한 혁명기간 동안 이미 그는 자기희생을 통해 모든 민중이 기리는 성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모든 사람들을 성당으로 인도하여 기도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는 늘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기도생활에 대한 알 수 없는 의구심이 일기까지 했습니다.

그날 밤 꿈 속에서 그는 주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자신의 삶은 어떻게 다른지 물었습니다. 주님은 다정한 어조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너는 항상 네 밖에서 나를 찾아 헤메이며 기도라고 생각했으나, 네 친구는 내가 늘 자신과 한 몸임을 알고 살았을 뿐이다. 네 친구는 구원의 삶을 누렸지만, 너는 지금까지 구원을 얻기 위해 살았지...."


촛불만이 대안입니다.
                                     2008.6.28

6년전 이맘때입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두 여중생이 걷고 있었습니다.
소녀들은 설레이는 가슴 가득
참새처럼 희망을 노래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효순이와 미선이었습니다.

그때 탱크들이 흙먼지 괭음과 함께
그 곳을 빠르게 스처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소녀들의 모습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더이상 희망의 노래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죽음의 절망과 알 수 없는 분노만이
그곳을 피빛으로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저갔습니다.
효순이와 미선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6년이 지난 2008년 5월.
어둠이 깔리는 서울광장에 누군가가
손에 작은 촛불 하나씩을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그들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키작은 여중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살려주세요. 희망을 노래하게 해주세요."
사람들은 그들을 촛불소녀라고 불렀습니다.

그 여중생들의 외침에서 우리는 순간
효순이와 미선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타고있는 촛불들은 두 소녀의 영혼임이 분명했습니다.
우리 사회 속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로 힘없이
무수히 삶을 희생당하고 있는 모든 여중생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효순이와 미선이는 자신의 영혼을
밤마다 태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또다른 절망을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달려오는 불도저가 있다고
지금 멈추게 해야 한다고....

이 사회 속에서 절망하는 사람들이
어찌 여중생들만 이겠습니까.
여중생들의 아버지, 어머니, 언니, 오빠들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촛불 시위를 두고 불순과 폭력을 운운하며
변질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러기 전에 먼저 대안을 말해야합니다.
저 돌진하는 불도저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무책임하고 비열한
죽어서라도 여중생들을 지키고자 하는
효순이와 미선이를 두번 죽이는
또 다른 불도저와 다를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촛불만이 대안입니다.
촛불로 어둠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달리는 불도저에게 경고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멈춰서라고....
그래서 여중생들이 거리를 마음껏 걷고 뛰며
그들의 어버지, 어머니, 언니, 오빠와 함께
희망을 노래하며 춤출 수 있도록....
촛불을 켜들고 어둠으로 나가야합니다.
촛불만이 대안입니다.


다같이 촛불을 밝힙시다.
                                          2008.6.26

무지는 오만을 낳습니다.
오만은 폭력을 낳습니다.
폭력은 어둠을 낳습니다.

어둠은 촛불로 밝힙니다.

촛불은 믿음을 부릅니다.
믿음은 희망을 부릅니다.
희망은 사랑을 부릅니다.

다같이 촛불을 밝힙시다.


촛불을 조용히 켜듭니다.

                  2008.6.20
촛불을 조용히 켜듭니다.
그리고 대문을 나서 어둠을 향합니다.
빛의 밝기만큼 어둠은 자리를
내어주고 뒤로 물러섭니다.
어둠이 빛을 이기는 법이 없습니다.

한발 한발 조금씩 앞으로 나갑니다.
그때마다 어둠도 자리를 옮겨가며
자신의 자리를 빛에게 내어줍니다.
어둠이 깊으면 깊을 수록
빛은 더욱더 영롱하고 아릅답습니다.
어둠은 빛을 위해 있나봅니다.

요즘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도를 드릴 때 매일 밝혔던 그 촛불이
밤마다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와 함께 기도해온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줄을 정말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소망합니다.
이 촛불들이 꺼지지 않고
더 많은 촛불들이 온 세상에 밝혀지기를....
그리고 마침내 그 촛불 하나 하나의 행렬이
하느님의 전으로 향할 수 있기를....
그래서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껏 찬양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