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와 기독교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아서

(논평 - 조양근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간사)

종교는 한 사회를 통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종교에서 제시하는 윤리․도덕적 가치를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도 했으며, 부당한 권력의 횡포와 압제에 맞서 저항하는 초월적 정신도 종교의 가르침에 근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동일한 문화영역 안에 하나의 종교가 가치의 척도가 되었던 시대는 근대를 지나면서 해체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물적․인적 이동 기존 전통 사회와의 충돌을 일으키며, 한 사회에 새로운 종교가 정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7년 한국사회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이미 100만 명이라는 이주민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고, 같은 한국인조차도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삶의 가치구조와 통합의 기재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종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장례식장에 가면 이처럼 다양한 종교가 한 곳에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문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사회를 통합할 단 하나의 종교적 가치가 없고, 다양한 종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좋은 기능을 하기도 하고, 역기능을 하기도 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벌어졌고, 23명 중 2명이 살해당하기까지 하였다. 이 사태의 원인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과 이를 비난하는 안티기독교인들, 그리고 일부라고 하기에는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가진, 하지만 그야말로 일부인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교가 마치 이 세상에 사라져야 할 종교인 듯, 자신들의 공격적 선교를 지속하겠다는 발언과 이슬람에 대한 지속적인 비난을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지난 기독교역사에서,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문화가 파괴되었는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기독교 선교가 가장 활발했던 19세기~20세기는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이다. 이런 기독교문화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타종교와 타문화를 파괴했다. 서구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선교방식은 그야말로 폭력을 통해 기독교문화를 이식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의 언어는 그들에게 총과 칼만 없었지, 언어적 폭력성은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충분하다. 그런 언어의 폭력성과 함께, 사고의 폭력성은 수많은 교인들을 자신들과 똑같은 폭력적 발상으로 양육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혹여,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도 이슬람교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사고 자체가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 없이 자신도 모르게 휘두르고 있는 폭력이라는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기독교나 이슬람교나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을 여기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앉아 있는 이슬람교인이나 기독교인들 중에 혈통적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이슬람교를 비판하던 일부 기독교인들조차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종교가 가지고 있었던 초월적이고도 보편적 가치를 통해,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지, 어떤 문화적 우월성에 근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강연을 통해 이슬람교와 기독교 모두가 보편적 종교로서 우리 한국사회에 건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이슬람교가 기독교의 가르침과 다르다고 배척해야 할 것은 아니다. 기독교는 자기 종교 안에서도 그런 교리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수많은 종파와 교파가 여전히 기독교 안에 있고, 같은 교단 안에서도 종교적 신념과 교리적 이해는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안에서도 통합되지 못한 가치체계를 다른 종교에 이식시킨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기 모순적이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대방의 가치체계를 부인하고 정복해서 통합하려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이 강연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이슬람교가 추구하는 “평화, 평등, 국적을 초월한 형제애”는 기독교 안에서 예수가 가르쳤던 평화, 평등, 인류애와 유사한 가치이다. 각자의 종교적 신념 아래,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분명한 듯하다. 구약성서에서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할 그날이 평화가 임하는 날이라고 예언하고 있다.(이사야2:4, 미가4:2 스가랴9:9 등)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제자들을 보낼 때, 가는 곳마다 평화를 전하라고 말한다.(마태복음서10:10~11) 이처럼 기독교는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평화가 임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라고 말한다.

유사한 가르침이 있다고 하여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하자거나, 이슬람교인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켜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초대교부 터툴리안은 “종교에서 사람들로부터 자유를 빼앗아 각자가 자신의 섬길 신을 선택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다. 강요된 복종을 달가워 할 인간이 없듯이, 그 어떤 신도 강요된 숭배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호교서,24장)라고 말하고 있으며, 강압보다 종교의 정신에 더 어긋나는 것은 없다고 유스티누스는 말한다. 소르본 대학의 신학자 디루아는 어떤 종교의 강요된 신봉은 그러나 강요의 토대가 되는 정신이야말로 진리의 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입증한다(제4권4장)라고 말하고 있다. 종교는 어떤 신념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 고백을 통해서, 진리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종교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 평등, 인류애를 위한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국사회는 여성차별, 비정규직, 빈곤,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와 같은 사회갈등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여기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각자가 추구하는 “평화, 평등, 인류애”와 같은 보편적 가치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차별받고 소외당한 계층들을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공동의 연대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한국사회의 모든 종교들과의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