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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장도 일요일이면 문을 닫아
토요일인 오늘 부랴부랴 남대문시장으로 갔다.
남대문시장은 대충 필요한 걸 다 살 수 있고
내의 같은 건 순면이 있어 좋다.
단골가게도 있고하니 서툴지 않은 길이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는 길을
오늘은 단번에 가는 9000번 버스로 갔다.
남대문시장은 여전히 붐빈다.
'송월타월'
타월하면 송월타올이라고 할만큼 유명하지만
품질도 좋아 나는 그 가게를 찾아간다.
별 건 아니고 겨우 때밀이수건을 사러갔지만
얼룩이 져서 더러워진 작은 때밀이수건을
덤으로 주겠다는 주인의 말에 조금 놀랐다.
그리하여 큰 거, 작은 거 해서 2천원만 주었으니 횡재한 셈.
고맙단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옆에 운동화 가게가 있다.
오늘의 쇼핑메모에는 운동화도 있었기에
가쁜한 걸음으로 가게에 들어선다.
예쁜 운동화가 많기도 하지만
친절한 주인의 태도에 마냥 기분이 좋다.
오늘은 시작부터 뭔가 잘 풀리고 있다.
헌 신발을 싸들고 새 운동화를 신으니
날아갈듯이 가벼워져 아팠던 다리가 거짓말 같이 멀쩡해졌다.
활기넘치는 사장은 오늘도 생명력으로 넘실댄다.
그래서, 산중에서 수도하던 승이 가끔 시정에 나와
시끄러운 속에서 動中靜의 공부를 한다지 않던가?
언제고 내 집에 놀러올 손녀를 위해 여분의 옷을 사두자.
그리하여, 물장난하다 옷을 적시면 그때 갈아입혀야지....
한때는 머리핀을 열심히 샀지만, 상자 두 개에 가득하여
오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그쳤다.
아침에 마시지 않고나온 커피를 휴게소에서 마시렸더니
"내국인은 앉지 말라"고.
그래도 염체 불구하고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거리는 거리대로 분주하고
건물의 간판은 간판대로 어지럽고
전주의 전깃줄은 제멋대로 얼키고 설켰지만
제대로 줄을 따라 전기가 통한다는 걸 생각하니
혼잡 속에서도 질서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저 귀여운 옷을 입고 자랄 어린이는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질 기둥이 될 후세가 아닌가?
옷만 바라봐도 흐뭇한 미래가 보인다.
전쟁 없이 평화만 있는 그런 사회였으면....
제2차세계대전, 6.25전쟁을 겪은 나로서는
평화롭게 사는 그런 세상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방금 사온 옷을 물에 빨아 널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