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11:3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눅7:19, 요6:14 오실 그 선지자라 하더라)


위의 구절들은 세례요한 조차도 구약이 예고한 메시야가 예수임을 쉽게 믿지 못하고 주저했음을 보여준다. 구약은 예수가 바로 그 메시야라고 단정할 만한 예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요한복음은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고 말하므로서 사람들은 ‘예수가 바로 그 메시야’라고 보는 것에서 살짝 비껴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예수 부활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를 구약이 예고한 메시야로 쉽게 연결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구약은 재해석되지 않으면 유대교 경전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약에 대한 영감어린 재해석없이 ‘구약에 예고된 메시야가 곧 신약의 예수’라고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말하면 유대교 경전에 그대로 말려들어가는 결과를 자초하게 된다. 그리스도교회가 유대교 경전인 구약을 신약의 앞에 놓고 한 권으로 묶었다고 해서 아무런 개념없이 구약을 그리스도교회의 경전이라고 보면 안된다. 분명하게도 구약은 처음에 유대교 경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감받은 신약의 편저자들은 전격적으로 구약을 재해석했다. 그 결과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구약을 바탕으로 설명할수 있었다.

따라서 ‘신약의 예수가 구약이 예고한 바로 그 메시야’라고 하면 대단히 믿음 좋은 소리일 것 같지만 구약에 대한 영감있는 재해석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유대교가 말하는 메시야관을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럴 경우 그리스도교는 유대교 소속으로 자리매김되어 유대교 경전인 구약에 충실할 것을 요구받던지, 아니면 유대교의 경전을 필요할 때만 이따금씩 빌려서 사용하는 모양새가 되던지, 결과적으로는 유대교에 충실한 유대교-그리스도인이라는 매우 이상한 형태가 되고 만다.


• 구약은 신약의 그리스도 예수를 예고하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유대교 경전에 근거하여 다윗 왕손의 제왕 메시야관을 갖고 있었는데 그 메시야는 다윗왕권을 회복할 정치-군사적 메시야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가 메시야라면 도대체 메시야라는 예수가 왜 저렇게 나무에 달려 힘없이 죽어야 했던 것인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대인들의 경전인 구약에 의하면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는 메시야가 아니라 나무에 달려 죽은 저주받은 자일 뿐이다(신21:22~23). 그러니 저주받아 죽은 그런 자가 어떻게 유대인이 대망하는 다윗왕손의 제왕 메시야가 될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감받은 신약편저자들에 의하면, 나무에 달려 죽은 바로 그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의 주인공인 예수가 메시야임을 구약을 통해서 알수 있다는 것이다. 유대교인들이 기대하던 제왕 메시야와는 달리 너무나 어처구니없게도 뭇사람들에게 멸시받고 고난받는 종이었던 예수가 메시야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수 있었던 것인가? 그것은 바로 영감받은 신약의 편저자들에 의해 ‘유대교의 구약이 재해석되었을 때’ 비로소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이 구약본문을 통해”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사53장).

그래서 신약편저자들은 성령에 이끌려 유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졌던 구약을 재해석하므로서 유대인들을 상대로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구약을 증거삼아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설명할수 있었다. 이것은 성령의 감동을 받은 신약편저자들이 유대인들의 화석화되고 고착화된 메시야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 성스런 노력이 바로 구약성서 재해석이라는 작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 재해석된 구약에서 예수를 보는“한심한 사람들”이 정통 그리스도인들이다

그 결과 강력하면서도 대단한 힘을 갖고 나라와 민족을 지배하며, 부당한 철권통치를 일순간에 끝내버리고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 멋지고 자랑스런 제왕 메시야 대신에 구약을 재해석하므로서 만나게 되는, 고난받는 종으로 오신 허약한 약골 예수, 무한히 당하기만 하다가 끝내는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초라하게 나무에 달려 죽은 예수, ‘그가 바로 메시야’라며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믿는 한심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 바로 정통 그리스도인들이다.

유대교 경전인 구약은 이런 허약한 메시야를 예고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리스도교회는 유대교와 분리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회는 그들의 경전인 구약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방식에 따라 구약을 대해서는 안된다. 그리스도교회의 메시야는 영감받은 말씀사역자였던 신약편저자들의 재해석의 과정을 거쳐서 그리스도교의 경전으로 거듭난 구약에서만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해석되지 않은 유대교 구약의 입장에 서서 ‘그이가 곧 예수’라고 분간없이 말하면 변질된 제왕 메시야만 보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왕중 왕이신 우리 주 예수”라는 고백을 할 때에도 분명하게 재해석된 내용을 따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왕중 왕이 정치-군사적인 의미에서의 제왕개념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 구약을 재해석할 때에 드러나는 감추인 비밀

이렇게 유대교 경전인 구약이 영감어린 재해석에 의해 “변화를 받아” 그리스도교의 구약으로 특화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던 놀라운 비밀을 깨달아 알게 된다. 그리스도 예수는 사람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뜻밖의 방법으로 사람과 함께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 분은 구약에서 예고된 제왕 메시야로서가 아니라 전혀 뜻밖에 낮고 천한 무리들과 함께 하기 위해 작은 고을(미5:2, 마2:6), 무슨 선한 것이 날수 없는(요1:46) 곳으로 오셨다.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배반당하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시고 나무에 달려 죽으셨다. 바로 이런 허탈감을 안겨주는 한심한 약골, 고난받고 맥없이 처형당한 허약한 예수가 바로 “종으로 오신 메시야”였다는 것이 영감받은 신약편저자들의 선포이다.


• 말씀사역을 위해 영감받지 않고서는 될수 없는 일

이 예수는 여자의 몸을 통해(갈4:4) 이 땅에 오셨지만 그는 남자를 모르는 처녀를 통해 오신 그리스도이시다(마1:23, 눅1:34). 구약원전에 의하면 그 처녀는 그저 “젊은 여자(사7:14)”이다. 하지만 그 젊은 여자는 아이를 낳을수 없는 “동정녀(마1:23, 눅1:34)”이다. 그런데 그런 처녀에게서 아기가 태어났다. 하나님의 능력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눅1:35)이다!

바로 여기서 구약과 신약사이의 차이점이 한 가지 눈에 띈다. 구약원전에서는 분명히 ‘젊은 여자’인데 이 구절을 인용한 신약의 구절에서는 ‘아직 남자를 모르는 처녀’라고 인상지워진다.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왜 신약의 편저자는 구약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듯이 인용하지 않고 단어를 바꿔 내용을 변형시켰을까?

구원을 베푸시는 능력의 하나님께 사로잡혀 말씀사역에 헌신하는 영감받은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이 없으신 기적의 하나님(눅1:37)”,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원의 계획을 펼쳐가시는 하나님”이시라는 내용을 ‘처녀’라는 단 한 단어로 이렇게 매우 간단하게, 이토록 명확하게 각인시킬수 있는 기막힌 표현방법을 창출할수 없다. 이것 보다 더 간단하게 이런 내용을 표현할 다른 방법이 있는가?


• 천지가 뒤집어질 비밀의 폭로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성령의 감동에 따라 구약이 재해석된 이후 엄청난 하늘의 비밀이 결국 폭로되고 말았다. 너무나 놀랍고 감격스럽게도 이 땅에 오신 예수 그가 바로 하나님 자신이었다!! 빌립이 보게 해 달라던 그 아버지 하나님, 그래서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고 반문하셨던 예수가 바로 하나님 자신이셨던 것이다(요14:8~9). 하나님이신 예수 그 분이 지금 부활하셔서 도마앞에 서 계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도마는 즉각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20:28).


• 베드로가 신앙고백하고 칭찬받은 후에 사탄소리 들은 이유

여기서 현대 그리스도교회의 삼위일체론에 입각하여 살짝 언급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 마태복음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16:16)”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아직 미숙한 고백이다. 종속론적 관념이 보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점이 보일까? 베드로의 이 신앙고백은 예수부활 이전, 나무에 달려 죽으신 ‘고난받는 종’이신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라는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유대교 구약이 예고했던 제왕 메시야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고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과는 전혀 무관한 유대교 구약의 변질된 제왕 메시야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종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앞길을 가로막는다고 하여 졸지에 ‘사탄’소리 들었던 것이다(마16:23).

이와는 달리 베드로의 고백보다 한 수 위의 신앙고백이 도마의 고백이다. 그는 예수를 향해 즉각 하나님이라고 고백했다. ‘유대교가 예고한 메시야가 신약의 예수’라면 그리스도교회의 신앙고백은 베드로의 종속론적 신앙고백을 넘어서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신약의 메시야이신 예수는 하나님 자신이시다. 하나님=예수! 이런 메시야를 유대교의 구약이 예고했단 말인가? 구약 그 어디에 “내가 아들로 너희와 함께 하마”라는 예고가 있는가!


• 사도바울도 구약의 메시야가 곧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바울도 ‘구약이 예고한 메시야가 예수’라며 구약으로 논증하지 않는다. 구약은 고난받기 위해 오신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메시야를 예고하지 않았다고 아예 전제했다. 사도바울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구약은 하나님께서 독자 아들을 메시야로 파송할 것이라고 예고한 본문을 찾을수 없다. 더군다나 메시야로 파송한 아들을 고난받게 한 후에 나무에 달려 죽도록 놔두는 그런 하나님은 구약 창세기로부터 말라기에 이르기까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바울은 자기가 만난 부활하신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바로 소개하면서 그 분이 어떻게 구원을 이루시는가에 관한 종된 그리스도 예수의 구원사역을 집중적으로 증언한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구원자로 오신 종된 그리스도 예수의 구원사역이었지 구약본문을 제시하면서 그리스도 예수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구약본문은 어느 것 하나 구원사역을 감당하시는 종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그리스도 예수를 예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남의 아내 취하고도 거뜬히 용서받는 유대교 제왕 메시야관

그러므로 이런 엄청난 비밀은 유대교 구약이 예고하는 제왕 메시야관에 마취되어 그 환상에 젖어 있는 자들에게는 절대로 드러나지 않고 계속 감춰진다. 영감받은 재해석없이 구약을 대하면 다윗 왕손의 제왕 메시야관에 젖어 영광의 구약 메시야를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제왕답게 권력과 부의 호위를 받으면서 남의 아내를 취하기도 한다. 택함받은 왕손답게 세계지배를 꿈꾸며 남의 희생을 담보로 영토확장을 위한 전진을 외친다. 다윗 왕가의 제왕 메시야를 따르는 자들은 필요에 따라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을 모조리 없애기도 한다. 거대하고 웅장한 성전을 짓고 성속의 영역을 넘나들며 지배력을 과시한다. 부와 권력과 지혜의 총아, 솔로몬의 인생말기와 같은 혼탁한 영육간 타락도 거뜬히 용서받는다.


• 결코 구약의 제왕 메시시야가 아닌 신약의 종된 그리스도 예수

그런데 신약의 그리스도 예수를 따르면 그런 복은 절대로 받지 못한다. 유대교의 구약이 예고했던 그런 제왕 메시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자가 “구약에 예고된 메시야가 곧 신약의 예수”라고 분간도 못하고 개념없이 주장하면 그것은 ‘나는 이런 약골의 한심한 예수를 나의 메시야로 섬기고 싶지 않다’는 내심을 나타내는 것이 된다. 분명하게도 신약의 메시야 그리스도 예수는 열 두 영 더 되는 천사를 동원할수 있다고(마26:23) 큰 소리만 치고 맥없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고 만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야이다. 구약은 이렇게 맥빠지는 메시야를 예고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롯 유다가 나왔다. 같이 다닐 수록 맥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해석되어 그리스도교의 경전으로 변화되지 않은 구약을 근거로 ‘구약이 예수를 메시야로 예고했다’고 우기는 심리는 고난받는 종의 길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제왕 메시야의 환상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유대교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될 뿐이다.


• 정통 그리스도교인이란 모든 영광 다 버리고 종된 예수를 따르는 종의 종들

그렇기에 한심하게도, 왕같은 인생 포기하고 종의 인생사셨던 그 분을 따라 종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만을 정통 그리스도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종=주 하나님,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라는 천지가 뒤집힐 비밀을 소유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종의 인생사시고 나무에 매달려 죽으셨다가 다시 오실 그 분, 재림주 예수가 바로 하나님 자신이란 이 숨막히는 비밀을 유대교 구약이 언제 예고했단 말이냐?


*(후기)본 컬럼의 제목은 다음과 같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1) ‘구약이 예고한 메시야가 곧 신약의 예수’라고 개념없이 분간못하고 맹신적으로 주장하면 그것은 그리스도교인임을 가장하고 유대교의 제왕 메시야관을 꿈꾸는 변질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천박하고 ‘한심한’, 경건과 정통을 가장한 가짜 그리스도인이라고 분명히 지적한다. 이런 자들은 분명 제왕 예수를 고대하며 나를 오른편에 앉혀 달라고 해댈 자들이다. 영광의 보좌를 추구하는 자들일 테니까...


(2) ‘구약을 재해석할 때 비로소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이 나타난다’라고 하면, 이것은 고난받는 종을 메시야로 믿고 따르는 겸손한, 그러나 ‘한심한’ 정통 그리스도교인이라고 규정한다. 왜 이것이 또 한심한 것이냐 하면, [고난받는 종=주 하나님]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 논리를 받아들여야 할 뿐만이 아니라 고난받는 종으로 오신 예수의 모습을 본받아 종같이 살면서 그것을 ‘복’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의 인생을 살다 가신, 그러나 다시 오실 예수를 본받아 죽기까지 순종하며 남의 발이나 닦아주는 한심한 “종”의 인생을 사는 자들이다. 하나님이 높여주실 때까지...


• 신개념 축자 영감설(어휘 투영설)

이런 성경관과 메시야관을 갖고 성서를 대하는 필자는 ‘신개념 축자영감설(어휘 투영설)’이라는 학계에는 있지도 않는 표현을 만들어 혼자 곱씹곤 한다. 이 말은 본문을 해석할 때 그 어떤 단어 하나라도 주의를 기울여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점일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하나님의 계획과 뜻은 단어 하나를 통해서도 나타난다(어휘 투영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아무리 강조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반전 접속사인 ‘그러나’를 필두로 문장을 다시 시작하면 앞의 내용들은 한 순간에 모두 뒤집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본문을 해석할 때에는 소홀이 다뤄지거나 무심코 간과되어 버리는 단어가 하나라도 생겨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본문을 대해야 한다는, 어휘들 하나하나에 대한 애착을 표명하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