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선교사, 과연 필요한가?

황병배 교수 / 협성대학교 선교학

▲ 황병배 교수

＼빠르게 변화하는 선교현장

모든 선교정책과 전략은 이론가의 책상에서가 아니라 현장의 상황에서 나와야 한다. 동시에 그것은 성경에 기초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성경에 충실하고 문화(상황)에 적합한(Biblically faithful, culturally relevant)’ 이다. 현장이 배제된 정책과 전략은 탁상공론일 뿐이고, 성경에 기초하지 않은 정책과 전략은 비성경적일 뿐 아니라 반인륜적일 때가 많다.

오늘 선교현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교지와 선교사에 대한 개념도 다시 정립되고 있다. 미국의 복음 전도자 빌리 그래함과 영국의 선교 신학자 존 스토트가 시작하여 오늘날 대표적인 세계 복음주의 운동으로 성장한 ‘로잔 운동(Lausanne movement)’ 은 “온 교회가 온 세상에 온전한 복음을 전하자” 를 모토로 한다. 온 세상(whole world)이 선교지다. 여기서 ‘온 세상’ 은 해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을 포함해서 복음을 필요로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곳이다. 그곳은 우리의 마을이며, 직장, 군대, 학교이고, 때로는 우리가 늘 다니는 길거리다. 그곳에는 아직도 영적‧육적 문제들 앞에서 고뇌하고 고통당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을 다시 살리고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복음뿐이다(눅 4:18~19).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사회선교사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미 사회선교사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교파도 있다. 핵심은 이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특별히 훈련받고 특화된 ‘사회선교사’ 를 파송하자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오늘 선교현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요청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감리교회의 선교정책과 전략도 이러한 요청들에 빠르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우리 감리교회가 제정한 ‘국내 이주민 선교사’ 제도가 좋은 예이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이 전 국민의 5%에 이르고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복음을 전할 전문화된 선교사가 절실했다. 이미 타 교파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선교현장의 요청을 수용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그때에도 염려들이 있었다. 이 제도가 목사안수를 빨리 받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외국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들에 비해 국내에 거주하면서 너무 편하게 사역하려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되면 해외 선교사로 나가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반대 의견들이 있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런 염려들은 기우였음이 명백해졌다.

＼온전한 복음과 통전적 선교

사회선교는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구원은 개인의 영혼구원과 함께 온전한 복음을 이루는 중요한 기둥이다. 예수님은 천국복음을 선포하시면서 이 땅의 고난당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셨고, 그들의 영적‧육적 문제들을 해결해 주셨다. 존 웨슬리도 평생 복음을 전하면서 그 시대의 고아, 과부, 억압받는 노동자들과 노예해방을 위한 사역에 최선을 다했다. 한국교회는 일제의 억압과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늘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민중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70년대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는 맘모니즘과 개교회주의와 세속화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결과는 오늘날 교회의 신뢰도 추락, 교회를 떠나가는 젊은 세대들, 갈수록 심해지는 교회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요즘 한국교회 안에 부흥을 위한 갈망이 뜨겁다. 곳곳에서 부흥을 위한 집회와 특별 기도회가 열린다. 열릴 때마다 수많은 성도가 자리를 가득 메우고 뜨겁게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갈망하는 부흥이 교회의 양적인 회복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교회성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의 통치를 함께 추구하지 않는 부흥은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새와 같다는 말이다. 한쪽 날개가 없는 새는 결코 날 수 없다. 현대 복음주의의 선교신학을 대표하는 로잔선언은 다음과 같이 온전한 복음과 통전적 선교의 당위성을 선포하고 있다.

… 우리는 인간 사회 어느 곳에서나 정의와 화해를 구원하고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하나님의 관심에 동참해야 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인종, 종교, 피부색, 문화, 계급, 성 또는 연령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은 천부적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누구나 존경받고 섬김을 받아야 하며 착취당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을 우리는 등한시 해 왔고, 때로 복음 전도와 사회 참여를 서로 상반된 것으로 여겼던 것을 참회한다. 물론 사람과의 화해가 곧 하나님과의 화해는 아니며 또 사회 참여가 곧 복음 전도일 수 없으며 정치적 해방이 곧 구원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복음 전도와 사회 정치적 참여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무의 두 부분임을 확언한다. …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누가 그들에게 갈 것인가?

사회선교사 제도는 선교현장의 간절한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다. 오늘 한국 사회 안에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 경제적인 실패로 좌절과 절망 속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 마약 등 중독에 빠져 정상적인 삶이 어려운 사람들, 사회악의 희생물이 되어 매일 분노와 고통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누가 그들에게 갈 것인가? 물론 지역교회들이 이런 사역들을 감당할 수도 있지만, 선교현장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더 전문화되고 특화된 선교사들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감리교회는 이러한 선교현장의 요청에 응답할 법과 제도를 만들고, 선교정책과 전략을 세워 길을 열어줘야 한다. 모든 목사가 지역교회로만 파송 받지는 않는다. 학교, 군대, 직장, 병원, 기관, 마을의 길모퉁이 등으로도 파송받아야 한다. 예수 복음은 우리가 절대로 포기할 수없는 절대 진리이고 조금도 손상되어서는 안 될 절대 가치이지만, 오늘처럼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최대한 다양한 그릇(양식)에 담아 전해야 하듯이, 다양한 선교 상황에 특화된 선교사들을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선교가 될 것이다.

사회선교사 제도에 대한 요청은 신학자의 책상에서가 아니라 오늘 한국의 선교현장에서 나온 것이다. 감리교회가 이 요청에 ‘성경에 충실하고 문화(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응답하여 복음전도와 사회참여, 영혼구원과 사회구원의 양 날개로 다시 비상하기를 소망한다.

*이 기사는 <기독교세계>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