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드림5만리 순례단이 제2차 만국평화회담이 열린 헤이그의 비넨호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일제의 침탈을 호소하려 했던 이준열사는 열강의 냉대속에 이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가 묵던 호텔에서 순직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기해 한반도의 통일을 촉구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정 ‘평화드림 5만리’가 13일간의 유럽 5개국 10개 도시 순례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7일 귀국했다. 

<사단법인 평화드림포럼(대표 은희곤 목사)>이 주관한 <평화드림5만리>는 네덜란드 암스텔담과 헤이그, 독일 하노버, 베를린, 비텐베르그, 라이프찌히, 드렌스덴, 체코 프라하, 폴란드 오시비엥침,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분단의 아픔을 겪었거나 평화를 잃고 고통을 당한 경험이 있는 5개국 10개 도시를 지나며 평화 퍼포먼스를 벌이고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한 탐방 프로그램이다. 

주관사인 <평화포럼>은 이 행사를 위해 감신대, 협성대, 고려대, 배화여대, 상명대, 중앙대, 한국성서대 등에서 선발된 25명의 대학생들과 스텝 6명 등 31명이 지난 6월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 순례단의 평화드림5만리 이동경로. 암스텔담에서 비엔나까지 약 2,200km를 달렸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돌아오기까지의 거리가 2만km, 약 5만리여서 행사명 '평화드림5만리'라고 명명됐다.

참여 대학생들은 은희곤 대표, 협성대 서영석 교수, 감신대 유경동 교수의 인솔하에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동쪽으로 총연장 길이 2,200km를 달리며 △평화노래 버스킹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평화지지 서명받기 △평화활동 SNS올리기,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위한 구호물품 전달 등의 행사를 펼친뒤 비엔나의 UN 유럽오피스를 방문해 유럽인 1000여명의 평화지지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전달했다. 서명지에는 13개국의 언어로 “나는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숙식과 이동수단, 기관과 방문지 섭외 등 13일간의 여정을 위한 준비는 ㈜익투스 여행사(대표 서나영 장로)가 맡았고 본지가 동행취재 했다. (사)평화드림포럼은 이번 여정에 필요한 개인별 경비의 절반을 지원했다.  

사단법인 ‘평화드림포럼’ 이사장 은희곤 목사는 순례를 떠나기 전 “평화드림5만리는 평화일꾼이자 평화대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이번 순례기간 동안 네델란드 헤이그와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포럼을 두 번 개최하고 독일통일의 씨앗이 되었던 성니콜라아교회에서 평화염원 기도회를, 폴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함께 작은 평화음악회를 열고 4인 가족이 1개월간 쓸 수 있는 생존키트와 전쟁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치료용 장난감 등을 전달하고 돌아올 것”이라면서 안전하고 유익한 여정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한켠에 마련된 만남의 장소에서 출성식을 가진 '평화드림5만리' 순례단.

▲ 이 행사를 주관한 (사)평화드림포럼 이사장인 은희곤 목사가 출정에 앞서 축도했다.

▲ 진행 팜플렛

▲ 5개국 10개도시 20,000km를 행진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단체T셔츠.

네덜란드 

코리 텐 붐 하우스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의 출국장 서쪽 만남의 광장에서 발대식을 가진 순례단은 아부다비를 경유해 20시간 만에 암스텔담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이준열사기념교회 최영묵 목사(중앙연회 유럽지방)의 안내를 받아 순례단이 찾아간 곳은 암스텔담 ‘할렘’지역의 ‘코리 텐 붐 하우스’였다.  

▲ 암스텔담 할렘에 위치한 코리 텐 붐 하우스.

코리는 네덜란드 여자 중에서 최초로 시계 제조공 자격을 갖게 됐지만 나치를 피해 온 유대인들을 집에 숨겨주었다가 밀고에 의해 소용소에 갇힌 여성이다. 코리텐 붐 하우스는 바로 유대인을 숨겨 주었던 현장으로서 코리 가족이 잡혀갈 때에도 그 집에는 5명의 유대인이 벽과 벽 사이에 만들어 놓은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코리 이야기는 그가 유대인을 숨겨주었다는 사실보다 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과 수용소에서 풀려난 이후에 보였던 보여주었던 신앙인의 태도 때문에 더 유명하다. 

먼저 그의 아버지는 나이가 많은 탓에 독일군 장교가 풀어주면서 유대인을 숨겨주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코리의 아버지는 “나는 돌려보낸다면 내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 줄 것”이라고 대답해 플려나지 못하고 9일 만에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핍박당하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 참 신앙인이었다.

▲ 코리 텐 붐 하우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영묵 목사(헤이그 이준열사기념교회)

코리는 나치의 행정실수로 독가스실로 가지 않고 풀려나 91세까지 산다. 코리는 수용소 안에서도 동료들과 성경공부를 했는데 이게 가능했던 것은 ‘벼룩’때문이었다고 한다. 벼룩이 너무 많아서 심하게 고통을 받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벼룩 때문에 독일군인들이 숙소로 들어오질 않아 코리의 숙소에서는 성경공부는 물론 찬송도 부를 수 있었기에 벼룩이 많은 것도 감사했다는 그의 고백은 그래서 유명하다. 

또 코리는 자신의 경험을 세계 각국에서 간증했는데 가장 유명한 일화는 자신의 가족을 밀고한 ‘안 보겔’과 자신의 언니를 죽음으로 내몬 독일군 간수를 용서한 사건이다. 안보겔에게는 편지를 써서 ‘당신을 용서한다’고 했으며 자신의 간증집회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독일군 간수를 보고 몸이 얼어붙고 분노가 끓어 올랐으나 “내가 너희를 용서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용서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실천했다. 코리는 이후 60여 개국 이상을 방문하며 간증을 했고 빌리그래함 목사와 함께 한국에도 방문했다. 

▲ 안네의 집

안네의 집

연이어 순례단이 방문한 곳은 유대인이었던 안네 프랑크가 1942년부터 1944년 8월 까지 25개월간 나치를 피해 숨어 살았던 안네의 집이다. 수로변에 위치한 이 은신처에서 안네의 부모와 안네의 언니, 아버지 동료 팬 페르스 부부와 아들 페터, 치과의사인 뒤셀 등 8명이 숨어 살았다. 

 상점과 사무실로 쓰이던 1, 2층이 지금은 개량됐지만 책장 뒤의 비밀의 문으로 올라가면, 실제로 숨어 살던 좁은 공간에 안네의 일기장, 옷가지들, 생필품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안네는 13살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은신처에서의 생활과 가족에 관한 일, 좌절과 공포, 고통과 외로움 등 내밀한 감정들을 세밀하고 솔직하게 기록했다. 

안네의 가족은 누군가의 밀고로 게쉬타포에게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암스테르담 인근의 수용소 등으로 끌려가 사망했다. 다행히 안네의 아버지가 살아남아 1947년 네덜란드에서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 Young Girl)’를 출간해 전 세계에 나치의 유대인 박해와 잔혹함을 알렸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10만8,000명의 유대인이 추방되었는데 후에 돌아온 사람들은 5,000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내부 관람을 위한 예약이 이미 1년 전에 마감되어 아쉽게도 순례단은 내부관람을 할 수 없었다. 대신 순례단은 안네가 창틈을 통해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다는 인근의 ‘베스테르케르크 교회’ 앞에 마련된 안네의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안네의 집 바로 앞에 있는 ‘베스테르케르크 교회’ 뜰에 마련된 안네의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

▲ 안네의 집에 입장하려는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섰다.

▲ 안네의 집 내부 관람을 위한 예약이 1년 전에 모두 마감된 관계로 순려단은 내부관람이 불가능했다.

▲ 안네의 집 옆으로 수로가 흐르고 있다.

암스테르담 시청사 앞 ‘담’ 광장에서 평화 노래 

암스테르담 시청자는 7세기 중반 북유럽 르네상스 양식이 가장 자신 있게 표현된 건축물이다. 야큼 반 감펜(7506-1657)은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호미스를 설계 했고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고전주의 건축가이다.

웅장한 출입문이 없는 것은 네덜란드 특유의 민주주의 정신을 보여주며, 일곱 개의 마차는 네덜란드의 일곱 개 주를 가리킨다. 암스테르담 시청자는 1808년까지 시청사로 쓰이다가 나폴레옹 보나 파르트의 남동생인 루이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위한 궁전으로 개조되었다. 현재 네덜란드 왕실의 공식 관저로 쓰이고 있으며 황실 스타일의 가구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 암스테르담의 시청사가 있는 담 광장에서 찬양하는 순례단.

순례단은 안네의 집에서 도보로 암스테르담 시청사가 있는 ‘담’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광장 한가운데서 ‘PEACE DREAM TOUR’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치고 한국에서부터 연습한 노래를 불렀다. 순례단이 부른 노래는 평화와 일치를 주제로 한 것들이었으며 몇몇 곡은 현지 언어로 된 것이었다. 찬양을 부르는 사이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또 몇몇은 따라 불렀다. 

순례단은 이후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광장을 주 무대로 해 찬양을 부르고 평화를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찬양은 경계심을 풀게 하고 순례 목적을 알리는 데 유용했다. 때론 시민들의 관심을 더 끌어보고자 개인 역량이 드러나는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찬양과 서명행사를 펼치기 위해서는 사전에 현지 경찰에게 집회신청을 해야 했다. 이러한 신청은 주로 현지의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대리해 주었고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서 집회가 허락됐다. 현지 목회자들은 순례단이 퍼포먼스를 벌일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거나 이동을 도와주고 여행지 안내도 맡는 등 여정 내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준열사 묘적지, 기념관, 기념교회

순례 2틀째인 27일은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50km 떨어진 헤이그의 이준열사 묘적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늘 안내는 다른 일정이 있는 해이그이준열사기념교회 최영묵 목사를 대신해 유학차 헤이그에 머물고 있는 교회 청년 이현경 양이 맡았다. 

1907년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이곳 헤이그에 이위종(당시 쌩 페테스부르크 한국공사관 서기관. 당시 20세), 이상설(전 부총리. 당시 37세)과 함께 고종의 특사로 파견된 이준(전 대한제국 최고 재판소 예심판사, 검사. 당시 48세)은 나라의 주권을 일본에 넘긴 을사늑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일본의 조선 침탈의 부당함을 전 시계에 알리려 했으나 일제의 간교한 기만과 방해와 당시 만국평화회의 의장국인 러시아 황제의 훈령을 받은 러시아 대표가 입장을 거부하여 회의장에 입장도 하지 못했다. 

이에 이준은 <왜 대한민국을 제외시키는가>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안고 그가 묵던 호텔에서 분사함으로 신민제국주의에 항거하고 한국인의 기개를 세계에 알렸다. 이준의 사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었으나 그의 죽음이 ‘분사(憤死)’였다는 점은 이위종과 장지연, 박은식 등이 기록한 여러 문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준의 죽음에 대해 ‘홧병에 의한 분사설’, ‘단독 감염설’(일본 정보문서 기록), ‘자살설’, ‘독살설’,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은 사망 한달 뒤에 장례식을 치러 헤이그시에서 마련해준 뉴 아이큰다우(Nieuw Eykenduynen)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가 56년 후인 1963년에 한국으로 유해를 옮겨 이장했다. 이준 묘적지에는 1970년 대한민국 정부가 열사의 70주기를 기해 건립한 그의 흉상과 추념문이 남아 있다. 묘비에 쓰인 ‘일성이준열사의묘적’ 한글 비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다고 한다. 이준에게 1962년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 이준열사묘적지

▲ 이준열사기념관

그가 묵던중 숨졌던 바겐스트라트 124번지의 ‘더 융 호텔(Hotel De Jong)’은 현재 이준 열사 기념관(관장 송창주)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준 열사 기념관(Yi Jun Peace Museum)은 유럽에 하나밖에 없는 항일독립운동 유적지로, 1995년 대한민국의 독립 4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이준 아카데미가 국가보훈처와 한국일보의 후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협찬을 받아 헤이그 중심의 차이나타운 중국 대문 근처에 1995년 8월 5일 개관했다. 건물의 2층과 3층 사이에는 영어로 ‘YI JUN PEACE MUSEUM’이 새겨져 있고 내부는 2∼3층 전체를 기념관·자료관으로 활용 중에 있으며, 세 특사의 생애와 활동 및 평화회의에서의 활약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은 한국특사 일행이 활동할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위키대백과사전과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

순례단은 이준열사 기념관을 방문해 송창주 관장으로부터 이준 열사가 특사로 헤이그에 파견된 계기와 활동상,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그리고 당시 유럽에서 진행됐던 독립운동 등에 대해 강연을 들었다. 

순례단은 앞서 이준 묘적지에서 이준을 추념하며 서영석 교수의 인도로 참배 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국민의례 및 애국가 제창 ▲찬송 고요한 아침의 나라 ▲대표기도(김래정) ▲추모설교(유경동 교수) ▲이준열사 추모의 노래 제창 ▲한반도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 ▲축도(은희곤 감독) 순으로 진행됐다.

순례단원 김예목(협성대)은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에서 “이준의 가슴에 충만했던 주님의 사랑이 저희에게도 가득하게 하사 저희가 먼저 주님 주시는 평화와 평안 안에 거하게 하시고, 분단의 아픔으로 인한 눈물이 얼룩진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위해 헌신하고, 호소할수 있는 힘과 능력을 달라”면서 “찢어진 아픔을 가진 한반도가 치유 받고, 평화통일의 봄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하여 주시고, 더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 속에 통곡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평화의 단비가 내리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하나님께서 하늘로부터 부어주시는 평화의 은혜를 사모하는 이들이 함께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전세계 유일무이한 분단 국가에서 살아가는 저희가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염원하며 지금 이곳에서 세계와 더불어 평화를 외치고자 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진정한 평화를 모든 곳에서 노래하고, 기억하고, 전파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자 함께하는 저희의 모든 발자취 위에 함께하여 주옵소서.
사랑의 주님,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힘의 세력이 충돌하는 현장의 한복판에서 진정한 평화와 일치를 위해 강력하게 호소했던 그리스도인 이준 열사를 저희는 기억합니다. 그의 가슴에 충만했던 주님의 사랑이 저희에게도 가득하게 하사 저희가 먼저 주님 주시는 평화와 평안 안에 거하게 하시고, 분단의 아픔으로 인한 눈물이 얼룩진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위해 헌신하고, 호소할수 있는 힘과 능력을 주옵소서.
주여,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사랑과 평화의 불길이 일어나고 번져갈 수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한반도에 충만히 임하여 주의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구원의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하나가 되고, 너와 나 서로가 진정으로 하나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주의 놀라운 사랑의 은혜가 생명의 강처럼 흘러넘쳐 한반도에 평화와 일치의 물결이 일어나게 하시고, 세계 속에서 현재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가 세계 곳곳에 선한 영향력이 되어 세계의 평화에 앞장설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주의 사랑을 먼저 경험한 저희들이 그 사랑 안에 충만히 거하며 그 사랑을 흘려보내게 하사 씻어진 아픔을 가진 한반도가 치유 받고, 평화통일의 봄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하여 주시고, 더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 속에 통곡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평화의 단비가 내리게 하여 주옵소서.
사랑과 정의의 주여, 아픔과 눈물, 욕심과 다툼이 있는 이 땅에 주님께서 부어주시는 따뜻한 평화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진정한 일치와 연합의 은혜가 있기를 사모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하늘로부터 오는 평화가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충만히 임하여 진정한 일치와 연합을 경험하게 될 것을 믿으며 다시 오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추념예배를 드리는 평화드림5만리 순례단

▲ 대표기도 / 김래정 전도사

▲ 설교 / 유경동 교수

▲ 한반도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 / 김예인(협성대)

▲ 축도 / 유경동 교수

이준 추념행사를 마친 순례단은 덴하그 시청사 앞에서 평화의 노래를 부르고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우크라이나 평화를 지지하고 염원하는 서명활동을 벌였다. 암스텔담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덴하그(헤이그의 네덜란드식 표기)는 네덜란드의 수도였다.

▲ 덴하그 시청사에서 평화 퍼포먼스를 벌이는 평화드림5만리 순례단

▲ 서명에 응한 현지인과 기념촬영

▲ 서명에 응한 현지인과 기념촬영

서명활동 후에는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비넨호프를 방문했다.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비넨호프(안뜰이라는 뜻)’란 커다란 광장을 중심으로 기사의 저택이라 불리며 당시 만국회의장소이자 현재 상원의원들이 사용하는 ‘리더잘 Ridderzaal’, 총리 사무실로 사용되는 작은 타워 'Torentje', 윌리엄 2세를 기리기 위한 분수 등 정부청사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자 약 13세기에 지어진 여러 건축물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길건너에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감옥이 있었고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준 일행이 기자들과 만났던 프레스센터가 있다. 만국회의의 결과 세계평화를 위해 평화궁전을 설립하고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국제중재재판소와 국제사법재판소를 설치하게 된다.

광장에는 네덜란드 최초의 왕이자 네덜란드의 국부인 윌리엄 반 오렌지의 동상이 있다. 스페인과 독립전쟁을 벌여 최초의 독립을 이뤄낸 왕으로서 그의 작위명인 ‘오라녜’에서 유래된 오렌지 색은 네덜란드의 상징색이 됐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을 오렌지 군단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 비넨호프 앞의 네덜란드의 국부인 윌리엄 반 오렌지의 동상

▲ binnenhof-den-haag. 사진출처 www.archined.nl

▲ 비넨호프

1907년 4월, 이준 열사는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도착해 이상설과 합류해 다시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2개월 만에 상트 페테스부르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당시 공사관의 서기관으로서 영어, 불어, 러시아 어에 능통했던 20세의 이위종을 만나 황제가 승인하지 않은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선언하는 긴 공고사(控告詞)를 불어로 번역하여 6월 19일, 러시아를 출발해 독일 베를린에 들려 인쇄하고 25일에 만국평화회의 개최지인 헤이그에 도착했다. 그리고 후에 이준열사기념관이 되는 드용(De Jong)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당시 만국평화회의는 비넨호프(Binnenhof)에서 6월 15일부터 1개월간 개최되고 있었다. 참가국은 45개국이고 대표는 약 239명이었다. 하지만 도와주겠다는 개최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일본과 영국대표의 노골적인 방해로 회의장에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이준 일행은 6월 27일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는 호소문을 프랑스어로 작성하여, 평화회의 의장 넬리도프 및 각국의 대표와 기자들에게 전했다. 6월 30일 그 전문이 《평화회의보 Courrier de la Conference》에 실렸고, 평화회의장 앞에서 전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외국어에 능통했던 젊은 이위종이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위종은 “왜 대한제국을 제외시키는가?”, “우리는 평화의 신을 찾아 그 제단이 있다는 헤이그까지 왔노라”고 했다. (아래 ‘왜 대한제국을 제외시키는가?’전문 참조)

이후 7월 9일, 조선을 도우라는 헐버트의 간청을 받은 영국의 신문기자 스테드(W.T. Stead)의 도움으로 각국 신문기자들이 모이는 협회 회합에 귀빈으로 초대되어 연설할 기회를 얻어내 이위종이 불어로 일제의 탄압과 한국의 자주독립에 대한 열망을 열성적으로 호소하여 헤이그 신문과 미국 뉴욕타임즈에서 장서의 전문이 실리면서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는데 기여했다. 특히 만국평화회의 협회 회보인 《평화회의보》편집을 주도했던 스테드는 수차례 특사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게재하며 도움을 주었지만 당시 열강들은 자국의 이익만을 탐하며 조선의 특사들을 냉대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각각 가쓰라-태프트 협약, 제2차 영일동맹을 통해 한국에 대한 보호 권한을 일본에 허용했고 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러시아는 러일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일러간 체결된 포츠머스 강화조약에서 한국 주권문제를 일본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준은 울분과 분노 등의 심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다가 7월 14일, 48세의 일기로 그가 묵던 호텔에서 순직했다. 이준 일행이 헤이그에서 벌인 활동을 빌미로 일본은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양위식(7월 20일)을 강행하였다. 이어 7월 24일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을 체결하고, 27일에는 언론탄압을 위한 〈신문지법〉을, 29일에는 집회, 결사를 금지하는 〈보안법〉을 연이어 공포했다. 7월 31일에는 군대해산 조칙이 내려졌다. 이제 대한제국은 외교, 내정, 군사권을 모두 잃게 되었다.

▲ 평화회의보에 실린 이준, 이상설, 이위종

헤이그에서 1907년 6월 27일 한국 대표들의 항의문

"왜, 대한제국을 제외시키는가?"
대한제국 황제폐하의 특명에 의해 헤이그 평화회의의 대표자격으로 파견된 전 부총리 이 상설, 전 대한제국 최고 재판소 예심판사 이 준, 그리고 전 쌩쨍 페테스부르그(Saint-Petersbourg) 한국 공사관 서기관 이 위종은,

존경하는 각하 제위들께
우리나라의 독립이 1884년 모든 강대국들에 의해 보장, 승인되었음을 주지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우리의 독립은 현재까지도 귀 국가들에 의해 인정되고 있습니다. 
1905년 11월 17일, 당시 부총리였던 이 상설은,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한 채 부력에 의해 바로 오늘날까지도 우리 각 국가들 간에 존재해 오고 있는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단절하고자 했던 일본의 음모를 목격했습니다. 본인은 이러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격렬한 위협 물론, 국가의 법률과 권리들을 침탈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던 일본인들의 소행을 각하 제위 여러분께 알리고자 합니다. 보다 명료히 하기 위해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진술 드리고자 합니다.
1. 일본인들은 대한제국 황제폐하의 승낙 없이 행동을 취했다.
2.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황실에 대항하여 무장병력을 사용했다.
3, 일본인들은 대한제국의 모든 법률과 관습을 무시한 채 행동했다.

각하 제위분들의 공명정대함으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항목들이 국제협약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판별하실 것입니다.
독립국가인 우리가. 일본의 술책이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간에 유지되어왔던 우호적 외교관계를 파괴시키고, 극동지역의 평화를 끊임없이 위협하도록 방임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인들에 의한 우리의 권리 침해라는 사실 자체 때문에, 비록 본인이 황제폐하로 부터 파견된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이 헤이그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한히 유감스럽습니다.
우리는 이 서신과 함께 우리가 떠나오던 날까지 일본인들에 의해 취해진 모든 수단들과 자행되어진 행위들을 요약하여 첨부하오니, 우리 조국을 위하여 지극히 중대한 이 문제에 관대한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제국 황제폐하께서 우리에게 위임한 전권에 대해 확인하시고자 하는 보충조회를 필요로 하시는 경우에는 우리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각하 제위들의 요청에 기꺼이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한제국과 제국가들 간의 외교관계가 대한제국 자신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일본에 의한 우리의 권리 침탈로 인하여 결렬되었으므로, 우리는 각하 제위들께 우리가 혜이그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며, 여기서 일본인들의 수단과 방법을 폭로함으로써 우리의 권리를 수호할 수 있도록 관대한 중재를 허용해 주실 젓을 간청하는 바입니다.
먼저 감사드리오며 심심한 사의를 드립니다.

서명 이상설
서명 이준
서명 이위종

<평화회의보 1907년 6월 30일자>

▲ 평회회의보

심포지움  ‘헤이그특사 파견과 이준의 평화, 정의사상’

이준의 발차취를 따라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역설적으로 평화는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은 순례단은 27일 오후 4시 이준열사기념교회에서 서영석 교수가 발제한 ‘헤이그특사 파견과 이준의 평화, 정의사상’을 주제로 ‘평화학술 심포지움’을 진행했다.

헤이그 이준기념교회는 이준 열사 순국100주년이 되는 2007년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감리교인이자 상동교회 집사였던 이준열사의 신앙과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헤이그 인근의 가톨릭교회를 구입해 이준기념교회로 봉헌했다. 

▲ 헤이그 이준기념교

▲ 발제하는 서영석 교수 ‘헤이그 특사 파견과 이준의 평화, 정의사상’

서영석 교수는 발제에서 고종은 만국평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하여 한국의 독립문제를 호소하려 했다며 헤이그 특사파견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상동파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서교수는 “즉 상동교회 뒷방은 헤이그 특사 사건의 온상이었으며 헤이그 특사 책략이 전덕기 목사를 비롯한 이회영, 이동녕, 이시영, 이동휘, 정순만 등 상동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협의되어 고종에게 주청 및 승인되었음을 강조하려 한다”며 “상동파의 헤이그특사 파견활동이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의 활동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서교수는 헤이그 특사들의 활동 목적이 첫째, 일본이 한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외교적 활동을 막은 불법에 대한 전반 문제가 평화회의에서 의제로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황제의 친서 전달 및 각국 대표 면담, 둘째 일제의 침략상과 한국의 입장을 담은 공고사(控告詞)의 작성과 전달에 있었다며 이는 ▲대한제국 최후의 구국외교였고 ▲이준 사망 뒤에는 국제 열강에 대한 순방외교로 이어졌으며 ▲대한제국의 독립과 영세중립국 지향을 통한 동양평화 유지를 위한 고종의 외교였고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의 의의는 실패가 아닌 국제행정을 통한 대한제국의 국권회복운동의 시작이었다고 헤이그 밀사파견에 대한 의의를 정의했다. 

서교수는 이준의 생 전체가 민족을 위해 염려하고 국권회복에 바친 삶이었다며 “이준의 이러한 나라사랑의 정신은 전덕기 목사로부터 교육받은 기독교의 자유사상과 민족사랑 전신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특히 이준이 생전에 사랑하고 읖조렸다는 시에는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 정신이 담겼다며 “이준의 십자가 신앙은 조국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민족의 제단에 자신을 제물로 헌신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이며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고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나니
그릇 살면 차라리 죽음만도 못하고
제대로 죽으면 되레 영생하느니
살고 죽는 게 모두 제게 달렸다면
모름지기 죽고 삶을 힘써 알지니라

한반도를 주위로 아직도 주변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노리며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고, 한반도는 78여 년 동안 분단 상태로 남아 있는 아픈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에 서 교수는 “이준을 비롯한 헤이그 특사들의 하나님사랑과 나라사랑의 정신, 그리고 평화와 정의 사상은 현재 기독신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준다”며 “신앙인 선배들의 외침을 오늘날 들으면서 한국교회와 교인들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예로 들며 “나라 간에 민족 간에 부족 간의 전쟁은 계속 이루어지는데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그것은 결국 예수님께서 주시는 진정한 영적인 평화가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다”고 단언하면서 “우리가 예수의 평화를 증거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 이 길을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 심포지움 사회 / 허요림

▲ 논찬 / 김예인

<2. 독일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