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00주년을 맞은 루터의 종교개혁은 당대 가톨릭교회의 타락에 대한 저항이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당시보다 더 타락했다고 지적받는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 때문일 것이다.

12일 오후, 상동교회에서 개최된 KMC전략연구소의 7번째 심포지움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정신을 살펴본 뒤 한국교회, 특히 한국 감리교회가 나아갈 바를 웨슬리를 거울 삼아 진단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심포지움은 감리교회가 올해부터 추진하려는 “백만전도운동”과도 연관되어 감리회본부의 직원들이 다수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전략연은 백만전도는 감리회의 개혁없이는 공허하고 웨슬리의 성화실천에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을 제시했다.

강성도 박사(상임연구원)가 “종교개혁 500주년 - 성서적 거룩을 통한 감리교회의 개혁과 부흥”에 대해, 이말테 교수(루터대학교)가 “16세기 종교개혁과 오늘의 개신교회”에 대해, 이상윤 목사(상임연구원)가 “감리교회 복음주의와 사회적 성화”에 대해 각각 발제하고 장학일 목사(예수마을교회)가 “마을 공동체를 통한 건강한 교회”를 주제로 사례발표를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 성서적 거룩을 통한 감리교회의 개혁과 부흥”에 대해

▲ 강성도 박사(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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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도 박사는 한국교회에 팽배한 번영신학과 기복신앙의 뿌리에는 물질의 축복, 건강의 축복, 현세적 성공 등 소위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축복’이 있다고 그의 발제 상당량을 할애해 진단했다. 조용기 목사의 설교는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겨냥한 물질적 신앙관에 기초해 있어서 면죄부를 팔고 사서 죽음 이후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중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고난이나 희생, 이웃사랑이나 대 사회적 헌신은 없고 “예수 천당 불신 지옥”으로 축약되는 쉽고 편한 믿음 생활은 교회성장을 원하는 목사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어 교파를 초월해 한국교회에 팽배해 졌다.

강박사는 “이제 우리는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축복과 그가 말했던 성공신화를 넘어서 믿음의 푯대인 ‘거룩해 지는 일’, 즉 웨슬리가 말한 ‘성화’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얼마나 모였나 얼마나 부흥시켰나가 아니라 성도와 교회와 사회가 얼마나 거룩해 졌는지를 묻는 것이 부흥의 척도요 성공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감리교가 벌이려는 백만전도운동에 대해 조언을 이어갔다. 백만전도운동이 “절박한 한국감리교회의 현실에 대한 대안 마련”이라면서 자신이 구상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역시 강조된 것은 ‘방향’이었다.

먼저, 영성을 담는 신학의 틀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내가 잘되는 삼박자 축복이 구원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타적인 구원신앙으로 목적과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둘째, 거룩을 향한 몸부림, 자포자기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내가 죽고 그리스도가 살 때 자기도 살고 교회도 사회도 민족도 산다는 것.

셋 째, 진정한 부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성령의 역사가 옆으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했다. 웨슬리 하나로 인해 영국이 산것처럼 감리회의 부흥은 완전 성화를 향해서 나아갈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16세기 종교개혁과 오늘의 개신교회”

▲ 이말테 교수 (루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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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대의 실천신학 교수인 이말테(Malte, Friedich) 박사는 한국개신교회와 500년 전의 천주교회 사이의 공통점 10가지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1. 율법주의적 예배 이해

2. 하나님의 은혜나 복을 얻기 위해 재물로 하나님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3. 선행을 통하여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4. 교회의 지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악용

5. 교회의 교권주의

6. 성직매매

7. 많은 목사들의 지나친 돈에 대한 관심과 잘못된 돈 사용

8. 많은 목사들이 교회를 개인적 소유로 착각하는 것

9. 많은 목사들의 도덕적, 성적 타락

10. 많은 목사들의 낮은 신학적 수준

말테 교수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보다 세속화, 돈 욕심 등 나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라고 가르친다”고 진단하고 “지금의 한국교회가 16C의 개혁대상이었던 천주교회보다 더 부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염려하는 ‘성장둔화’는 개신교의 위기가 아니라 위기의 결과라는 것이다

말테 교수는 오히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제2바티칸공의회 때의 예배개혁과 1999년 칭의론 공동선언문 등 카톨릭이 더 개혁에 몸부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한국 개신교회가 필요한 것은 500년 전의 종교개혁인가 아니면 다른 개혁이 필요한가?

말테교수는 우선 “시대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재가 훨씬 더 다양해진 세계관과 신앙의 다양성 때문에 500년전보다 개혁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문화적 배경도 다르다고 했다. 유렵인인 말테 교수는 “한국교회가 동아시아의 유교적 위계질서와 물질적 번영에 집중하는 무속적인 기복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그리스도교의 본질과 핵심으로 더 가까이 가야할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무엇일까? 말테 교수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이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본질이 서로 다룰 수 있음을 전제하면서 “나눔과 교류와 토론으로 예수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대륙, 모든 교단, 심지어 천주교인들과 정교인들과도 대화(koinonia)할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말테 교수는 한국개신교회의 개혁을 위해 목회자 교육이 더 강화 되어야 할 것과 기독교윤리가 회복되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유교적으로만 가르치려하지 기독교윤리를 모른다”고 보고 “그러므로 교회가 기독교윤리를 회복하는게 개혁”이라고 단언했다.

“감리교회 복음주의와 사회적 성화” -이상윤

▲ 이상윤 목사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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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칭의에서 이신성화로”

이상윤 목사는 “죄씻음과 성령만 강조되고 윤리나 사회적 구원이 없는 교회는 타락한다”고 일갈했다.

종교개혁의 중심주제는 돈으로 구원을 사는 면죄부를 반대하여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이신칭의의 교리를 외친 사건인데 지금 한국교회는 복음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윤목사는 복음의 본질을 웨슬리 구원론의 핵심인 회개-의인-성화-기독자의 완전으로 설명하고 감리교회가 이신칭의를 넘어 이신성화로 나아가야 할 것을 강조했다.

구원받기 위해 면죄부를 사고 성직을 사기 위해 대기표까지 받아들었던 16C의 가톨릭에 대항해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고 했던 종교개혁의 기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횡횡하는 세습이나 성직매매, 기복신앙, 개인구원 등등을 극복하고 웨슬리가 강조했던 사회적 성화, 즉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한 예언자적 교회로 돌아서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시대에도 성화의 교리는 있었다. 장 칼뱅의 기독교강요 3편 성령론에서 성령의 주권이 강조된 노예의지적 순종을 강조한 것인데 이 교리는 ‘성도의 견인’에 잘 나타나 있다. 성령이 전적으로 역사하여 성화로 이끄는 것이다. 감리교의 성화는 여기에 반하여 자유의지를 가지고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윤 목사는 그러나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다. 값싼 구원과 현세기복적인 번영의 복음이 한국교회에 너무나 강하게 뿌리 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500주년에 제2의 종교개혁을 외치는 위기의 때를 맞은 감리교회가 ‘성화실천의 교리를 재발견하여 구원론의 균형을 잡아야 할 절대적인 요청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성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이상윤 목사는 먼저 개인의 성령체험을 강조한다. 거듭남중생의 복음으로 무장하고 ‘기독자의 완전’에 까지 나아가되 만인구원론을 믿고, 자유의지를 중시하고 찬양을 부르고 사회적관심을 실천에 옮기며 감리교 연대주의를 통해 교회연합정신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웨슬리의 사회적 성화는 사회선교를 통하여 구조악과 대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여성, 노동자, 빈민, 절제운동, 산업선교 등 기독교사회복음운동에 이르렀고 심지어 영국 노동당 결성의 밑거름이 되었다.

“마을 공동체를 통한 건강한 교회”

▲ 장학일 목사 (예수마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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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마을교회의 장학일 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을 한마디로 “마을이 교회되고 교회가 마을 되는 예수마을을 이루는 것” 즉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 하나님의 나라는 정치, 경제, 종교의 통전적인 변화를 위한 것으로 그 일을 위해서는 그리스도인의 인격적 변화를 통해 무장된 인재들이 개인성화와 사회성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완성됨을 강조했다.

예수마을교회는 이 인재들을 양육하기 위해 ‘공감센터’를 세워 교육, 복지, 의료, 경제, 문화 사역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인재들이 양육되고 하나님과 성도의 공감, 성도와 성도의 공감, 성도와 세상의 공감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받은 성도가 개인성화를 결단하고 밴드에 들어간다. 장학일 목사의 트레이드마크인 밴드목회인 것이다.

장학일 목사가 한국교회와 함께 나누고자 한 갱신포인트는 첫째, 교회 내 사역과 개인의 인격 계발(개인성화)을 통한 사회성화 사역의 균형을 추구, 둘째, 지역을 한교회가 변화해 내긴 힘들므로 지역 교회와 연합해야 하는 점(교회연합운동), 셋째 교회와 지역주민이 연합하여 지역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점 등을 들었다.

▲ 전용철 목사(연구소 이사장)     ▲ 카리스 오카리나 앙상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