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성경읽기’라든지 ‘왜 성경을 문학작품이라고 하는가?’ 같은 말을 들으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어느 문학전공자가 신대원에서 공부할 때, 교수가 성경을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을 처음 듣고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다. 문학전공자가 그렇게 거부감을 느꼈다면 일반인들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공화국에서 시인을 추방한 플라톤처럼, 그리고 문학을 외면한 교부들처럼 문학은 속된 것, 가공적인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성경을 문학작품이라고 하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속된 문학작품으로 끌어내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학적 성경읽기에 대한 한국교인들의 그러한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성경을 문학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믿었던 성경에 대한 신념을 뒤엎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문학을 불신하던 신학자들이 문학의 편에 들게 된 사실을 두고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말하는데,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소환하여 심문했던 교황청에서는 갈릴레오의 주장을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이단적인 말로 간주했다. 그러나 실상 지동설이 헛된 주장이 아니고 그것으로 인해서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성경이 문학형식으로 기록되었다는 사실도 헛된 주장이 아니고 문학적 읽기가 성경의 거룩함을 훼손하지도, 신앙을 흔들지도 않을 것이다.

성경의 문학적 이해는 성경의 기록 과정을 연구한 19세기의 고등비평에서부터 시작했고 20세기에 와서 글쓰기와 문학에 관한 이해가 깊어지고 널리 퍼지면서 그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달리 말해서, 성경에 관한 문학적 관심은 축자영감설이 오류임을 인지한 데서 출발했지만, 신학자들이 문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된 것은 그들이 성경과 문학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라는 성경의 주제가 문학형식을 취해서 표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문학 장르

성경에는 여러 가지 문학 장르가 섞여 있다. 장르라는 용어는 시, 소설, 극 같은 문학 형태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문학 장르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편, 아가서, 애가서 같은 시문학이다. 이러한 시들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욥기, 잠언, 전도서 같은 지혜서들도 문학작품이다. 우리는 지혜문학이라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신약에서 보면 사도들이 각 교회에 보낸 편지가 있는데, 그런 것은 서간 문학이라고 부른다. 성경의 마지막에 나오는 요한계시록은 기록자가 환상 중에 본 것을 기록한 책인데, 그런 종류의 글은 계시문학이라고 한다. 우리는 성경에 이러한 문학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문학형식이라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실상 구약의 오경, 예언서들, 대부분의 성문서들, 신약의 복음서들은 이야기체 문학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에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꾼이 있고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행동하는 사람들, 즉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 줄거리가 있고 그 이야기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즉 주제가 있다. 이러한 문학형식을 서사문학이라고 부른다. 주제에 관해서는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여기서는 신구약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꾼, 등장인물, 이야기 줄거리 같은 이야기의 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선 출애굽기에 나오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라는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목격하고 말씀하신 내용을 전달하는 이야기꾼이 있다. 우리는 이 전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꾼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기가 쉬운데, 실상 출애굽기의 이야기의 틀을 잘 살펴보면 누군가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분명하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꾼은 기록자와 동일할 수 있다. 그리고 출애굽기에서 모든 것을 관장하시는 분은 여호와이다. 그분이 모세에게 명령하시고 일일이 개입하신다. 그리고 모세, 아론, 여호수아 등은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대로 행한다. 이렇게 말하면 좀 불경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여호와는 그 이야기의 핵심인물이고 모세, 아론 등의 인간은 보조인물들이다. 보조인물들 가운데도 모세 같은 지도자가 있고 그의 지시를 받는 백성들이 있다. 그리고 여호와, 지도자들, 백성들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 줄거리가 있다.

복음서에서 보면 첫 번째 나오는 마태복음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로 시작한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를 설명해 주는 이야기꾼이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어서 마리아, 요셉, 헤롯, 동방 박사 등 여러 사람들이 나온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예수님이 세례를 받고 공생애를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복음서의 주인공은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음서에도 예수님 외에 제자들, 복음을 듣는 일반인들, 예수님을 비난하는 유대교 지도자들 등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예수님은 이적을 행하시면서 천국복음을 전파하시고, 당신이 메시아임을 제자들에게 예고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부활하신 후 승천하신다. 복음서에는 이러한 이야기 줄거리가 있다.

다시 구약으로 돌아가서 창세기에서 보아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꾼이 있고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같은 사람들이 나오고 이야기가 쭉 전개된다.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서 보면 여기에도 이야기꾼이 있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시고 모세는 그 명령을 받아 실행한다. 사무엘서, 열왕기서, 역대기에도 이야기꾼이 있고 사울과 다윗, 솔로몬 등에 관한 이야기 줄거리가 있고, 북왕국과 남왕국을 치리한 왕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는 사울, 다윗, 솔로몬 등의 왕이 주요 인물들로 등장하고 그들 아래에 군소인물들이 나온다. 심지어 창세기 1장에서도 이러한 이야기의 틀을 볼 수 있다. 창세기 1장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시작한다. 여기에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 혹은 기록자가 있고 이 1장에서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따라서 1장의 주인공은 하나님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일의 순서에 따른 줄거리가 있다. 창세기 1장의 기록은 이야기문학의 틀에 안성맞춤식으로 들어맞는다.

여기서 창세기를 과학적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창세기의 이야기와 과학의 기록을 비교해 본다. 과학적 기록에도 이야기의 이야기꾼에 해당하는 기록자가 있다. 그러나 과학의 기록에는 등장인물도 이야기 줄거리도 없다. 단지 이론의 전개 혹은 나열이 있을 뿐이다. 수학의 경우에 예를 들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라는 공식에서 혹은 ‘12에 3을 곱하면 36이다’라는 셈법에서 그 공식이나 셈법을 말하는 사람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행동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이 수학적 글에는 등장인물이 필요 없다. 과학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대부분의 글,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글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활동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은 바로 성경의 기록이 과학의 기록과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성경의 기록이 문학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성경과 문학의 주제

이야기체의 문학작품에는 그 작품을 통해서 전달되는 메시지, 다시 말해서 주제가 있다. 그 주제는 이야기의 줄거리 가운데 나타나는 주요 인물의 언행, 주요인물과 군소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파악된다. 그 주제는 작품의 시작, 중간, 마지막까지 작품 전체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작품의 모든 인물들과 사건들 그리고 구성은 주제를 드러내는 데에 이바지한다. 특히 단편소설처럼 길이가 짧은 작품에서는 첫 단어에서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단일한 효과를 위해서, 다시 말해서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단편소설에 관한 기본 이론이다.

이야기체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장르의 문학작품에도 주제가 있다. 극작품에도 주제가 있다. 연극이나 영화 혹은 연속극에서 우리는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한다. 시에도 작가가 전하려는 주제가 있다. 시인은 시에 자신의 느낌을,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음을 표현 매체로 삼는 음악에도 색채를 매체로 하는 미술작품에도 작곡자나 화가가 담으려는 주제가 있는데, 하물며 인간의 생각을 전달하는 언어를 표현 매체로 하는 문학작품에 주제가 없을 수 없다. 작가는 자신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작품을 쓴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성경에도 성경 전체에서 혹은 66권의 개별 책에서 전하려는 주제가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하나님 체험이다. 달리 말하면, 성경의 주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다. 창세기 1장도 창세기 전체도, 출애굽기도, 레위기도, 시편도, 예언서들도, 복음서들도, 서신서들도,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도 모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기록된 글들이다. 성경의 시가서, 지혜서, 서신서, 계시록 그리고 이야기체로 기록된 부분들을 모두 합쳐서 성경 전체가 문학형식을 취한 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성경을 믿음이 주제인 문학작품이라고 말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주제를 담은 문학작품이다.

성경을 역사적 기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성경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다. 고려시대의 우왕의 치적을 기록하려고 할 때, 먼저 기록자가 있고, 그 기록자가 관찰하고 정리한 우왕의 치적에 관련된 사건들이 있고 그 사건들에 관련된 사람들이 있다. 먼저 중심인물은 우왕이고 그 밑에 이인임, 최영, 이성계 같은 고관들과 백성들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성경의 이야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역사 기록에는 일관된 주제가 없다. 사건들의 나열이 있을 뿐이다. 독자가 역사의 사건 기록을 통해서 우왕이 정치를 잘못했다든지 세종대왕이 훌륭한 왕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만약 기록자가 객관적으로 기록하지 않고 우왕을 어리석은 왕으로 혹은 세종대왕을 선정을 베푼 왕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기록을 수정 가감한다면 그것은 객관성을 중시하는 역사 기록이 아니다. 역사 기록에서는 기록자가 자의적으로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일어난 사건들만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열해야 한다.

만약 역사 기록자가 어느 왕이 훌륭했다는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기록한다면, 그 기록은 객관적인 역사 기록이 아니고 역사소설이 되고 만다. 역사 소설가는 역사적 사실에 의지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그 사실들을 주관적으로 선택하고 그 주제와 맞지 않는 사건들을 버리게 되어 있다. 성경에는 각 책마다 그리고 전체에서 드러내려는 분명한 주제가 있다. 그것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다. 이렇게 성경에는 주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일정한 주제를 부각시킬 수 없는 역사 기록과는 다르다.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성경을 문학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성경이 문학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문학의 언어로 기록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성경을 작품으로 볼 때 성경의 주제가 훼손되거나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작품의 주제는 다양하다. 그 주제는 남녀관계일 수도 있고, 사회문제일 수도 있고, 정치문제일 수도 있고, 종교문제일 수도 있다. 그 어느 주제라도 문학형식을 취하면 우리는 그 책을 문학작품이라고 부른다. 문학작품을 규정하는 근거는 그 형식이지 주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문학형식에 주목하더라도, 달리 말해서, 성경을 문학작품이라고 보더라도 성경의 주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인간 창조 이야기를 달리 이해하는 세 명의 독자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넣어 아담을 지으셨다. 그리고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시고 그 자리를 살로 채우신 다음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셨다. 이 인간 창조 이야기를 믿지 않는 독자가 있다. 그는 아담의 갈빗대를 빼내서 그 자리를 살로 채운 다음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우선 해부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 이야기를 거부한다. 이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독자가 있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문자적 의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창세기 2장의 이야기를 문학의 언어로 표현된 것이라고 보면서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