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의 만남을 위하여

한 구절, 한 구절, 한 단어, 한 단어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그 동안 상당한 시간이 흘렀군요.

어떤 분이 우리 그리스도교에 대해 밋밋한 감정을 갖고 있다가 부인의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교회에 갔다고 합니다. 그때 설교본문이 창5:21~32까지였답니다. 내용은 에녹과 므드셀라와 라멕, 그리고 노아를 비교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부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부인의 권면을 받고 교회에 처음 나가게 된 남편 분이 ‘므두셀라는... 구백육십구 세를 살고 죽었더라’에서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아.... 천년 가까이 살았어도 결국 죽었구나. 그러니 기껏해야 30년도 정도 남았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면서 그 이후로 아주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에녹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어떤 깨달음, 어느 구절에서 하나님과의 어떤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을 통으로 꿰야 한다면서 성경을 단계별로 공부하는 것, 성경을 좀 더 심도 있게 알아야 한다면서 단계별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대체 이 말씀이 무슨 뜻인가?”를 질문하면서 한발자국씩 나가는 “말씀과의 친교”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게 되고 성경이 말씀하는 중요핵심 사항을 ‘나의 입장’에서 붙들게 되지요.

따라서 ‘성경에 대한 앎보다는 성경을 통한 하나님과의 만남의 경험’을 중시하면서 조금씩 전진하는 ‘평생교육’ 개념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교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어거스틴은 먼저 성경을 전체적으로 본 후에 말씀과의 만남을 경험했던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과 술취하지 말며 음란과 호색하지 말며 쟁투와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13:13~14)”의 말씀에 부딪혀 완전히 무너져 내린 후 그 이후로 차분히 성경에 대한 지식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교회사의 위대한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므로 오랜 기간 동안 믿음생활을 했으면서도 성경을 잘 모른다면서 성경을 짧은 시간 안에 통째로 꿰뚫고 싶다는 욕심으로 서두르지 말고 전혀 관심도 없고 은혜도 될 것 같지 않은 본문, 구절, 단어, 부분을 통해 하나님과 친교하실 수 있도록 ‘말씀과의 만남’을 시도하시면서 천천히 나갈 것을 권합니다.


지난번의 “의견교환”과 관련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1. 본문소개
2. 내용확인
3. 의견교환

(3)1절~2절에 의하면 아기예수를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들은 동방에서 목적을 갖고 베들레헴에 온 이방인 방문자들입니다.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는 걸까요(사2:2~3; 미4:1~2)?

(4)동방에서 온 방문자들은 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헤롯 궁에 가서 찾지 않고 예루살렘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닌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일까요(1절~2절)?

(5)1절~2절을 보면 아기예수를 방문하러 유대에 온 이들은 당시의 사회계층 구조에서 볼 때 중류층 이상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마태복음 저자가 속해 있는 교회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요?

4. 하나님 나라 친교로의 안내

(3)아기예수 최초 방문자인 이방인 상류층(1절~2절)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 그것을 알고 가장 먼저 아기예수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방인 상류층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방인으로서 자기들의 나라도 아닌 작은 나라 팔레스틴의 유대에 나신 구세주를 뵙기 위해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경배하러’ 왔습니다(2절). ‘경배한다’는 말은 몸을 완전히 낮추고 엎드려 존경을 표하는 숭앙의 자세를 가리킵니다. 이마가 땅에 닿거나 닿을 정도로 몸을 낮게 낮추어 엎드리는 모습이지요. 인간세계에서는 황제 앞에서나 있을 법한 존경의 극치를 드러내는 자세입니다.

바로 그런 자세를 통해 숭앙의 예를 갖추기 위하여 동방에서 왔다고 동방의 박사들이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동방의 박사들은 이미 별의 징조를 보고 경배받기에 합당하신 분을 찾아 왔는데 유대 상류층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극명한 대비구조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것은 하나님의 계획된 뜻이 이루어졌음을 나타냅니다. 미가서에 의하면 이방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예언되었습니다(미4:2). 여기서 ‘이방’은 ‘나라들’의 번역인데 ‘나라들’은 유대 이외의 다른 나라들을 가리키므로 결국 유대가 아닌 이방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동방에서 아기예수께 경배하러 온 박사들은 사회지도층에 해당하는 상류층 사람이기 때문에 이방인들이 아기예수께 몰려드는 대표적인 상징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대인 상류층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방인 상류층은 알았습니다. 이것은 버림받을 유대인 상류층을 암시적으로 말해줍니다. 동시에 구원받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는 이방인 상류층을 향한 복음의 빛이 이방을 향해 비추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선택받았으나 구원에서 멀어지는 유대 상류층과 선택받지 못했으나 구원으로 다가오는 이방인 상류층이 대비되고 있군요. 

(4)헤롯 궁으로 가지 않고 아기예수 탄생 장소를 묻고 다닌 이방인 상류층(1절~2절)

새로운 ‘유대인의 왕’을 가리키는 징조의 별을 보고 예루살렘에 이른 동방박사들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아기예수를 헤롯 궁에서 찾지 않고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묻고 다녔습니다. 이것은 이방인들이 헤롯의 후계자를 진정한 왕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새로 나신 ‘유대인의 왕’은 헤롯 궁에서 출생하여 헤롯의 뒤를 잇는 정치적 군왕으로서의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갖는 ‘유대인의 왕’으로 오셨다는 것을 이방인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마태복음은 ‘유대인의 왕’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정치-군사적인 의미를 갖는 권력자로서의 지배자, 통치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인자’로서의 ‘왕’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헤롯왕은 로마에 의해 ‘왕’으로 인정받은 인간세상의 통치 권력자일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시대를 펼쳐갈 ‘유대인의 왕’은 헤롯과는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개념으로서의 ‘왕’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와 같이 마태복음이 전하는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아기예수는 결코 인간세계의 권력 최상층 자리에 놓인 왕좌에 앉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분뿐인 구원자로서의 ‘일인자’로 세상에 오신 예언된 메시아, 그리스도라는 것이 마태복음의 증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선택받았으나 멍청한 짓을 하는 유대 상류층과 선택받지 못했으나 구원에 참여하는 민감한 이방 상류층이 선명하게 대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5)마태복음 교회 공동체의 특징(2절~4절)

본문소개 때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마태복음 공동체는 부유한 교회 공동체로서 유대 상류층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복음이 헤롯과 헤롯 궁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유대의 상류층들을 부정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같은 급의 교회 교인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교훈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상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지라도 헤롯이나 그 주변의 인물들처럼 예수로 말미암아 소동이나 벌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면 아기예수께 경배하기 위하여 동방에서 온 박사들보다 못한 자들로서 버림받는 자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태복음을 대하는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에 속하는 중상류층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헤롯이나 그 주변 인물들과는 달리 이방의 상류층 인물들처럼 깨어 있어서 열린 안목을 갖고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전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받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마태복음은 이와 같이 유대 상류층과 이방인 상류층을 대조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선택받았음에 늘 자부하고 있는 유대 상류층 쪽 믿음생활을 하고 있는 중인지, 선택받지 못했으나 선택된 자 이상의 복을 갈망하는 이방인 상류층 쪽 믿음생활을 하고 있는 중인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점검해 보면서 지금도 여전히 나를 향해 계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이루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