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높은 윤리의식이 있는 목사로서가 아니라 솔직히 돈이 없어서 그동안 '노래빠'나 '룸싸롱'에 가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못가봤지만, 취재 차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우리와 똑같은 삶의 애환이 있고, 구구절절 사연의 보따리가 있음을 알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야 될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기를 노크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래방을 섭외하기 위해 여러 군데 전화를 넣었다. 다들 목소리가 어둡거나 날카로웠다. 섭외하기 힘들겠다며 포기해야 되겠다 싶을 무렵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맞아주는 전화 목소리가 있었다. 거기가 바로 오늘(23일) 만난 ‘노래빠’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노래방’ 2년, ‘노래빠’ 2년 등 도합 4년을 노래방 업을 경영한 이유미(45) 대표다. 평소 남편과 함께 경영하고 있지만, 오늘은 그녀와의 단독 인터뷰다.

	▲ 많은 가족의 사랑의 짐을 남편과 함께 지고가고 있는 이유미 대표는 그 마음 만큼이나 외모도 아름답다. ⓒ 송상호

“원래부터 노래방 업계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전엔 14년 정도 중국 음식점을 경영 했죠. 종업원들 다루기가 제일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고 뭐 돈 되는 일 없나 찾다가 지금의 일을 남편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죠.”

이렇게 시작한 이 일의 일과는 늘 빠듯하다. 새벽 2시가 넘어 3시가 되어야 문을 닫는다.
그래 봐도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가게에 딸린 방에서 바로 잠자리에 드는 날이 훨씬 더 많 다. 그 다음 날 오후 1시나 되어 일어나서 장을 보고 오후 영업을 준비하다 보면 또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규칙적인 식사는 해본 지 오래다. 가게 내에 샤워시설이 따로 없어 옆 가게에 가서 해결하고, 식사는 남편의 친구가 경영하는 중국음식점 신세를 지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나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일은 어떤 직종이든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딸린 자녀들(3남매) 외에 가족 사정상 그들이 돌봐야 할 또 다른 식구들 때문에 지금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사정을 생각하면 그들 부부가 벌이는 ‘현대사회에서 버텨 나가기’는 가히 한 편의 드라마라 할 것이다.

다행히도 그들의 성품은 낙천적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좋아한다. 양주는 손님들 이 먹지만, 그들 부부는 소주를 좋아해 둘이서 마주 앉아 소주를 자주 먹는다고. 손님은 비싼 양주 먹고, 자신들은 값싼 소주를 먹는 게다.

그리고 자녀들도 이런 부모를 십분 이해한다. 마침 가게에 놀러온 막내 아들(15)이 엄마
의 인터뷰를 지켜보다가 엄마의 일을 “굿, 굿이에요”라고 말하며 익살스럽게 웃는다. 아들의 웃음에서 현재 부모의 생활을 바라보는 자녀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음주가무를 서비스로 파는 장사가 다 그렇듯 손님들을 상대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욕 하는 손님, 고함치는 손님, 기물을 던지는 손님, 괜히 시비 거는 손님 등을 하루가 멀다 하고 상대해야 한다. 심지어는 불법 ‘노래빠’ 인 줄 알고 슬그머니 가게 바로 옆에 위치한 파 출소에 신고해 불려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외상을 갚기 싫어서 그렇게 한 손님이었기에 오히려 파출소에서 돈을 받아내기도 했었다고.

	▲ 이유미 대표 자신의 굵은(?) 팔뚝이 부끄럽다며 한사코 팔뚝을 감춰달라고 신신당부하는 이유미 대표는 한 명의 여성이었다. ⓒ 송상호

	▲ 노래홀 그들이 경영하는 노래홀은 단순히 가게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줄이자 일상 삶의 터전이었다. ⓒ 송상호

* 편집자 주 | 이 인터뷰는 지난 23일 안성 석정동에 있는 '락안노래홀'에서 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다. 송상호 목사는 오마이뉴스 게릴라기자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수백편의 주변 생활이야기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