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아버지? 언제부터~

신32:6 여호와... 그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시냐...


신약성서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특히 마가복음에서 예수는 하나님에게 “아바 아버지”라고 하며(막14:36) 마태복음에서는 ‘너의 아버지(마6:4)’, ‘우리 아버지(마6:9)’라고 한다. 누가복음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게 ‘너희 아버지’, ‘내 아버지(눅22:29)’라고 하며 요한복음에서는 “내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말하여 유대인들이 예수 때문에 몹시 자극되었음을 나타낸다(요5:17~18).


• 요한복음 유대인들의 과민반응은 뜻밖의 일

그런데 요한복음에 나타나는 유대인들의 과격한 감정적 반응은 뜻밖이다. 예수가 하나님을 향해 ‘나의 아버지’라고 했다고 해서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이겠다고 한 것은 과민반응이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들은 벌써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라고 했으며(신32:6; 시89:26; 렘3:4,19) 이 호칭으로 인해 “한 형제됨”의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수가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라고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요한복음의 과민반응의 이유

바로 그래서 요한복음 저자는 유대인들이 예수의 그 말에 왜 과민반응하게 되었는지를 부연하여 설명해야 했다. 예수가 단순히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라고 했다고 해서 예수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안식일을 범하고 하나님을 자기의 친아버지라고 하여 하나님과 동등하다고 했기 때문(요5:18)”이었다. 이것은 요한복음 저자가 이미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최상위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언표(言表)로 생각된다. 하지만 요14:28에 의하면 현대의 삼위일체적 신관과 같은 그리스도의 최상위 개념이 아직 분명하게 확립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아버지는 나보다 크심”이라고 예수 자신이 스스로 말한 것으로 나타난 언명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종속관계”임을 표명하기 때문이다.


• 변함없이 이어지는 신약에서의 “하나님 아버지”

복음서들의 이런 일인칭적(나, 우리), 혹은 이인칭적(너, 너희) 호칭과 마찬가지로 바울도 ‘우리에게는 한 하나님 곧 아버지가 계시니...’라고 하여 유대인들이 갖고 있는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아버지’ 인상을 그대로 이어받아 “우리의 아버지”라고 하므로 예수가 ‘나의 아버지’라고 했던 바로 그 하나님이 곧 그리스도인들의 아버지라는 것을 선포했다(고전8:6). 그런데 엡1:17과 벧전 1:3에서는 ‘우리의 아버지’라는 표현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라는 표현도 사용하므로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들 모두는 결과적으로 예수와 연합되는 한 형제자매, 즉 주 예수와의 일체적 하나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하나님은 동시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기도 하다는 신약편저자들의 선포는 예수와 함께 믿음의 사람들 모두가 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동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을 지니는 일체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 이유나 설명이 없이 계속 신약으로 이어지는 유대교의 아버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 볼 만한 것은 하나님을 왜 아버지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전제나 그에 관한 설명이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신약의 편저자들이 유대교의 신관을 그대로 받아들여 생긴 자연스런 현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증언하는 예수파 신도들로 구별되었다가 나중에 가서야 유대교와 다른 별도의 종교로 구획지어졌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에서 말하는 구약의 하나님에 관한 신앙적인 관점에 조금도 변화를 주지 않고 그대로 이어받아 유대인들과 똑같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한다.

그러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 것은 언제부터 일까? 언제부터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렀을까?


• 창세기의 가족적 분위기에서 조차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하나님 아버지”

창세기는 물론이려니와 출애굽기와 레위기 민수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목이나 구절이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출4:22(이스라엘은 내 아들 장자라)와 호11:1(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냈거늘)에는 하나님의 아버지되심에 대한 언어적 암시만이 나타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을 향해 ‘아버지’라고 표현하여 하나님의 아버지되심을 나타내는 언명은 모세의 고별설교인 신32:6에서 처음으로 ‘너의 아버지’라고 표현되어 있다.


• 생각보다 역사 짦은 “하나님 아버지”

그렇다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하는 신앙고백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세 이전의 유목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족장 이야기에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하기 시작한 것이 상당한 후대의 일이란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는 신명기를 모세 당대의 저작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훨씬 후대의 어느 시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게 한다. 비록 오경의 하나인 신명기에 ‘너의 아버지’라는 표현이 나타나긴 하지만 이것은 매우 뒤늦은 시기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 신명기에 처음 나타나지만 한참 후대의 고백인 “하나님 아버지”

예를 들어 신32:41의 ‘번쩍이는 칼을 갈며(sharpen my flashing sword)’라는 표현은 모세의 고별 설교 중에 나오는 표현이므로 이스라엘이 아직 가나안에 진입하기 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표현은 모세 당대를 훨씬 지난 후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미 철기시대로 한참 진입한 때의 문화적 상황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모세의 출애굽 시기를 멀리 보면 주전 15세기, 가깝게 보면 주전 13세기 경인데 어느 때로 보거나 이 시대는 문화사적으로 청동기 시대이다. 따라서 “번쩍이는 칼을 간다”는 표현은 청동제 무기인 청동검을 두고 표현한 말이라기 보다는 철제 무기인 철검을 두고 나타낸 표현이라고 보아야 적절하다. 더구나 신32:17의 “근래에 알지 못하던 신, 근래에 일어난 새 신, 너희 열조의 두려워하지 않던 것들”이라는 표현은 예고적 표현이 아닌, 경험적 표현의 형태로 기술되었으므로 이것은 가나안 진입 당시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

가나안은 이미 안정된 도시 국가를 이룬 상태였으므로 그들 나름대로의 전통적인 신을 섬기고 있었기 때문에 새 신이 일어날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출애굽한 노예종족을 인도하는 야웨가 가나안에 새 신으로 소개될 판도였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이스라엘에게 야웨가 아닌 다른 새 신을 받아들이게 했던 유다 정복국인 바벨론의 신의 종교적 영향권 안에서 야웨신앙을 고수하려는 민족주의적인 묘사라고 보아야 한다.

더군다나 신32:42는 노예 출신인 이스라엘이 앞으로 가나안에 진입하여 치러야 할 전쟁상황을 묘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햐면 41절의 “내 손에 심판을 잡고”라든가 “나의 대적에게 보수하며”, 또는 “나를 미워하는 자에게 보응할 것”이라는 등의 표현은 무던히도 압박을 당하고 무시당하던 고난의 연속 상황에서 나타난 한맺힌 절규와 연결된 표현으로 보아야 적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의 상황에서 볼 때 42절의 ‘포로된 자’의 개념은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의 청동기 시대의 상황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표현들은 이스라엘이 극도의 절망속에서 갖은 고난을 겪어야 했던 주전 6세기의 포로기 시대를 반영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신32:43a도 역시 여호수아의 가나안 진입 당시의 전쟁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호수아는 이민족 진멸법에 의해 ‘싹쓸이’사명을 갖고 가나안으로 들어갔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너희 열방은 주의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라’는 것은 한참 후대, 다시 말하면 이방 민족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포로기 시대 이후의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고난의 역사속에서 경험된 가까이 계신 하나님 체험”에 근거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고백하는 이런 고백이 신약을 통해 현대의 신앙적 경험으로 공유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당했던 것과 같은 고난의 현장속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명기를 모세가 저술한 말씀이라고 보면 가나안에 진입하기 전에 행했던 수명 다 된 한 노인네의 유언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역사 소설 이야기를 듣는 것 정도가 되고 만다.

*학술적인 성격의 칼럼이라 "예수님께서"라는 존칭적 격조사를 사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