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선물-4

라이딩이 예술이 되기까지

              사진/조석진 글/황대성 

▲ 비포장 급경사 언덕을 넘어서 휴식하는 조 목사와 필자

사진작가 조 목사가 우리 팀의 리더라는 것은 팀원 모두에게 축복이다. 특히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때,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지쳐서 입에서 단내가 나고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이러다가 쓰러져서 못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힘없이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서재의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카톡의 동호회 방을 연다. 그러면 사진이 벌써 올라와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피곤은 싹 사라지고 온몸에 힘이 불끈 솟는다. 멈출 것 같았던 심장이 힘차게 뛰는 소리가 들린다. 사진 속에서의 나는 초보자도, 희망이 없는 실패자도 아니다. 하늘같이 높아 보이는 김병대, 조석진은 물론 동료들과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을 많이 찍어본 나는 조 목사님이 나에게 많이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초보자에 대한 격려를 넘어선 따듯하고 섬세한 마음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보고 또 보기를 밤이 늦도록 그치지 않았다. 그것이 다음날 다시 힘든 라이딩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것은, 같이 숨이 차서 달리고, 언덕을 오르며 ‘내가 왜 여기를 오자고 했지?’라고 말했었는데, 그 순간을 사진에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이다. 갑자기 앞으로 달려 나간 것도, 뒤에 쳐져 보이지 않아 웬일인가 했던 것도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 수안보의 설봉 채플에서 동호회원 목회자들

▲ 1월의 경주에서.

놀라운 일은 그 사진들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역동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20-30km로 달리면서, 때론 숨이 턱에 차올라 헐떡이며 오르는 언덕에서 어떻게 초점이 흔들리지 않고, 완벽한 구도를 잡아내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 극한의 고통이 따르는 이화령 언덕을 오르며 필자를 촬영한 조 목사.

하디1903선교대회에서 공동 준비위원장과 홍보분과위원장을 겸해서, 언론에 기고와 기자회견 자료 등을 거의 집필하고, 사진 자료까지 챙겨야 했다. 와중에 감독회장이 자격정지에서 복권되는 일이 있어서, 급하게 홍보용 사진을 찍어야 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충무로 사진작가 회장이며, 성지 사진의 1인자인 김한기 작가, 잡지사 소속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희언 작가(현 스왈로사진스튜디오 대표/부산 해운대)를 불렀다. 모두 훌륭한 작품을 내놓았다. 적절한 사례도 지출했다. 그러나 평소 당당뉴스의 심자득 대표의 보도 사진에 매력을 느꼈던 터라, 결국에는 심 대표의 사진을 사용했다. 심 대표는 손사래를 쳤지만, ‘이것은 당당뉴스를 감리교회의 대표언론으로 인정하는 증거’라고 우겨서 그를 행사나, 인물 사진의 1인 자라는 나의 신념을 확인했다. 

▲ 봉숭아꽃잔치의 봉숭아꽃물들이기 부스

▲ 남한강변을 고속 라이딩하며 조 목사가 촬영한 필자

이런 확신에 회의를 가져다준 사람이 바로 조석진 목사다. 라이딩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자세가 잡혀가는 것을 사진으로 볼 수 있으니까 재미가 더 했다. 따라서 의상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라이딩복도 갖춰 입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사진에 대해서 민감한 편이다. 청주에서 목회할 때부터, 예총 모임을 통해서 화가나 사진작가들과 교류가 잦았고, 봉숭아꽃잔치를 하면서부터는 보도 자료를 민웅기 연합뉴스 충북지부장에게 보내면 사진 자료를 요청했다. 그래서 열심히 찍었다. 그것이 언론사를 통해서 다시 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좀 더 좋은 카메라로 바꾸고, 공부도 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는 사진작가들이 꾸준히 찾아오기 시작하고, 후원 방송사인 MBC는 물론 KBS, SBS, EBS 등의 방송카메라를 매년 접하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해에는 KBS에서만 세 차례 다녀가기도 하고, 한국 최고의 다큐라는 ‘차마고도’의 촬영감독이 EBS 팀과 함께 오기도 했다. 그중에 김한기 작가와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몇몇 유명작가들과도 친분이 생겼다. 백두산 작가 김숙자 선생도 소개받아 나와 김한기, 김숙자 선생과 한 사람 더해서 4명이 2007년 6월 백두산 출사를 떠났다. 북파의 바위 절벽 아래 가파른 경사로를 타고 내려가 백두산 물을 먹으며, 야생화를 접사하기도 하고, 새벽 12시에 일어나 서파에 올라서 일출을 찍으려고, 만년설 위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소나무 군락지와 자작나무 숲을 촬영하고 오다가는 은여우의 출현에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10여 일을 다니며 서로의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돌아와서 보니까, 풍경이나 꽃 접사 사진은 나와 똑같은 자리에서, 그들이 가르쳐준 대로 찍었는데도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인물사진만큼은 내가 찍어준 것이 더 나아 보였다. 그래서 썩 마음에 드는 백두산 기념사진이 없다. 왜 그럴까 넷이서 머리를 맞댄 결과, 교인들과 봉숭아꽃잔치 행사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쪽의 전문이 됐다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런 면에서 심자득 대표의 1인자론은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 백두산 천지 주변의 야생화, 필자의 작품

▲ 백두산 작가 김숙자 선생이 천지에서 필자를 촬영

▲ 필자가 찍은 백두산 인근의 소천지

한여름에 라이딩의 성지라는 양평 두물머리와 청평댐으로의 단체 라이딩, 춘천과 경주 원정 라이딩, 아름다운 충주호반, 중앙탑과 충주댐의 사진들은 전문 스포츠 사진작가가 따라다니며 찍은 것 같다. 스포츠를 즐기며 눈에 보이는 것을, 아름다운 예술로 다시 보는 기쁨을 누리는 것을, 평범한 일이라 할 수 있는가? 그 속에 내가 주인공으로, 때로는 자연 속에 동화되어 존재하게 해주는 사람이 늘 곁에 있는 것은 꿈같은 일이 아닌가?

조석진 목사는 심 대표의 사진에 자연의 숨결을 더했다.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를 앵글에 담아내는 진정한 예술가다. 그런 작품을 라이딩을 하면서 핸드폰으로 찍을 수 있는 행위예술의 최전선에 있다. 매일매일의 숙제처럼 우리들의 카톡에 올리는 것으로 소비하고도 덤덤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볼 때마다, 그의 작가적 능력과 그의 작품의 예술성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것보다 라이딩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의 능력이 우리 충주목회자 몇몇이 독점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전국의 라이딩을 하는 목회자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충주호반의 12km MTB코스를 함께 오르며 필자를 카메라에 담은 조 목사.

▲ 이화령에서 김병대, 조석진, 필자

▲ 이화령에서 김병대, 조석진, 필자

▲ 봉숭아꽃잔치 초청장

▲ 봉숭아꽃잔치 전단지

▲ 봉숭아꽃잔치의 MBC 취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