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선물 –라이딩 2

만남의 기적  

사진/조석진 글/황대성

꼭 1년 전의 일이다. ‘지나가다가 차고에 승용차가 있어서 계신 줄 알고 왔어요.’라며, 이웃 교회의 최종수 목사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선다. 차를 마시며 5년째 무릎 관절 치료를 계속하지만 점점 나빠져서 매일 침을 맞으러 다니는 이야기를 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부터 코로나 때문에 힘든 목회자들끼리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축구와 탁구 실력이 선수급으로 만능 스포츠맨인 후배를 부러워하며, “관절에 라이딩이 그렇게 좋다는데...” 라고 말을 잇지 못하니까, “우리와 같이 하세요.” 라고 하는 것이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서 한쪽 다리를 거의 못 쓰고, 나이도 60대 중반에다가 무릎이 다 망가진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라 생각하고 “그게 가능하겠어?” 했더니, 동생 같은 최 목사는 “황 목사님은 할 수 있어요. 뭐든지 열정적으로 하시잖아요.” 라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모임의 리더인 후배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나가서 자전거를 사자며 손을 잡아끌었다. 얼떨결에 시내의 자전거포에 가니, 사진 잘 찍고 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탄탄한 몸매의 40대 조석진 목사가 반갑게 맞았다. 권하는 대로 30만 원짜리 하이브리드 자전거와 헬멧 등 장비를 갖추고 내일 정기 라이딩 장소인 탄금대 자전거 인증센터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 최종수 목사외1

아직 3월초라, 오후 5시가 넘어가니까, 어둑어둑해지고 공기도 차가웠다. 그래도 15,6년 만에 처음 만져 보는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걱정되어 내일 만나기로 한 탄금대로 향했다. 승용차에서 자전거를 내려 대충 30단 기어변속에 대해서 들은 것을 연습해 보고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페달에 발이 떨어지며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몸은 다치거나 상처가 나지 않았는데, 체인이 기어에서 벗겨졌다. 장갑도 없이 손이 기름 범벅이 되어 가면서, 간신히 제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기어가 휘어진 것 같았다. 

▲ 첫라이딩의 첫사진

이튿날은 첫 라이딩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어수선한 마음으로 약속 장소인 탄금대 주차장에 가니, 8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 목사와 조 목사에게, 날 떼어 놓고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라이딩복을 갖춰 입은 회원들 사이에 어설픈 복장으로 끼어들었다. 출발은 어떻게 했는데, 비틀거리며 앞으로 잘 나가지를 않았다. 그리고 조금 가다가 기어 조작을 혼돈해서 브레이크를 잡는 바람에 넘어졌다. 너무 창피하고 미안해하는데, 모두 달려와서 일으켜 주고, 자전거를 손 봐줘서 다시 출발했다. 이미 선두 그룹과는 멀리 떨어졌고, 최 목사와 선수급 실력의 대장 김병대 목사가 옆에서 용기를 주며 함께 달렸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보지만, 앞으로 나가지는 않고, 무릎에는 통증이 왔다. 조금 경사가 진 도로가 나타나면 겁부터 나고, 힘이 달려서 넘어졌다. 그러면 일어나서 언덕이 끝날 때까지 끌고 가서, 내리막길에서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첫날 두세 시간 동안 20여 번은 넘어진 것 같았다. 그때마다 일으켜 주며, 괜찮다고 용기를 주는 최 목사와 동료들이 고마웠다.

▲ 발에 난 상처들

그들의 따듯한 돌봄으로 30km 코스를 돌아 탄금대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기쁜지 만세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다. 넘어지고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오를 때의 창피함도 미안함도 사라지고 자신감이 가득 찼다.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면서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픈 무릎으로 너무 무리해서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은 아닌지. 아내에게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고, 교인들도 눈치 챌까봐 차 안에 자전거를 숨기고 서재로 와서 샤워했다. 바지를 벗으니까 발목과 발등에 시뻘건 피가 범벅이다. 넘어질때마다 자전거와 부딪혀서 상처가 났는데, 긴장하고, 창피한 것 때문에 아픈 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무릎이 쿡쿡 쑤시고 평소보다 더 아프기는 했지만 견딜 만했다. 저녁을 먹으니 몸이 물먹은 솜처럼 피곤해서 잠도 단잠을 잤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서 다리부터 움직여 보니 이상이 없었다. 얼마나 기쁜지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침을 먹고 탄금대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잘 만들어 놓은 3km 정도 되는 자전거 도로에서 연습했다. 아직은 한번 다녀오는 것도 숨차고 힘들었다. 며칠 하니까 조금 편해져서, 아침저녁으로 어린이집 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여유 시간이 있는 최 목사에게 매일 전화해서 같이 탄금대에서 조정지 댐과 중앙탑 공원을 돌아오는 코스를 열심히 달렸다.      

문제는 언덕이었다. 조금의 경사만 있어도 오르지 못했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면 최 목사는 기다려야 했고, 넘어지면 달려와서 일으켜 줘야 했다. 두어 달 동안 반복되는 일에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지만, 나는 미안해서 혼자 작은 언덕부터 오르는 연습을 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급경사의 긴 언덕도 초여름쯤에는 오를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정기 라이딩에 8-9명이 함께하는데, 그것 가지고는 성이 차지 않아서 매일 전화를 돌려서 시간이 되는 동료들과 충주 댐, 수주팔봉, 좀 컨디션이 좋으면 수안보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혼자서 아침 먹고 10시쯤 나가서 라이딩 하고 오후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서재에 앉으면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하다. 서너 시간 집중력 있게 일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능률이 올랐다. 한없이 부럽기만 하고, 나에게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라이더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 탄금대 맞은편 호숫가 쉼터에서

▲ 최종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