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차별금지법과 이주민
이승철  |  목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1년 01월 06일 (수) 14:50:57
최종편집 : 2021년 01월 06일 (수) 14:51:51 [조회수 : 38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차별금지법과 이주민

이철승 목사(경남이주민센터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았습니다. 거리에는 인파가 드물어졌고 연말연시의 흥청거리는 분위기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며칠 전 지역의 백화점을 들렀더니 손님이 거의 없음에도 식당가를 포함하여 모든 매장은 문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습니다. 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진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손님을 기다리며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활동하는 자영업자들을 보면서 저분들이 출혈을 감수하며 제 자리를 지켜주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큰 고장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처럼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근간을 받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이주민들입니다.

나고 자란 땅을 떠나 낯설고 먼 한국 땅에서 제2의 인생을 꾸려가는 이주민들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희생자들입니다. 고난은 가장 낮은 곳에 거처한 이에게 가장 먼저 온다는 통념이 여기서도 관철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소기업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하고 이 충격은 고스란히 이주노동자들이 받았습니다. 실직과 이직이 속출했습니다. 내국인과 달리 이주노동자에게 실직은 자신이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사회적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실직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비행기가 뜨지 못해 발을 굴러야 했습니다.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고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해고라는 사형선고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이주노동자는 한국 땅을 밟지도 못한 사이에 사장이 무단결근이라며 해고 처리하는 일이 빚어졌고, 또다른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일하던 사업장으로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자가격리 장소를 구해야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장은 2주간 머무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조차 귀찮아했기 때문입니다. 내국인과 달리 입국한 이주민들은 증상이 없을 경우 자가격리공간을 자기 스스로 구해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로서 저는 지난 2월 이후 갈 곳 없는 이주민들에게 임시로 제공하던 ‘피난처의 집’을 비우고 입국 이주민들이 2주간 깃들 곳으로 제공했습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이주민센터로 전국에서 입국 이주민들이 문의하거나 방문했습니다. 민간단체인 경남이주민센터가 코로나19로 방역 공백을 겪은 이주민의 틈을 보완했다고 자부하기에는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너무 씁쓸하였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에서도 이주민들은 대부분 소외되었습니다. 서울시, 경기도, 몇몇 기초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이주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하면 우리 국민이 나눠 가질 것도 없는데 뭔 소리냐고 눈을 부릅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인식에 이주민들은 내국인들이 충분히 누린 뒤에 남는 것이 있으면 줄 수 있고, 안 줘도 그만인 존재입니다. 어려울 때는 떡 한 쪽이라도 나눠먹자는 말은 동질성을 가진 집단 사이에서나 통할 뿐,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이주민을 뒤 순번으로 밀어내는 기류는 더 커집니다.

저는 한국인의 심성이 이주민 차별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법과 제도,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정치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주민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밀어내는 나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인건비를 싸게 쓰고 싶은 기업들을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이것을 뒷받침하고 조장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사업장은 내국인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꺼리는 곳입니다. 내국인들 대신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보다 7배 높은 산재를 당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아시아 출신의 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사회적 편견에다 가부장제도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 문화를 익히고 한국 사람이 될 것만 요구할 뿐 그들이 가진 원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는 법과 제도에서도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문화다양성이니 다문화니 하는 말은 때로는 허울만 좋을 뿐입니다.

이주민을 자신보다 못하고 열등한 존재로 밀어내는 이들이 다른 소외 집단에 대해서는 그들의 권리를 인정할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을 보려면 그 나라의 외국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주민의 인권이 올라가는 것은 내국인의 인권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이주민 모두의 인권이 함께 상승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게도 염원하는 ‘국격’의 상승이 될 것입니다.

저는 국내의 이주민들이 각자의 빛깔과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이것을 앞당기려면, 제 생애에서 실현 가능한 모습을 보려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이주민과 내국인을 역차별하는 법이 아닙니다. 법이 만능이 될 수는 없지만, 사회 인식이 달라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울려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2007년 정치권에서 처음 시동을 건 뒤로 벌써 13년이 지났습니다. 이 정부 임기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다름과 차이를 차별의 구실로 삼지 않는 당신께 간절히 부탁합니다. 지금과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따뜻한 손을 맞잡자고 말입니다.

 

[관련기사]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1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3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김경환 (211.54.116.232)
2021-01-07 10:20:29
차별금지 또 차별금지에 과잉 몰두하다가 불러온 트럼프현상
동성애차별금지, 흑인차별금지, 뭐 차별금지, 또 뭐 차별금지 등등으로 이제껏 차별받던 사람들이 그런대로 나은 삶을 유지하기 시작하는 데 반해 그냥 가만히 있던 멍청이들(차별금지법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中下層 백인들)이 “이런 저런 무리들은 차별금지법으로 혜택 받는데 우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버린 자식이냐? 이젠 거꾸로 우리가 차별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외침이 하나 둘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틈을 트럼프라는 정치 사기꾼이 치고 들어온 거다. “미국을 위대하게!”라면서...

①차별금지법 등으로 ‘정치적 올바름’으로부터 혜택 받은 사람과 ②백인 상류층(대졸출신 등으로 먹고 살만하니까 이른바 거룩함을 찾아 나설 여유가 있는 무리들)이 합세하여 미국을 주도해나가는 데 대해 불만세력이 늘어났고...

차별당하고 있는 사람을 이런 저런 구실로 구제해주고 나니 이른바 차별금지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은 성실하게 살아온 죄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소위 말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그 무신 소수의 인권을 우대한다고 난리치다가 불만세력을 만들게 된 것이다. 作用이 있으면 反作用이 있는 법이다. 오늘 트럼프지지자들이 미국의사당을 습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미국은 내전상태나 다름없다. 로마제국의 몰락처럼 미국의 몰락은 시작되었다고 본다.

다수는 묵묵히 일하고 있는 데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금지법 등으로 오히려 우대를 받는다면... 차별금지법의 혜택을 받아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한 무리들이 다수가 되는 순간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과거에는 다수였으나 현재는 소수’로 전락한 무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 그 사회는 해체의 길로 접어든다.
리플달기
0 2
김경환 (211.54.116.232)
2021-01-06 16:58:35
외국인 차별은 어느 나라에나 있으며 한국인 역시 일본, 미국 등에서 차별당하며 살고 있다!
나는 長野(나가노) 동계올림픽 관련해서 長野縣에서 하수도공사를 하는데 노가다 뛴 적이 있다.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태국인으로 이루어진 노가다 판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면 땅을 평평하게 하고 하수도관을 까는 공사였다.

일본인 하루 일당 100원 기준에 한국인 일당은 85원, 중국인 일당은 70원, 태국인 일당은 65원이었다. 일본인 일당 100원은 일본에서는 별로이지만, 태국인 일당 65원은 태국 돈으로 환산하면 태국보통사람 한달치 월급에 해당된다. 급여상 차별이 있어도 왜 일본에서 노가다 하는가? 차별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친하게 지낸 한 태국인 노가다와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곤 했는데 이 사람이 힘이 장사여서 내가 하수도관을 끌어내리는 데 힘들어하면 곧바로 달려와 도와주곤 했었다. 내가 허리를 다쳐 쓰러졌을 때 나를 들쳐 업고 사업주에게 보고하러간 사람도 이 태국인 노가다였다. 내가 허리를 다치자 누구는 일본관청에 신고해야 된다는 둥 떠들어대었으나 나는 두말 않고 그대로 귀국하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 나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 고마운 일본인 사장이 곤혹스런 처지에 빠지게 되는 걸 원치 않아서...

숙소도 일본인 숙소와 외국인 숙소는 차별이 심했다. 즉 급여 차별, 숙소 차별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일본 노가다 판에서 뒹군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등한 대접을 바라는 것은 주제넘는 짓이다. 외국인 차별은 옳은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는 일이다.

우리는 노동력이 필요해서 외국인을 구했고, 외국인은 돈이 필요해서 차별을 감수하고라도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악덕기업주는 처벌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국에서 일하는 주제에 本國과 똑 같은 대접을 받고자하는 심보도 문제다.

한국에서 한국인이 식모살이하면서 눈물로 날을 지새우는 마당에 외국인의 눈물에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외국인은 돈이 필요해서, 우리는 노동력이 필요해서 상호계약을 맺고 상호 협력하는 것인데... 악덕기업주 처벌은 불가피하나 그이외의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다. 누가 강제로 차별당하라고 했는가? 차별당하는 걸 감수하고 자기 스스로 돈 벌기 위해 멀리 타향에 온 것 아니었던가!
리플달기
0 2
김경환 (211.54.116.232)
2021-01-06 23:44:44
자꾸만 차별 차별 하는 데... 도시에서 살다가 자기 고향 아닌 시골 가서 농사짓고 살려고 해도 별별 차별 당합니다. 자기 마을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마을 행사 때마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 나서고, 마을 경로당에 찾아가서 어르신 안마도 해주는 등 한 몇 년 머슴살이(?) 한 후 그 시골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요.

이주민이 아니라 동포임에도 불구하고 타향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텃세를 부려 차별하는 마당에... 물론 이런 건 잘못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질병은 어떻게 고칠 건가요? 무슨 수로? 하다못해 軍에 입대해도 처음 몇 달간은 구타당하거나 병신 취급받습니다. 과거 군에 있을 때 고참들의 텃세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었습니다. 나 역시 고참이 되어서는 졸병들을 엄청나게 갈구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도 선배가 억지로 신입생에게 술 먹이다가 사망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텃세와 차별을 견뎌낸 사람은 시골에서 살아남아 정착하고, 군대에서 살아남고, 대학 2학년으로 진학합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낙오됩니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이런 차별과 텃세를 그러려니 하며 견뎌내는 데... 하물며 외국인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외국인이야 차별이 싫다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한국에서 차별당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가령 시골에서 차별당해 도시로 돌아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차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보는 데 그게 하필이면 외국인인 것 까지는 좋은 데 左右上下 균형감각도 필요합니다.
리플달기
0 1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