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갈라디아서 6:17)

바울은 내 몸에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지니고 산다고 말했다. 자기와 이념을 같이 나누던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피해를 입었던 괴로움 때문에 솔직한 심정을 고백한 것이다. 예루살렘 교회지도자들은 그를 사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도는 예수께서 직접 택한 12제자를 의미한다. 이 12라는 숫자는 회복된 이스라엘의 12지파를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 속하지 못한 바울은 자신이 사도가 된 것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 십자가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냉혹한 비판과 배신과 오해 속에서 그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맛보았다. 이러한 가슴 아픈 심정을 갈라디아 교우들에게 말하면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간청한다. 그리고 "내 몸에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가졌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가끔 어떤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게 될 때 참담한 심정이 되어서 욕지거리를 하거나 넋두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또 어떤 때에는 내 자신의 진실성과는 상관이 없이 내 자신을 자랑하거나 내 자신의 공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바울은 이 말은 과장된 고백이라든지 자신의 진실성을 가장한 고백이 결코 아니었다. 그의 생애가 그의 실체를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바울의 몸에 새겨진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1. 예수 그리스도의 종임을 증명하는 흔적이었다.

옛날 종의 몸에는 낙인을 찍어 자기의 소유임을 표시했다고 한다. 바울은 그가 주를 위하여 받은 상처와 시련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종임을 증명하는 충분한 흔적이었다. 그는 예수의 못 자국이 그의 몸에 까지 배어 있었다. 이 상흔은 십자가의 오욕의 상징이며, 그리스도의 노예로서의 증거였다. 바울은 이 무거운 굴레를 벗어 버릴 수 없었다.

우리는 그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못 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입니까? 내가 정신없는 사람같이 말합니다마는, 나는 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고, 감옥살이도 더 많이 하고, 매도 더 많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습니다."(고후 11:23)

예수를 위한 이 많은 고난은 그가 예수의 종이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의 고난은 영광으로 인도하는 길이며, 이 길을 통하여 예수는 메시아라는 영광에 오르게 되었다. 교회의 상징은 십자가이다. 환란과 고난을 상징하는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종인 우리에게 복음을 위한 희생을 요청하고 있다. 이 십자가는 교회의 상징만은 아니다.

십자가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바울은 "왜들 이렇게 울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십니까?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해서, 예루살렘에서 결박을 당할 것뿐만 아니라, 죽을 것까지도 각오하고 있습니다."(행전 21:13)고 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을 각오를 하고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이 그의 종이다.

참 인간의 모습은 지배가 아니라 봉사의 모습이다. 섬김의 정신으로 가득 찬 예수는 참 인간의 모습을 자신의 삶에서 보여 주었다. 그이 예루살렘 입성도 영광과 권좌나 권위의 용상을 향한 길이 아니라, 천대와 멸시, 수욕과 박애인 십자가를 향한 골고다의 길이었다. 기독교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그 제도나 조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삶에서 보여준 봉사와 섬김의 정신에 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 된 우리 자신의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표준의 하나는 그가 이웃에게 보여 주는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어떠한가에 있다. 교만은 폭군의 악이며, 비굴은 노예적인 악이다. 그리스도의 동 바울은 관권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 병자와 죄인의 거리에서도 결코 교만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종으로 십자가 앞에 우리의 삶의 초점을 맞추고 산다는 것은 곧 사랑의 관심을 이웃에게 모으고 산다는 것을 말한다.

▲ 과연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충일한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겠다.

예레미야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으려 할 때, 그의 중심에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는 답답함으로 느낀 이유가 무엇인가? 그 말씀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며 성령이 그로 하여금 그것을 전하지 않고는 못 견디도록 뜨겁게 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예연을 맡기셨다는 소명감의 자각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는 사역에 있어서 소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중대한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은 구원의 역사를 위하여 그이 일꾼을 불러 세우신다. 바울은 "어머니의 태로부터 나를 부르신 하느님"이라고 했으며 자기의 신분을 밝히길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르심을 입은 자"라고 말했다.

이 말은 바울이 벗어버릴 수 없는 사명이 모태로부터 이미 받았다는 부동의 신념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바울은 하느님의 말씀에 붙잡혀 복음을 증거 했다고 했다. 이 같은 사명의식이 우리에게 있든지 없던지 간에 부름 받은 자에게는 반드시 가져야 할 확신이다.

바울은 빌립보서에 고백하길 "내가 지금까지 값있게 생각하던 모든 것을 예수를 알고 난 뒤에는 분토와 같이 여겼다"고 고백했다. 이 세상의 무가치한 것을 무가치한 것으로 깨닫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요, 가치 없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붙잡고 있는 것이 무가치한 일이다. 사명자는 언제나 그리스도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법이다.

우리는 이 시대에 부름 받은 사명자로서 이 시대 천대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과 함께 천대를 받으며 그 푸대접에 지지 말고 그들의 냉대 저편에 있는 하느님의 위로와 평강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명자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민중들의 삶의 한복판에서 가난과 소외로 말미암아 고통을 당하는 그들과 함께 괴로워하면서 이 물질적인 가난과 어두운 갱 속에 전혀 색다른 하느님의 부요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명자로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리고에서 강도 만난 사람들처럼 육체적으로 신음하는 농민형제들과 하나 되는 삶,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나누기 위하여 우리의 육체가 다 쇠잔하고 죽어버린다 해도 오히려 영원히 죽지 않는 영혼의 가치와 그 생영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좋은나무교회 박철 목사.

3. 예수의 희생의 넋을 자기 생명 안에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예수는 결코 먼 곳에 계시지 않는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하나가 되는 삶, 그리고 그들을 위하여 자비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생활가운데 계심을 믿는다. 정말 우리의 나태와 무관심에 대해서 그리고 지식인이 가질 수 있는 온갖 허위의식으로부터 우리는 철저하게 결별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충일한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겠다. 주님의 생명이 우리 마음 안에 거할 때 그곳에 참 생명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내 안에 있다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혼을 내 생활의 정신으로 한다 함이며 우리의 가슴에 그 생명력이 빛날 때 우리의 생애는 드높은 차원에 서게 될 것이며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 묻은 십자가의 흔적은 우리의 생에 희생의 넋을 새겨 놓았다. 그리스도의 피 묻은 흔적은 우리의 삶에 드높은 사랑의 차원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을 알고 사는 기쁨을 알 때, 민족을 위하여 나를 바칠 수 있으며, 우리의 가치를 발견하고 목숨을 바치는 자유를 가질 때 진정한 자유를 체득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 묻은 흔적은 오늘 타인을 위한 희생과 사랑과 삶을 명령하신다. 빼앗기지 말고 이 민족의 제단 앞에 내가 바쳐야 하겠다. 우리도 바울처럼 내 안에, 내 몸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가지고 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