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참 많다. 구약성서는 물론이고 신약성서에도. 특히 네 복음서에는 눈을 감으면 세계적인 명화 또는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이 떠오르는 말씀들이 너무 많다.

▲ 설교는 몇 년이고 몇 십 년의 세월이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살과 피가 되어 나올 때, 비로소 한 편의 좋은 설교가 될 수 있다.

요한복음 10장의 말씀도 그중 하나이다. 요한복음 10장을 읽으면 마치 예수의 자서전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수가 누구이며, 예수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았으며, 예수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좋은 목자와 양의 관계를 설교한 자전적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도적이 아닌 참된 목자와, 삯꾼이 아닌 착한 목자를 구별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이 있다. 사실은 이들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 거짓 예언자들과 거짓 그리스도는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도 있었다.

그리고 미래에도 있을 것을 예상하여 예수께서는 "그때에 어떤 사람이 당신들에게 '자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계시다. 혹은 저기 계시다'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마시오.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서 할 수만 있다면 뽑힌 사람들까지도 속여 넘기려고 큰 기적과 이상한 일들을 보여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그리스도가 광야에 나타나셨다 해도 나가지 말고 그리스도가 골방에 계시다 해도 믿지 마시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모여드는 것입니다" (마 24:23-28)라고 경고하셨다.

예수는 우리의 좋은 목자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부러울 것이 없다. 좋은 목자는 양을 찾아 문이 아닌 딴 데로 들어가지 않는다.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교회를 차지하거나 탈취하지 않는다. 좋은 목자는 지위와 명예를 위해 불법을 행하지 않는다. 좋은 목자는 자기 유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거나 남의 목을 조이지 않는다.

좋은 목자는 별것도 아닌 이권에 매달리어 헐떡이지도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정말 좋은 목자는 양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친다. 정말 좋은 목자는 신도들이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나 죽여라!' 하고 떼를 쓰며 붕당(朋黨)을 만들어 눌어붙지 않는다. 

정말 좋은 목자는 이리떼가 가까이 온다고 곧 양을 그대로 버려 두고 도망치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이 자전적인 말씀에서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 주고 양들은 목자의 소리를 알아듣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좋은 목자는 양들을 하나하나 우리 밖으로 불러내어 삶의 터전으로 데리고 갈 뿐 아니라, 목자는 양들의 앞에서 길을 인도하며 간다고 했다.

하루 종일 또는 1년 내내 양들을 우리 안에 가두어 두는 것은 좋은 목자가 아니다. 교회 안에 또는 자기의 이익집단에 가두어 놓고 현실에서 격리시키는 것은 착한 목자가 아니다. 신앙은 현실도피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목자는 목장으로 들어갈 때에도 정정당당해야 하지만, 나올 때에도 떳떳해야 한다. 

이사야 48장 17절 하반절에는 "나 야훼가 너의 하나님이다. 네가 잘 되도록 가르치는 너의 스승이다. 네가 걸어야 할 길을 인도하는 너의 길잡이다"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의 좋은 목자가 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잘 되도록 가르치시는 스승이며,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인도하시는 길잡이다. 
 

▲ 예수그리스도는 교회만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아니다. 예수그리스도는 온 세계의 만민을 위한 메시야이다.

만일 우리에게 좋은 목자, 좋은 스승, 좋은 길잡이가 있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좋은 스승은 찾기 어렵고 좋은 지도자를 만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고 말았다. 예수는 요한복음 10장에서 좋은 목자와 도적을 구별했고, 착한 목자와 삯꾼을 달리 보셨다.

목회자가 월급쟁이로, 어느 일터의 삯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라고 했다. 양은 낯선 도적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은 목회자가 아주 어려운 때이다. 양과 염소를 구별하기도 어렵지만, 좋은 목자가 반드시 좋은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처세술이 능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회자가 성공한 목회자로 추대되고 큰 대접을 받는 때이다. 순수가 통하지 않는 때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정직하면 융통성이 없다고 하고, 너무 진실하면 고지식하다고 핀잔을 준다. 

아가서 2장 15절에는 "꽃이 한창인 우리 포도밭을 짓밟는 여우떼, 새끼 여우떼를 잡으라"는 말이 있다. 가라지는 뽑아야 하고 가시밭이나 돌밭은 갈아야 한다. 그래야 옥토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거짓 그리스도이든 거짓 예언자이든, 또는 밀밭에 뿌려진 가라지이든, 이리떼이든, 하나님나라에 합당치 않은 쭉정이들은 걸러 내야 한다. 

예수께서는 좋은 목자는 양을 알고 양들도 자기 목자를 알 뿐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를 알고 내가 아버지를 안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지 않은 다른 양들도 데려다가 돌보아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예수그리스도는 교회만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아니다. 예수그리스도는 온 세계 만민을 위한 메시야이다. 

교회는 교회 안의 신도들만 돌볼 것이 아니라 교회 밖의 사람들도 돌보아야 한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바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고 하셨다. "누가 내게서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바치는 것"이라고 하셨다. 신앙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강제일 수 없다.

이 세상에는 '영적으로 눈이 먼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영적으로 앉은뱅이가 되고 영적으로 색맹이 되고, 영적으로 불구자가 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나면서부터 가시밭인 사람도 있고 돌밭인 사람도 있다. 마치 그것이 운명인 것처럼 비꼬이고 헝클어지고 앞뒤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좋은 것은 뱉어 버리고 나쁜 짓만 골라하는 사람도 있다. 이 세상에는 태어나면서부터 '반(反)그리스도인'인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서 예수께서는 이와 같은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은 다 내게로 오라고 하셨다. 진리는 너희를 자유케 한다고 단언했다.

예수의 형제들도 처음에는 예수를 바로 보지 못했고 믿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예수가 귀신 들린 사람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는 어느 한 사람도 완전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어찌 보면 모두가 영적인 맹인이며 나면서부터 죄인이다. 목자 없는 양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좋은 목자는 양을 알아야 하고 양들은 좋은 목자를 알아야 한다. 

▲ 교회 안에 또는 자기의 이익집단에 가두어 놓고 현실로부터 격리 시키는 것은 참목자가 아니다.

교회마다 문제없는 교회는 없다. 특히 목회자와 신도들, 목회자와 장로들, 목회자와 제직들의 관계가 불편한 교회는 어떤 모양으로든 그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어야 한다. 요한복음 10장의 끝을 보면 "이 말씀 때문에 유대인들 사이에는 분쟁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온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그는 마귀가 들려 미쳤소. 당신들은 왜 그의 말을 듣고 있소" 라고 한다. 예수의 말씀을 듣던 어떤 유대인들은 예수와 예수의 말씀을 듣고 있던 사람들을 함께 성토했다.  

예수는 나는 '문(門)'이라고 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통과하여 들어오면 안전할 것이고, 마음대로 드나들면 풀을 먹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좋은 목자는 좋은 꼴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목회자의 고민이 설교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설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몇 년이고 몇 십 년의 세월이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살과 피가 되어 농익어 나올 때 비로소 한 편의 좋은 설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삯꾼이서는 아니 된다. 도적이어서는 더욱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