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문화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한 나라에서 밥상 문화가 그 문화권의 감추인 정신을 드러내듯이 한 사람의 인품도 그가 먹고 마시는 모양새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 봐도 우리나라 도시처럼 식당과 술집이 많은 나라는 없는 것 같다.  

▲ 참된 나눔이 있는 곳에는 생명의 신비가 바다처럼 열려오고, 기쁨과 평화가 눈부신 햇살처럼 그 위에 찬연히 빛날 것이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식사 때에는 아름다운 예의로 삶의 향취를 북돋았으나 '잘살아보세'라는 새마을 노랫가락이 산천을 뒤흔들고 난 후 불과 수십 년이 지난 우리는 고유의 맛을 잃었을 뿐 아니라 풍부함 속에 오히려 절대 빈곤을 느끼며 살고 있다. 

성장한 동물은 먹이를 두고 제 어미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지만, 인간에게 먹고 마심은 식욕을 충족시키는 본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행위이다.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곧 '생명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고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먹고 마시는 행위는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권에서, 제의 양식은 물론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원초적 상징성을 띤 행위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함께 먹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굳이 '음식을 함께 나눈다'고 표현하려는 것은, 식사를 함께 함으로써 '생명과 사랑'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깃든 표현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 공동체를 가리켜 '한 솥에 밥을 먹는 사람'으로 지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나자렛 예수는 그 생애의 중요한 시점에서 언제나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오늘 우리 교회의 예식 가운데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성찬 예식도 음식을 함께 나누는 잔치의 성격과 제물을 바치는 제사의 성격을 띤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곧 '생명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고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의 중요한 시점에는 언제나 음식이 있었다.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시는 상징적 행위는 자신의 삶을 이웃과 나누고, 이로써 하나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는 것을 의미한다.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기적 사화 가운데 음식과 관련된 몇 가지 기적이 있다. 그 가운데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이 있다. 이 기적 사화는 예수의 다른 그 어느 기적보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삶의 아이러니가 반짝이는 보석처럼 숨겨져 빛나고 있다. 

요한복음 6장 1절에서 15절에 보고되는 이 기적 사화는 첫 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없이 강렬한 그들의 체험이 담긴 것이었다고 성서학자들은 말한다. 왜냐하면 네 복음사가 모두가 이 사건을 동일한 목적 아래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만나의 선물을 받았던 과거 사건을 되새기고, 성찬식이라는 미래의 사건을 예시하는 기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한 복음사가는 이 기적의 시기가 유월절이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위의 두 사실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예수는 기적으로써 신앙의 근거를 제공하는 가치 부여를 하지 않았다. 오리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이 행복하다"(요한 20:29)고 했다. 이 기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생명과 사랑을 인간과 함께 나누는, 인간에 대한 예수의 연민을 통해 오히려 예수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이요, '메시아'이심을 복음사가는 고백하고 있다. 

여러 가지 치유의 기적을 직접 목격한 군중들은 예수와 그 제자들을 따라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들을 바라보신 예수의 눈에는 이미 기적이 예시되고 있다. 군중들이란 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눈앞에 보이는 신비로운 이적과 자신과 가족이 다 함께 복을 받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군중이 예수의 가르침을 올바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 기적 사화 바로 뒤에서 읽을 수 있다. 예수는 이미 그들이 간절히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있지만, 그들의 심중을 떠보기보다는 그들의 그 목마른 눈빛 속에 오히려 깊은 연민과 자비의 손길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예기치 못했던 하늘나라의 기쁨을 선사하셨다. 

▲ 예수는 자비심을 상실한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싸웠다. 자비를 거부하는 것은 곧 생명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예수는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불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나자렛 예수는 구체적 인간 실존 상황, 그 삶의 한가운데로 직접 들어오시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펴시고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있어서 예수는 '길 안내자'가 아니라 '구원자'로서의 면모를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적이 우리에게 더욱 감동적으로 와 닿는 이유는 기적의 배경이 되는 상황 묘사에 있다고 본다. 왜 하필이면 '철부지 어린아이 손에 들려진 빵과 물고기'였을까? 이 사실에 대하여 성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지만, 이 평범한 사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건네시는 예수의 가르침은 더욱 선명한 빛으로 어둠 속에 갇힌 인간의 고정관념을 밝혀 진리의 빛으로 이끌고 있다. 

그 의미는 우리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보잘 것 없이 작은 것이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진심으로 나눌 때 하나님의 능력은 생명과 기쁨의 기적으로써 우리 가운데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결코 많고 적은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동전 한 닢을 넣은 과부와 같은 순수한 나눔으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가 지닌 것을 이웃을 위하여 내어놓을 때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행위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눔이 있는 곳에 생명의 신비가 있다.

이 세상에서 교회 공동체는 제도와 체제를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되겠지만, 인간의 전략적 가치관에 의지하여 그 체제를 고수하는 데만 전력을 다한다면 교회는 복음의 논리를 망각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을 축소시키고 말 것이다. 참된 나눔이 없는 종교는 타락하고, 나눔이 없는 종교는 자비를 상실한 악마적인 형태로 종말을 맞는다. 예수는 자비심을 상실한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싸웠다. 자비를 거부하는 것은 곧 생명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광활한 우주의 작은 혹성 가운데 하나인 이 작고 아름다운 지구의 생명도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것과의 관계에서 참된 나눔을 이루는 '공생적 사회'를 이루지 못할 때 이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을 위한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시는 상징적 행위는 자신의 삶을 이웃과 나누고, 이로써 하나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오직 성공만이 가치관이 되어 버리고 생명을 살린다고 하면서, 발전 속에서 생명은 언제나 소외되어간다. 과학도, 인터넷도, 생명공학도, 문화도, 모두 경제와 한통속이 되어서 생명보다는 이윤 창출이 우선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가난한사람들.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들, 농민들은 언제나 소외되고 희생을 당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오신 예수님은 그저 우리의 장식품이 되어 간다. 모든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간다. 좀 더 편안한, 좀 더 높은, 좀 더 인정받고 싶은 욕망들이 더욱 더 사람들을 소외로 몰아 가고 있다. 

참된 나눔이 있는 곳에는 생명의 신비가 바다처럼 열려오고, 기쁨과 평화가 눈부신 햇살처럼 그 위에 찬연히 빛날 것이다. '고통도 나누면 기쁨이 된다'는 성녀 마더 테레사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박철 목사 / 좋은나무교회 담임목사. 부산예수살기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