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야겠다. 마지막 결단과 파송의 시간은 정말 멋진 한 편의 기독교적 버라이어티를 보는 기분이었다. 찬양집회, 퍼포먼스, 선언문 낭독, 거기에 열정적인 축도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진 것이 없는 멋진 순서요 배열이었다. 웅장한 음악의 저음에 심장이 덜덜덜 울렸다. 여기저기 눈물을 훔치는 이들의 모습이 전면 스크린에 비쳤다. 한 마디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그러나 그걸 보는 나는 영 시큰둥했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순서대로 진행되는 예배의 패턴은 전형적인 대형교회의 열린 예배 혹은 구도자예배(seeker's service)패턴이다. 난 한 번도 그런 집회를 경험해본 적도 없고 지금 목회하는 작은 교회에서는 그런 스케일과 패턴을 할 수도 없고 해본 적도 없어서인지 정말 감동이 없고 마음만 씁쓸했다. 아니 거북했다. 감정을 자극하는 영상과 음향에 따라 웃고 우는 이런 스타일이 과연 결단과 파송의 순서에 적합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개와 자정(이 주제도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을 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이미지를 통한 감정의 자극만이 남은 것 같아 참으로 허탈했다.

십자가에 소망을 담은 리본을 휘감는 부분에서는 역시 감리교회의 신학전통은 토착화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자가에 휘감긴 리본은 파랑 하양이라는 점에서만 빼고 왠지 서낭당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악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과연 우리의 소망으로 십자가를 휘감아 포로처럼 만든다는 것이 신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십자가에서부터 풀려나온 소망이 우리를 휘감는 퍼포먼스가 더 신학적이지 않을까! 십자가를 묶어 포로로 삼는 이 퍼포먼스는 기도가 하나님과 싸워서 무엇인가를 기필코 쟁취해내는 것이라는 80년대 부흥사 신학의 현대판 해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그 컬러풀한 그림이 너무 좋아 기자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어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어대는데 외형적으로는 대성공이었을 것 같다. 그만한 그림 나오기가 요즘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하얀 Y셔츠에 검은 바지를 가급적 입고 오라는 주문이 있을 때부터 내면적인 내용성보다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그림에 더 치중한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뜨겁게 찬양을 한 곡 더 부르고 나서 그렇게 감목대회는 끝이 났다.
이번 대회가 모두가 회개와 자정이라는 주제로 모두가 하나 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진정한 회개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회개는 책임질 것을 기꺼이 지고 벌을 달게 받음으로써 가능하다. 적당한 처벌이 없는 회개가 과연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분명한 결단이 있을 때에라야 비로소 회개가 참된 회개로 하나님께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은 없었고 적당한 타협과 이미지, 그리고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면죄부만 난무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순서를 통해 이번 감리교회사태를 야기한 장본인(들)에 대한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앞으로 하겠다는 얘기인지, 그냥 그렇게 적당히 넘어가자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 회개와 자정을 위한 전국 감리교 목회자대회 동영상 스케치(68분)

결국은 연급과 나이가 암묵적으로 동의된 그들만의 잔치로 회귀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어느 교단인가는 안수식 후에 마침 축도를 새로 안수 받은 신삥 목사에게 맡긴다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최소한 이번 행사에서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제스쳐 정도는 마땅히 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전적으로 대궐에선 사는 사대부와 신진사대부를 위한 행사였지 감리교회라는 마당을 쓸고 있는 돌쇠의 행사는 아니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너무 박한 평가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인 것도 인정한다. 이 글이 지난 한 달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이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 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한 가지 밝혀두겠다. 나도 이 대회가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을 한 자리로 엮어 내느라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준비하는 이들이 많은 갈등과 고뇌를 겪은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준비한 이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단지 이 대회가 텔레비전에서나 보는 멋지고 화려한, 그러나 내용 없는 버라이어티쇼로 전락하게 만든 이들에 대한 불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부디 준비하신 분들의 순수한 노고가 값싸게 짓밟히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어쩔 수 없이 누를 끼치게 된 이 글을 쓴 내 자신에 대해서도 밉다. 죄송하다.

이 대회를 한 마디로 평가하라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설펐고 부족했다. 그러나 어쨌건 한 자리에 모아서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학연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감신 외에도 목원과 협성 출신 목회자들의 참석이 적지 않았다. 매우 고무적이고 그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으리라. 하긴 그동안 학연으로 얼마나 싸웠고 이념 혹은 사상, 그리고 교회의 크기로 얼마나 싸워댔는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글을 정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의 행보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진로를 여러 모로 점치고 있다. 감목대회라는 이 거대한 배가 산으로 갈지, 침몰할지, 아니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목적지를 향해 순항을 하든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 대회를 통해 만난 좋은 동지에 대한 기쁨을 안고 감리교회의 회개와 자정을 넘어 개혁과 회복이라는 목적지에 안착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이 글이 상당히 냉소적이고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대회를 이끈 여러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한다. 앞으로의 진로까지 이 분들에게 떠맡기는 것은 과도한 요구이리라. 이제는 모든 감리교회 목회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혹은 무대로 나와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누어 져야 할 짐을 나누어 지기를 소망해본다. 그리고 아직 30-40년 더 목회를 해야 할 젊은 세대들이 특히 주인의식을 갖게 되기를 요청해본다.

* 이 기사는 전감목대회를 차분하게 비평해달라는 당당뉴스 운영자의 특별한 요청으로 게재되었다. 너도 나도 많이 울고 감탄하고 감동받은 이면에, 혹독하고 냉정한 비판과 질타만이 진창에 빠진 감리교사태의 와중에서 진정한 감리교회를 힘겹게라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희망에서였다...(당당뉴스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