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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순례를 시작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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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네임 : 송악골 |
2006-03-05 05:44:03 조회: 9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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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순절 첫주일을 시작하면서 저희교회 주보에 실은 글을 여기 올립니다. 걍...
아름답게 보는 비결
몇 해 전부터 사진을 찍다보니 무언가를 아름답게 보고 또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빛은 기본이고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똑같은 것을 찍는다 해도 빛의 세기나 방향, 그리고 종류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내게 됩니다. 그래서 아침에 찍은 사진과 저녁에 찍은 사진은 느낌이 사뭇 다르지요. 빛의 방향과 관련해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개념은 빛을 등지고 찍는 순광(純光), 마주보고 찍는 역광(逆光), 그리고 비스듬히 비춰오는 빛을 사용하는 사광(斜光)이 있습니다. 물론 아래쪽에서 비추게 한다든지 위에서 내려 비추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좀 특별한 효과를 기대할 때 쓰는 방법이지요.
물론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아는 한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보기좋은 사진을 찍는 비결은 바로 사광과 역광을 적절히 사용하여 찍는 것입니다. 그렇게 찍으면 빛이 부드럽고, 후광에 의해서 부서지는 빛의 효과를 볼 수 있고, 특히 피사체와 배경의 구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대비가 되어서 아주 섬세한 것들까지도 뚜렷하게 표현하는 실루엣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특히 접사사진 때 야생화 줄기의 솜털까지도 아주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사진을 찍는 내가 어두운 곳에 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어두운 곳에 서서 밝은 곳을 보는 겁니다. 거기에 후렛쉬나 보조기구를 사용해서 피사체에 적당한 빛을 주는 센스가 더해지면 더욱 좋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똑같은 일이나 사건이라도 내가 어느 쪽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아주 다르게 보이지요. 밝게 보이기도 하고, 어둡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일은 그저 지극히 평범해 보여서 지루하고 따분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꼭 명심해야겠습니다. 내가 밝은 데에 서서 어두운 곳을 보고 있진 않나...그러면 진실이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감동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밋밋한 일상일 뿐이지요.
진실을 뚜렷하게 알기를 원하시면, 보다 아름답게 보기를 원하신다면, 거기서 감동을 얻기를 원하신다면 먼저 어두운 곳에 서 보시라는 겁니다. 예컨대 요즈음의 새만금문제도, 농업문제도, 비정규직 문제도... 어두운 곳에 서서 바라보면 진실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거기서 밝은 곳을 향해 바라보면 완전히 다른 감동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제 사순절이군요. 고난가운데서 부활의 영광을 바라 보는 절기. 그래서 사순절은 진정 아름다움을 향한 순례의 절기입니다. |
2006-03-05 05: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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