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자의 기사입니다.

경찰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용산참사' 유가족 5명을 강제 연행했다. 유가족이 집단으로 연행된 건 처음이다. 8시간 만에 풀려난 유가족들은 연행과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인권침해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미공개된 사건 수사기록 3000여 쪽을 공개하라'며 6월 4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청사 안으로 들어가 검찰 책임자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이를 저지하는 경비원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오후 1시경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했다.

▲ '미공개된 사건 수사기록 3000여 쪽을 공개하라'며 대검찰청을 찾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경찰은 이들을 '현행범'이라며 강제 연행했다. ⓒ민중의소리(www.vop.co.kr)

이 과정에서 유가족 중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가 과호흡으로 쓰러져 인근 강남성모병원응급실로 실려갔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 등 유가족 4인은 강제 연행에 저항하다가 찰과상을 입거나 입고 있던 상복이 찢겼다. 용산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하루도 벗지 않던 상복이었다. 

	▲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연행 중 경찰에 의해 찢긴 상복을 보여주고 있다. 권 씨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용산참사' 이후 상복을 벗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유가족들은 황당해하며 이송된 이유를 따졌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서초경찰서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은평경찰서로 사건이 넘어온 것 같다. 우리도 당황스럽다. 상부의 지시를 따를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유가족의 분노만 샀다.

은평경찰서는 "지시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5시 40분까지 유가족들을 방치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방인성 목사(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 집행위원장)와 최헌국 목사(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 실무)는 경찰에 항의하며 유가족과 경찰 사이를 중재했다.

방인성 목사는 "남편 잃고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유가족들을 연행하는 경우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경찰에 윤리와 도덕은 어디로 갔나"라며 은평경찰서 관계자들에게 항의했다.

은평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뒤늦게 조사를 받은 유가족들은 오후 7시 무렵 풀려났다. 쓰러진 신숙자 씨도 강남성모병원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조사 과정 내내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 우리 남편을 죽인 경찰이 죄인이고 거짓 수사하는 검찰이 죄인이다. 국민의 지팡이가 아닌 정부의 지팡이 노릇 하는 한심한 경찰이다'며 경찰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풀려난 유가족들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의 현장예배에 참석했다.

	▲ 은평경찰서에서 경찰의 늑장대응에 항의하고 있는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뉴스앤조이 김은석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가 연행 중 경찰에 의해 찢긴 상복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연행 중 실신해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 ⓒ뉴스앤조이 김은석

	▲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는 "경찰이 연행 중 손가락을 꺾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의 손톱으로 살점이 파였다"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