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7~20

주 안에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 ‘예수 안의 한가족’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믿음으로 주 안에서 한가족되었을 때 어떤 복을 받게 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도 매우 뜻깊은 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 안에서 믿음으로 한가족된 우리들을 향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어떤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면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주님의 한없는 사랑 안에서 저와 여러분의 삶에 한가족된 즐거움이 넘쳐나게 되길 소망합니다.


1. 한 사람이 주님과 복된 인연을 맺으면 많은 사람들이 신령한 복을 나누게 됩니다(7절)

7절의 말씀은 바울이 빌레몬이라는 유력 인사의 믿음을 칭찬하는 말입니다. 빌레몬이라는 사람은 바울이 ‘동역자’라고 부를 정도로(1절) 바울의 선교사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집을 교회의 집회장소로 내 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2절).

그렇게 좋은 믿음의 영향력을 끼치는 그에 대해 바울은 7절과 같이 칭찬하였습니다. 빌레몬이라는 사람으로 인하여 성도들의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겁니다. ‘마음이 평안함을 얻었다’는 말은 ‘긴장을 풀고 기분좋게 상쾌한 마음으로 편히 쉬는 상태’를 말합니다. 빌레몬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빌레몬을 통해 기쁨과 위로도 받았노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주님과 복된 인연을 맺으면 많은 사람들과 신령한 복을 나누게 됩니다. 주님과 복된 인연을 맺은 가운데 참다운 믿음을 소유하게 되면 바로 그 사람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 편안해지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은 기쁨을 얻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믿음생활을 하는 우리가 도전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 같은 동네 어느 할아버지에게 무조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도 건강하세요.’

인사성 밝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늘 무뚝뚝하고 말없는 동네의 어떤 집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며 길을 오고갔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인사를 받거나 말거나 무조건 그 할아버지가 눈에 띄기만 하면 큰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도 건강하세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 그토록 인사를 하고 다녔으면 고개라고 끄덕거리거나 눈이라도 찡긋할 수 있으련만... 도무지 무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은 할아버지가 인사를 받거나 말거나 눈에 띄는 동네 할아버지라서 마주치면 그저 인사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할아버지가 밖에 나오시지를 않으셨습니다. 사나흘 정도 밖에 나와 계시지를 않으니까 오고가면서 인사받아줄 상대도 없어 오히려 멋쩍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뭐... 그냥 그런 사이였기 때문에 할아버지 어디 가셨느냐고 대문 열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집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웬 낯선 남자분이 그 청년을 찾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어르신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하게는 모르고 그저 오고가는 길에 뵙게 되면 인사만 하고 다닌 정도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외에 이것저것 그 할아버지의 인상착의 등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대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낯선 남자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하군요.”라고 말하자 어안이벙벙해진 청년...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 연세에 무슨 범죄를 저지를 것 같지는 않고... 그러자, 그 낯선 남자분이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자기는 변호사인데... 그 어르신의 장례가 엊그제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의 장례를 지낸 후 개봉한 유언장을 보니 이런저런 인상 착의의 젊은이를 찾아 얼마얼마를 상속하라는 유언이 있어서 알아 본 결과 바로 젊은이라는 것을 지금 확인하게 되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젊은이가 유언장에 나타난 그 젊은이라면 유언장에 기록된 대로 확인되어야 하겠기에 취조하듯이 물어 보게 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말없고 정붙이기 힘든 사람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날이면 날마다, 인사를 받거나 말거나 눈만 마주치면 문안하는데 ‘왜 받기 싫은 인사를 하는 것이냐’면서 인사하지 말라고 지팡이 휘둘러댈 일 있습니까? 그 할아버지는 그 청년 때문에 인생 마지막 몇일에 불과했을지라도 잔잔한 행복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 청년은 아무 것도 아니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사성 밝은 것 하나로 할아버지에게 삶의 기쁨을 나누는 일을 했던 겁니다.

우리는 주님의 사람들입니다. 빌레몬처럼 주변의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만한 하늘의 평화를 이미 소유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나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이 기쁨과 위로를 얻는다면 그것은 주 안에서 적극적으로 감당할 만한 덕목이 아니겠습니까? 바라기는 주님과 맺은 소중한 믿음의 인연을 통해 받는 신령한 복을 빌레몬처럼 우리들 주변 사람들에게 풍성하게 나누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2. 무익한 자가 변화되어 유익한 자로 쓰임받게 되는 복이 있습니다(8~16)

주님과 맺게 되는 소중한 인연이 가져다 주는 복이 어떤 것인지는 바로 11절을 통해 감격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주님으로 인해 믿음을 갖게 되면 그 사람은 무익한 인생에서 변하여 유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의 능력입니다. 천한 처지에서 귀한 처지로 바꾸어 놓는 능력, 진토에서 일으켜 왕좌에 오르게 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말씀의 권세입니다.

오네시모는 빌레몬이라는 사람에게 소속된 노예였습니다(16절). 그런데 그가 어떤 이유로 인해 빌레몬에게서 도망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15절). 하지만, 그가 그의 주인인 빌레몬에게 법적으로나 윤리,도덕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거나 물질적인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18절). 그렇지만 당시의 법체계상 사람 아래 사람이 있었던 시대에 도주노예는 주인의 자의적인 처리에 따라 극형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오네시모는 빌레몬과 같이 인격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칭찬을 듣는 사람 밑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죽기를 각오하고 도망할 정도였으므로 별로 쓸모 있는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바울도 11절과 같이 말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제 오네시모는 놀랍게 변화되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도주노예가 바울에게도, 빌레몬에게도 매우 유익한 사람으로 변화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오네시모에 대해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오네시모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는 바울이 옥에 갇혀 있는 동안 복음을 듣고 변화되었습니다(10절). 얼마나 충실하게 복음을 받아들였는지 바울이 말하길, “갇힌 중에서 낳은 아들 오네시모”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영적으로 주 안에서 바울과 맺은 인연이 부자의 연과 같을 정도로 오네시모는 굉장한 복을 받았고 바울은 귀중한 사람을 얻었던 겁니다.

이렇게 변화된 오네시모는 12절에 ‘내 심복’이라고 표현되었습니다. ‘심복’이라는 말은 헬라어 원어로 ‘심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에 의하면 오네시모는 바울의 심장역할을 하는 인물로 대변화를 일으킨 인물이 되었던 겁니다. ‘심장’이란 것은 생명활동에 바로 직결되므로 없어서는 안될 하나뿐인 장기이지요? 그처럼 오네시모는 바울에게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인 인물로 변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오네시모가 없다면 이제 바울의 존재도 사라지게 될 만큼 오네시모가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울은 오네시모를 곁에 두고 싶어했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장기인 심장과 같은 존재로 변화된 오네시모가 옆에 있기를 바울이 진심으로 원했기 때문에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에 대한 법적 처리문제를 말하면서 종으로 대하지 말 것을 간청하였던 겁니다.


• 도주노예 오네시모가 받은 복들

주 안에서 맺은 인연이 이렇게 소중하고 복되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나이가 많은 사도 바울이(9절) 도주노예인 오네시모를 곁에 두고 싶어서 그의 주인인 빌레몬에게 간구하므로 오네시모에게 새로운 인생길을 합법적으로 열어 주려는 모습... 바울은 오네시모에 대해 세가지 표현을 하므로서 오네시모가 안에서 주어떤 복을 받게 된 사람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바울의 아들로 칭해지는 복을 받았습니다. 바울은 도주노예 오네시모를 ‘내가 낳은 아들’이라고 하였습니다(10절). 그것도 감옥에서 말입니다. 그러니, 주 안에서 맺게 된 이런 놀라운 인연이 어디 보통 복입니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도주노예를 아들 삼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그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차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3절을 보면 오네시모가 바울에게 얼마나 크게 유익한 인물로 변화되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빌레몬을 대신할 정도로 크게 변화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말할 때 ‘네 대신 나를 섬기게 하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만큼 오네시모는 주 안에서 바울과 놀라운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결과 바울의 아들과 같은 인물이 되어 복음사역에 막중한 일익을 감당하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복음의 권세에 사로잡힌 사람이 받게 된 복입니다.


둘째로, 심장이 하나인 것처럼 오네시모는 그렇게 귀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복을 받았습니다(12절). 위에서 잠깐 말씀드린 대로 심장은 육체의 생명활동에 없어서는 안되는 단 하나뿐인 장기입니다. 이 심장이 멎는 순간 생명활동은 그 순간 정지되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바울에게 있어서 오네시모는 그런 사람이 되는 복을 받았습니다. 바울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도주노예가 이제는 변하여 단 하나뿐인 심장과 같은 존재가 된 겁니다.

그러니, 주 안에서 맺은 이 놀라운 인연을 위하여 바울은 오네시모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나이가 많은 바울은 오네시모의 합법적인 주인인 빌레몬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빌레몬의 믿음생활에 있어서 바울은 큰 빚에 해당하는 어른이었음에도 불구하고(19절)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듯이 오네시모를 위하여 빌레몬에게 간구하였습니다. 마치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처럼 그런 겸손함으로 말입니다. 오네시모의 새 인생길을 열어주기 위해 어른이 그렇게 나섰던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주 안에서 맺은 인연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복이라는 것을 본문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여러분도 주 안에서 이런 귀한 복을 감당하시길 바랍니다.


셋째로, 종의 신분에서 형제의 반열로 올라서는 복을 받았습니다(16절). 당시에는 노예제도가 합법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에 대해 주인은 주인으로서의 법적인 권리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이 갖는 법적인 권리 중에는 재판을 거치지 않고 주인이 자의적으로 도주노예를 극형에 처해버릴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노예들이 일방적으로 주인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소명의 기회도 주는 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노예가 제 삼자에게 자신의 문제를 토로하므로서 주인과 이야기하여 중재가 될 수 있게 하므로 노예들이 일방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바울이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돌려보낸다며(12절) 그의 법적 지위인 노예의 신분에 관해 말할 때 ‘믿음 안에서의 형제 대우(16절)’를 말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4절에 “네 승낙”이라는 말은 노예에 관한 주인의 권한을 염두에 두고 말한 표현입니다. 이런 신분관계가 엄격했던 고대의 사회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도 역시 엄격했으므로 대체로 상하위계질서가 매우 뚜렷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명하복의 체계가 매우 두터웠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바울이 빌레몬에게 명령할 수 있다는 말(8절)은 바로 이런 시대적 상황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빌레몬이 갖고 있는 원래의 마음과는 달리 바울의 압력을 받아서 원치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된 모양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억지로가 아니라 기쁜 마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행한 일이 되길 바라면서 주인으로서의 권한을 믿음 안에서 활용하여 바울의 아들같은 오네시모, 바울의 심장같은 오네시모를 형제의 반열로 세워줄 것을 간청하였던 겁니다. 이것은 결국 노예의 신분에서 풀어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는 바울의 간청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영적인 신분 변화에 관한 말씀

이처럼, 주 안에서 맺는 인연을 통해 신분이 바뀌는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울은 우리의 변화된 신분에 관해서 종종 말했습니다. 그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상속받을 수 있는 자녀들로 변화되었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죄인이 하나님의 자녀의 신분을 갖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는 갈3:26~29에서 “너희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고 하였습니다.

또, 갈4:4~7에서는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아들이므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 그러므로 네가 이 후로는 종이 아니요 아들이니 아들이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받을 자니라”고 하였습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저와 여러분은 이미 주 안에서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사람들로 변화된 줄 의심치 않습니다. 도망이나 다니던 쓸모없는 도주노예의 인생이 변화되어 새로운 역사를 불러 일으키는 능력자로 변화된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이미 그와 같은 능력을 나타내는 과정 중에 들어 있음을 인정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이 말씀의 능력이며, 복음의 능력인데, 우리의 자리가 바로 말씀 안에 있으며 복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 안에서 맺은 인연을 통해 서로 하나뿐인 심장같은 존재, 하나뿐인 외아들이나 외딸같은 존재, 서로 피를 나눈 한 형제자매같은 존재로서 예비된 큰 복을 풍성하게 누리시게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3. 동역자의 대우를 받는 복이 있습니다(17~20)

도주노예를 동역자로 대우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세상에서는 언감생심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그런 일이 교회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사회악을 변화시켜 나가는 소금과 빛의 사명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인 것이지요.

사실, 세상적인 사회적 신분의 차이는 교회 안에서도 완벽하게 철폐될 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미 고정화된 신분의 차이가 완전히 폐기될 수도 없는 일니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제시하는 ‘인간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회적인 불평등 질서를 변화시켜 나가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며 단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순간에 혁명적으로 인간 사회의 불평등 시스템을 일순간에 파기시키는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오히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되는 것이므로 하나님의 뜻이라 할 수 없습니다.


• 교회의 사회적 성향

여기서 교회의 사회적 성향을 말하게 되는데 교회는 현실적 진보주의 혹은 진보적 현실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현실을 부인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 적응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교회는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삭막하게 만들고 현실을 병들게 하며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일단의 사회악들을 서서히 타파해 나가는 “선한 공동체”로서 누구든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만인평등의 사상’을 현실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교회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향하여 전진하므로 현실적 진보주의, 혹은 진보적 현실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살던 당시에 노예제도를 타파해야 한다거나 노예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등의 급진적이며 혁명적인 사회개혁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노예제도를 옹호한다거나 노예제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다만, 현실적인 제도를 일단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현실을 수긍했다고 해서 사람이 사람을 종으로 부리는 노예제도를 옹호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 교회의 사회구조악 개혁 방법론

그렇지만, 확실하게도 그는 인간불평등의 사회적 제도나 사회의 구조악이 가져다 주는 인간불평등의 현상에 변화를 꾀했습니다. 그는 ‘주 안에서의 한 형제자매됨’이라는 그리스도교의 ‘만인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므로 사회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인류평등의 모습이 교회 내에서 나타나길 원했습니다.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 저항하거나 사회적인 구조악을 부인하거나 공박하거나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인간세상에 변화가 일어나길 시도했습니다. 마치 누룩이 밀가루 전체로 번져 나가듯이, 뿌려진 씨앗이 점점 자라 무성한 나무로 변해가듯이 그렇게 세상 안에 있는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누룩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면서 신앙적의 변화의 방법을 추구했습니다.


• 바울의 인간평등론

이와 같은 방식을 추구하는 바울의 사상은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보내면서 빌레몬에게 당부한 말을 통하여 잘 나타납니다. 바울은 빌레몬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9절) 하나님의 사역을 함께 하는 동역자의 관계임을 강조합니다(17a). 그것은 주 안에서의 인간평등을 말합니다. 이 평등은 나이로 인해 생겨나는 불평등을 넘어서는 평등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바울은 빌레몬에게 마치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요청하는 자세로 간구한다고 했습니다(9a). 그것은 바울에게 보장된 자율권이 있는 것처럼 빌레몬에게 있는 자율권을 존중하기 때문이었습니다(14절). 나이 차이로 인해 생겨나는 불평등을 넘어서므로서 연장자의 무게로 내리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평등사상입니다. 나이에 의한 불평등을 제거한 바울의 진보적 사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바울은 그가 복음을 소유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네시모를 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빌레몬의 소유권을 인정했습니다. 소유권의 평등성을 인정한 겁니다. 이것은 복음을 먼저 소유하므로 빌레몬을 회심시켰던 영적인 아버지로서의 관계와 오네시모의 주인인 빌레몬과의 관계를 볼 때 인간에게 주어진 각자의 권리는 서로 평등하게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빌레몬보다 복음을 먼저 받았고 그 복음을 빌레몬에게 전했다는 관계성을 통해 복음의 선수자로서 빌레몬에게 명령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었지만(8절) 복음을 나중에 받은 자는 복음을 먼저 받은 자의 노예가 아니듯이 이제는 오네시모를 형제로 대우할 것을 간청하였습니다(16a, 17b).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볼 때 노예를 형제로 대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이것은 정말 놀랍고도 불가능한 요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인간평등의 길을 이미 뚫어 놓고 계셨습니다. 주인으로 하여금 노예를 풀어줄 수 있는 자유수여권을 사회적, 문화적으로 이미 마련해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노예를 풀어 줄 수 있는 이 권한은 모든 민족, 모든 족속에게 공통적으로 있었던 하나님의 ‘인간평등’구현의 기초였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빌레몬에게 17절과 같이 “그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라”는 파격적인 요청을 했습니다. 당시의 사회상으로 볼 때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은총안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복음이 뿌려진 곳에 변화의 싹이 튼다”는 교훈의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인간평등의 입장에서 보는 ‘동역자의 대우’

주 안에서 맺은 인연, 사장님과 사원이 한자리에서 회식하며 회사일로 대화하고, 대통령과 이름없는 어떤 국민이 청와대에서 오찬 나누며 국정을 나누는 이런 일들... 저 옛시대, 비록 바울이 진보적인 현실주의자로서 “노예를 대할 때 나를 대하듯 하라”고 했었을지라도 오늘날과 같은 인간평등의 모습이 출현하게 되리라고 상상인들 했겠습니까?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시각으로 인간세상을 바라볼 때 누가 대통령이며 누가 이름없는 국민입니까? 대통령 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지정되어 있습니까? 누가 관리자이며 누가 고용인입니까? 이런 사회적인 상하관계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지정되어 있었습니까?

그러므로 “인간의 평등성”을 통한 ‘동역자의 대우를 받는 복’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볼 때 “자존감의 회복”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수 있겠습니다. 혹은 ‘자기 존귀성 확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한없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남들보다 못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므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질 이유가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부족해서 나는 노예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바울에 의하면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노예와 주인의 관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동역자의 대우를 받는 복이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바울이 추구했던 진보적인 변화의 씨앗들이 뿌려지므로 옛시대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간평등’의 사회적 구조가 오늘날만큼이라도 만들어지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그리스도교 급팽창의 원인들 중의 하나...

우리 그리스도교가 이 땅에 처음 들어 왔을 때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이유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평등의 비전때문이었습니다. 교회에 와보니 남녀노소가 한 장소에서 같이 예배를 드립니다. 신분에 상관없이 교회의 대표를 뽑습니다. 나이 차이에 상관없이 교회 일을 합니다. 재물의 다소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헌금합니다. 출신지역에 상관없이 복음을 나누며 사랑의 실천을 합니다. 누구든지 은혜받고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는 장소,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곳... 비록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을지라도 교회는 하나님의 숨결을 나누어 받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생각, 한 뜻으로 모이는 하나된 공동체라는 것이 신분질서가 뚜렷하게 작용했던 당시에 엄청난 매력이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주 안에서 서로 믿음의 인연을 맺게 될 때에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인간평등의 복을 나누며 동역자의 대우를 받게 된다는 분명한 진리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본문 1절~2절과 23절~24절의 인사말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맺게 된 소중한 인연들을 말할 때 “동역자”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인사말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다 똑같은 위치의 사람들이었음을 전제하는 것일까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직업이 비슷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평등하게 대한 것이었을까요? ...바울이 동역자라는 말을 했을 때이 뜻은 예수 안에서 맺게 된 인연으로 받는 복이란 곧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구현되는 ‘인간의 평등성’이라는 교훈입니다.


o 이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주님과 복된 인연을 맺으면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 안에서 많은 복을 나누어 누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 한 사람’이 주 안에서 맺게 된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 안에서 맺게 된 인연으로 인하여 여러 사람들이 더불어 같이 복을 받기 때문입니다.

o 또 주 안에서 은혜를 받으면 무익한 자가 변하여 유익한 자가 되는 복을 받습니다. 그럴 때 그는 얼마나 소중한 위치에 올라서게 되는지요. 그렇게 변화가 되면 그 사람은 하나뿐인 자녀같은 존재, 하나뿐인 심장같은 존재가 되어 혈육과 같은 형제자매의 관계성을 나누는 복을 누리게 됩니다.

o 뿐만 아니라 주 안에서 맺은 인연으로 받게 되는 복은 동역자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복은 크게 사회사상측면에서 볼 때 ‘인간평등’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숨결을 부여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신 여러분, 우리 다같이 주 안에서 맺게 된 이 소중한 인연을 통해 하나님의 귀한 복을 잘 감당하시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우리 서로 하나 뿐인 자녀같은 존재, 하나뿐인 심장같은 존재, 그래서 헤어질 수 없는 형제자매의 인연과도 같은 주와의 관계성이 주는 기쁨과 위로와 평안을 충만히 누리게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