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신학에 입각한 사고를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성경이 신앙고백적 진술이라고 말합니다. 표현 자체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기만 하면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든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는 비유대인들에게 있었던 신숭배에 관한 기록들이 많습니다. 바알을 신으로 생각하고 섬기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에 바알을 풍요의 신이라고 하였습니다. 농경 사회에서 풍요란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바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알을 잘 섬겨서 풍요를 누리고자 하였습니다. 바알을 풍요의 신으로 규정하고 바알을 섬기는 여러 방식들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그것은 그들에게 그들의 신앙 고백일까요? 아닐까요? 당연히 신앙 고백입니다.

구약 성경은 유일신인 야웨와 관련한 이스라엘의 삶의 기록들로 가득합니다. 그 기록들은 이스라엘의 신앙 고백일까요? 아닐까요? 당연히 신앙 고백입니다.

신약 성경은 하나님 아버지와 그분이 보내신 예수님 그리고 성령님과 관련한 기록들로 가득합니다. 교회에 관한 진술도 모두 삼위이시며 한분이신 하나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기록들은 기록자와 그 당대의 교회의 신앙 고백일까요? 아닐까요? 당연히 신앙 고백입니다.

바알 숭배자들의 신앙 고백과 야웨에 대한 신앙 고백은 당사자들의 신앙 고백이라는 면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둘은 동급으로 함께 취급되어도 되는 것일까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일까요? 신앙 고백이라는 외형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그 안의 내용에 있어서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일까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무지입니다.

둘은 신앙 고백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같지만 그 안의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그들의 역사와 삶에서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바알은 실존하지 않고 사람들의 필요를 따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입니다. 바알을 숭배하고서 풍요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바알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바알은 실존하지 않고 풍요는 사람들의 노력과 자연 현상이 결합하여서 이루어진 것일 뿐입니다.

야웨는 실존하며 스스로의 뜻에 따라 사람들에게 가셔서 경험하게 하심으로 사람들이 고백하게 된 신입니다. 창조, 노아 홍수, 이집트 탈출, 가나안 정복, 가나안에 살면서 겪었던 많은 전쟁들, 하나님이 제시한 바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삶의 여러 모습들. 그 모두는 사람들의 사고 이전에 하나님에 의해 경험하게 된 사실이 그 토대입니다. 

예수님에 의해 새롭게 알려진 하나님 아버지- 예수님은 나의 아버지와 너희의 아버지라는 표현으로 자신과 신자들에게 있어서 아버지가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셨음-와 예수님의 삶과 죽음,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을 보내심은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에 의해 진술된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앙 고백임은 분명하지만 바알 숭배자들의 신앙 고백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성경이 사람들의 신앙 고백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그들만의 사고의 산물이 아닙니다. 그 고백에 나타나 있는 신에 의해 그들이 경험한 바와 그 경험이 자신들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기록한 것입니다.

그 고백의 한 내용입니다.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식언치 않으시고 인자가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치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치 않으시랴"(민 23:19). 여기에는 하나님께서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으며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지 않는 분이시라는 것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신앙의 고백으로 기록된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인지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신앙 고백적 진술이라는 표현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사는 신자들을 대하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게는 무지의 결과로 여겨질 뿐입니다. 그 표현에 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서는 자기 주장의 방편으로만 삼으려는 무지입니다. 그런 자리에 있는 이들은 그 무지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