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선거 후유증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비상시국을 이끌 감독회장 직무대행 후보 추천을 앞두고 자천, 타천 후보들의 이름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채권자 중의 한 명인 신기식 목사가 임영훈 감독을 추천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은다.

▲지난 7일 감독 모임 이후 선언문을 낭독 중인 임영훈 서울 남연회 감독 ⓒ 당당뉴스 송양현

채권자, 채무자 쌍방 합의 후보 추천 물 건너가

감독회장 선거 이후 혼란을 거듭해 온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6일의 서울고등법원 제40민사부 판결 이후 수습 국면이다. 하지만 그 수습을 주도할 감독회장 직무대행 후보 추천의 문제로 약간은 혼미한 상태다.

당초 이번 ‘(고수철, 김국도 양인에 대한)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의 채권자 2인 중 주채권자에 해당하는 신기식 목사는 채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해 2명의 후보만 법원에 추천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신 목사는 양측과 만나 의견을 조율했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채권자인 김석순 목사와의 의견 조율마저 여의치가 않아 각각 추천자를 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로써 12일 현재 신기식, 김석순, 고수철, 김국도 이상 4명의 목사가 각 1인씩 후보를 추천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된 듯하다.

“누가 맡느냐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 맞춰야”

통상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채권자가 추천한 인물이 법원의 지명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채권자 측의 후보 추천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2인의 채권자 중에서도 주채권자로 볼 수 있는 신기식 목사의 후보 추천은 큰 관심을 끈다.

신기식 목사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연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감리교 심자득 목사와의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서는 감독모임을 대표하는 임영훈 감독을 직무대행 후보로 추천하는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서 신 목사는 ‘인물난’과 ‘현실론’을 들었다. 현 감리교 원로 중 중립적인 입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인물이 없으며, 각 연회가 협조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직무대행은 중립적이어야 할 분 아니라 향후 사태를 수습할만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데 원로들 중에 이런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고법 판결 이후 여러 경로에서 압력이나 부탁이 있어 왔지만 또다시 교권싸움에 휘말리는 인사선정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신 목사는 “원로 중에서 누군가 직무대행이 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연회 감독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교단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이러한 감리교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임영훈 카드는 어쩔 수 없는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지금은 직무대행을 누가 맡느냐보다 직무대행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재선거에 앞서 감리교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혁해야 하는데, 이 일을 위해서는 각 연회의 움직임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기자와 대담 중인 신기식 목사(가운데)©뉴스미션

다른 3명의 당사자, 전직 감독 가운데서 고려 중

또 다른 채권자인 김석순 목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기식 목사의 선택 내용(임영훈 카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주채권자라는 점에서 신 목사의 선택을 존중하는 대신, 남은 1인의 추천권은 자신이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 김석순 목사는 그가 속한 서울연회 원로 중에서 감독을 역임한 P목사와 또 다른 P목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사실 확인을 위한 기자의 질문에도 분명한 부정의 뜻을 피력하지 않았다.

한편 김국도 목사 측은 처음엔 전직 감독 K목사를 생각하고 신기식 목사에게 추천했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적임이 아니라는 의견에 또 다른 전직 감독 K목사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 추천과 관련 현재까지 가장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고수철 목사 측은 13일의 선거무효소송 1차 심리를 지켜본 후 추천 여부 및 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김석순 목사도 생각 중인 P목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