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쓰인 시대에는 계급에 의한 차별이 있었습니다. 노예는 같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재산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었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그리스도인인 주인과 종에 대한 성경의 교훈은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 교훈은 이 시대에 노사 관계에 적용해도 아무런 애로가 없습니다.

뿌리라는 드라마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던 바와 같이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흑인들이 노예 제도 안에서 노예는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백인들은 그렇게 노예를 대하면서 일요일이면 예배당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았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인 사업주는 근로자를 대함에 있어서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이랜드 사태는 그 한 예입니다.

그 시대에는 황제 숭배 사상뿐만 아니라 여러 신전에서 많은 신을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성경 그 어디에서도 황제 숭배 배격이나 신들 숭배와 대립하며 싸움을 조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를 행하며 핍박을 당하더라도 소망 가운데서 지속적으로 선을 행하라고 권합니다. 사람들이 그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말할 것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오늘날 기독교는 여러 종교들과 대립하며 반목 가운데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삶의 터전을 버리고 여러 곳을 다니는 사도들이지만 교회에게는 그 어디에서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바울 사도가 디모데에게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파하라고 하는데, 이 전도는 비신자에게 찾아가서 믿을 것을 권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인 디모데에게 신자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말씀을 전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수적 성장을 위하여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도는 성경에서 지지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예천불지를 외치는 전도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경의 가르침일까요? 아니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일까요?

진단이 올바르게 되어야 처방이 제대로 될 수 있습니다. 진단이 올바르지 않으면 엉뚱한 처방이 뒤따르게 됩니다. 자유주의 신학에 토대를 둔 현대신학을 따르는 이들의 진단과 처방은 후자에 해당됩니다. 성경의 가르침 자체가 잘못이라고 진단하고서는 나름대로 처방을 제시합니다. 그 처방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문자주의라는 것입니다. 성경의 내용들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기에 손가락을 나타내는 문자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식입니다.

이 처방은 성경 이해와 관련하여 문자주의의 개념부터 왜곡시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문자주의란 문자를 문자 그대로 수용하고서 지금도 그 문자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이 십일조를 하라고 하셨기에 지금도 십일조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의 글에서 교회에게 여자가 머리에 천을 쓰라고 하고 있기에 지금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그 문자의 사실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고 바울 사도도 그렇게 권면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황과 시대의 진전 가운데 그 이후에는 변화가 있게 되고 오늘날 교회는 변화된 내용을 잘 알고 그에 따라야 합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십일조를 하여야 하지 않고 여자가 머리에 천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현대신학에 토대를 둔 진단에서 말하는 문자주의는 이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문자의 사실됨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동정녀 탄생, 예수님이 물 위를 걸으심, 죽은 지 삼일에 이루어진 그분의 부활 등등.

이 문자의 사실됨은 아주 명확합니다. 그 문자를 경험한 사람들과 그들을 통하여 들은 사람들이 그 체험을 글로 적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교회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예동 교회가 석탄일을 맞이하여 인류의 스승인 불타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 기독교가 불교에 행한 잘못을 참회하기 위하여 사를 찾아서 108배를 한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문자주의라는 말을 하면서 그 명백한 사실을 부정합니다. 세월이 흘러서 예동 교회의 108배에 대해 그 의미만 중요하다면서 명백한 사실됨을 부정하려는 것과 똑같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사람이라는 주장은 성경의 가르침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이기만 하다는 주장이 되면 사정은 전혀 다른 것이 됩니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으며 죽으면 흙이 될 뿐입니다. 예수님이 사람이기만 하다는 주장은 예수님이 태어나기 이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고 십자가에 죽고 난 후에는 흙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으로 태어나기 이전에는 하나님의 독생자이었으며 죽고 난 이후에는 부활하여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되찾으신 그리스도이시면서 주님이시라는 성경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릅니다. 복음서의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설명하려는 정도 이상의 시도가 교회에서 이루어진 잘못이라면 현대신학은 다른 극단으로 가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무지하기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회의 전승이나 교회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무지하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그 모두를 충분히 알 만큼 지식을 구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그 내용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거나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현대인으로서 그 내용들이 믿기지 않거나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루디아라는 한 여인이 바울 사도가 전한 복음을 듣는 상황과 관련하여 성경은 “성령이 그 마음을 열어 복음에 청종하게 하셨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 진술은 그 여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각각의 상황에서 그 내용을 따로 기록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진술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실존, 동정녀 탄생, 예수님의 생애에서 이루어진 여러 기사, 부활과 승천 등등은 성령님의 역사가 전제되지 않으면 결코 수용될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그것들을 수용하는 사람들은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고 구조가 별달라서 수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자라면서 비슷한 내용을 배웠습니다.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들을 수용할 수 있음은 인지하든지 인지하지 못하든지 간에 성령님의 역사가 있었고 그것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성령님의 역사가 있더라도 그 개인이 그 역사를 수용하지 않으면 성령님의 역사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위의 내용들의 사실됨을 수용하지 않는 이들 중에는 성령님의 역사가 있은 사람들도 있고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자에 해당함에도 수용하지 않음은 그 자신이 그것을 선택하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따라 선택하여 수용하지 않는 것. 자신의 의지를 따라 선택하여 수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양자는 다 함께 존중되어야 합니다.

후자의 입장에서 전자가 스스로 수용하기 싫어서 수용하지 않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문자주의라는 말을 앞세워서는 후자를 폄하하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나는 믿기지 않는다, 수용하고 싶지 않다, 믿기 싫다, 수용하기 싫다”라고 말하면 될텐데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용하는 이들이 틀렸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문자주의라는 표현을 앞세워 수용하는 이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입니다.

그러면서 수용하는 이들에 대해 개독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는 깨어있는 지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삽니다. 교회 현실에 대한 원인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된 결과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이는 교회의 잘못된 현실에 대한 성찰이 없이 수적 성장 일변도로 나아가는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말 생각 없이 자신이 수용하는 바를 따라 살고 있다는 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적 성장 일변도의 교회 현실이 매우 위험한 것과 그 내용에 있어서 다를 뿐이지 위험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교회됨을 거부하는 열매를 맺는 위험이 있습니다. 교회라는 존재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서는 교회됨에서 벗어나고서는 신앙생활은 유지하겠다는 경우입니다. 문자주의이든지 현대 신학에 입각한 설명이든지 싫다면서 홀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을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성경이 제시하는 신앙생활이 아닙니다. 현대 신학은 이러한 사람들을 계속 양산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 하나님을 저버리는 열매를 맺습니다. 성경의 내용 중에서 현대인의 사고에서 수용하기 힘든 부분을 설화 등으로 처리하면 그런 사건과 연관하여 표현된 하나님을 수용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일 뿐이기에 굳이 그 신을 수용할 필요는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많은 신들을 만들어서는 그 신들에게 제사하면서 섬겼습니다. 그 목적은 자신들이 필요한 바를 채우기 위함이었습니다. 현대 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회의 하나님 섬김은 동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신을 믿는다는 것은 고대인들의 신 숭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냥 한 사람으로 이 땅에 인간답게 살면 되지 굳이 하나님을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고대인들은 고대인이라고 그렇게 만들어진 신을 섬기면서 자신들의 필요를 채우려고 하였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현대인이 그렇게 하는 것은 더욱 잘못된 태도이기에 하나님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현실 교회의 잘못된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과 개혁에 대한 열망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은 수용할 수 없으며 수용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임에도 문자주의라는 표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물귀신 작전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