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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자기 속에서 거듭나야...[김영동의 詩한편] 도종환 시인의 '냉이꽃 한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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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3월 29일 (일) 09:23:18
최종편집 : 2009년 03월 29일 (일) 15:20:20 [조회수 : 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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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도 종 환


   
▲ 냉이꽃 ⓒ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서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제 속에서

거듭난 것들이 모여

논둑 밭둑 비로소 따뜻하게 합니다


참나무 어린 잎 하나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제 속에서 저를 이기고

거듭난 것들이 모여

차령산맥 밑에서 끝까지

봄이게 합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 속에서

거듭납니다

저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 사람들 모여

이 세상을

아직 희망이게 합니다.

*

*


   벗님,                                 

   봄비가 그치고 날이 듭니다. 아직 하늘은 잔뜩 흐려있지만 구름 저편의 환한 햇살로 건물 벽에 드리운 나뭇가지 그림자가 제법 또렷합니다. 회색빛 벽면에 드리운 손가락마디 만하게 움튼 나뭇가지 끝 여린 순의 그림자가 새삼스럽습니다. 여린 순이 드리우는 그림자 너머로 희고 붉고 노란 꽃들이 정원을 가득 메우듯 피어났습니다. 유난스럽게 추운 지난겨울이 이른 봄까지 남아 있어서 일찍 피고 져야할 봄꽃들이 제 때에 피지 못하고 이제야 다함께 우르르 피어났습니다.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제 속에서

거듭난 것들이 모여

논둑 밭둑 비로소 따뜻하게 합니다


  마른 풀잎 사이에 보랏빛 제비꽃, 여기저기 노란 민들레 피고나면 노란 산수유꽃 피고, 빈가지로 텅 빈 산비탈에서 기다렸다는 듯 연분홍 진달래꽃 피어납니다. 화답하듯 노란 개나리꽃 울타리에서 피면 가슴 설렌 하얀 목련꽃 꽃망울 부풀고, 하얀 장갑 낀 두 손 모아 기도하듯 피어난 목련꽃이 한 주간지나 하얀 별이 되어 떨어질 때 이제는 내 차례라고 무리진 옅은 분홍빛 꽃봉오리 열고 하얀 벚꽃 가득 가득 피어나는데…… 금년 봄엔 신기하게도 그 모든 꽃들이 너도나도 다함께 모이자고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피어났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산그늘의 빈 가지들이 빠질 수 없다는 듯 서둘러 너도 나도 여린 순을 움틔우고…… 이번 한 주간 내내 정말 가슴 벅찼습니다


참나무 어린 잎 하나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제 속에서 저를 이기고

거듭난 것들이 모여

차령산맥 밑에서 끝까지

봄이게 합니다


  마냥 신나고 행복한 마음으로 아, 참 좋다며 두 손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심호흡하며 지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엿새 날이 되니 문득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그래, 말라깽이 빈가지에서도 모두 모두 저렇게 저마다 제 속에서 화사하게 깨어나고 꽃피어나는데…… 그런데 나는 뭐야? 두 눈을 휘둥그레 부릅뜨고 내 자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정말 나는 뭐야……?


우리도

우리 자신 속에서

거듭납니다

저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 사람들 모여

이 세상을

아직 희망이게 합니다.


   엿새동안 세상만물을 다 만드시고 난 뒤에 마침내 그 모든 능력을 모두 모아서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의 손길이 새삼스럽습니다. ‘냉이꽃 한 송이도…’, ‘참나무 어린 잎 하나도…’ 제 속에서 거듭나는 그 숱한 봄을 지나면서도 나는 모르기도 했지만 모른 척 무심했던 내가 얼마나 안

   
타까우셨으면 하나님께서 친히 이 봄에 내가 사는 이 동산에 그 모든 봄꽃들, 여린 신록들 다 모이고 모여 모두 함께 제 속에서 거듭나는 생명의 축제를 열어 보이셨을까요!!! 생각할수록 그저 고맙고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아하, 시인은 내 자신을 죽이고 새삼 거듭나서 우리 다시 모이면 우리 사는 이 세상이 아직 희망이라고 노래하는데…… 그 희망찬 노래를 들으며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저리고 눈물만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


우리도

우리 자신 속에서

거듭납니다

저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 사람들 모여

이 세상을

아직 희망이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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