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인운하 연계개발 사업계획 조감도'앞에서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반 토막 난 펀드 때문에 가슴 아픈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빤히 손해 보는 길을 정부는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경기도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맞춰 '경기도 강변 살자'사업이 들어갔습니다. ‘경기도의 한강잇기’사업은 이름만 바뀐 대운하사업이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환경공사이고 팔당상수원을 포기하는 짓이라며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드높습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2조88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하여 공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인운하의 오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두렵다 

정부 정책을 보면서 답답하기에 경인운하 현장을 가보았습니다. 날은 흐렸고 바람은 찼습니다. 멀쩡히 땅 밑을 흐르던 수맥은 잘린 채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에서 강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지금 이 사회가 처한 풍경 같더군요. 이제 여기에 시멘트를 퍼붓고 배들이 떠다니겠죠.  

생태계파괴나 한반도의 앞날을 아무리 소리쳐도 지금 당장 손에 쥐는 것에 급급한 사람들은 귀를 막고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 하구는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나 도요새·큰기러기 등 다양한 철새들의 취식지입니다. 식물 166종, 어류 55종, 양서류 8종, 파충류 9종, 조류 152종, 포유류 13종 등 모두 428종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지만 콘크리트 아래 묻히고 말겠지요.  

경인운하는 인천 서구 시천동에서 시작해 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거쳐 2016년에 서울 용산까지 이어지는 뱃길입니다. 당연히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한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고 짠물이 되겠지요. 보나마나 한강 주변 생태계에 재난이 닥쳐오고 농민들에게 큰 피해가 미치겠죠. 뭐, 어쩔 수 있나요. 돈이 생기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라며 빙그레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 경제성을 따져보자, 손해지 않느냐, 라는 문제제기에도 모르쇠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30%나 손해 보는 공사라는 지적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경제성이 없으면 있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경인운하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창업하세요,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세요.  

인천시와 경기도는 이득이 되지 않는데 왜 밀어붙일까요. 경인운하 둘레 9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과 군사보호구역이어서 인천시는 이런 규제가 풀리고 개발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하고 있죠. 경기 김포시도 비슷한 처지라 인천시와 같은 내용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시절 “후손을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후손 일은 후손들이 걱정해야 할 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위정자들은 앞날을 내다보지 않고 잿밥에만 군침 흘리며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