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사회의 기독교적 반추


오늘 우리 사회는 혼돈과 긴장의 시간을 지내고 있다.

세계경제 불황에 대한 원인을 따져보기도 전에 그 한가운데서 기업도산, 취업난, 물가고, 낮은 생산력, 구인난, 양극화 등에 허덕이고 있다.

MB정부 들어서고 촛불에 이어 기독교와 불교간 종교간의 갈등이 대두되고, 보혁간, 남북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008년 말에 발표된 기윤실의 기독교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임에 놀람과 성찰을 하게 되었고, 2009년 들어와 우리사회는 연쇄살인과 용산참사로 시끄럽다. 이런 문제들의 근저에는 시대와 역사를 걸쳐 제기되어온 거대 담론들에 대한 상이한 인식과 토대 위에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됨에 기인한다. 더 근원적으로는 신과 인간, 개인과 민족과 사회, 평화와 정의 그리고 자유, 평등, 박애 등의 종교,철학적 인식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이들 모든 이슈들에 대한 논의는 부적절하며, 단지 우리사회를 보는 기독교적 관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민주주의가 하나님이 이기적인 인간에 허락한 가장 덜 나쁜 제도로 평가되며, 다만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차이로 자유/사회민주주 등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겪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자유를 강조한 자본주의와 평등에 초점을 둔 공산주의의 오랜 실험적 대치이후에 공산주의가 몰락했으나 핵심본질인 평등의 가치는 지금도 도처에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관련 성경으로 달라트 비유(마25:14-30)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성과지향의 가치를 제시한다는 주장이 있고, 반면에 서로 나누고 유무상통하는 초대교회의 전형(행4:32-35)에서 공산주의적 가치의 원형을 주장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눅10:36), 부자 청년의 비유(마 19:22),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눅 16:19-31) 등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섬김을 강조한 박애정신을 끌어오기도 한다.

우리사회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대응으로 몇 가지를 제안할 수 있다. 먼저, 예수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예수님의 산상수훈(마:5장)과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 7:12)란 황금률은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대원칙이다. 그리고 잃은 양 비유(눅15:4), 선한 사마리아 비유, 부자 청년의 비유 등에서 보듯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양과 염소의 비유(마25:32-46) 등에서와 같이 사랑의 실천을 이 세대 문제의 해답으로 다시 강조해야 한다. 둘째, 성경과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서로 나누고 유무상통하며 상생하는 초대교회의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셋째, 같은 논리이지만,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성경(sola script-xura), 오직 은혜(sola gratia)의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논의들을 구체적으로 현실 세계에 기반하여 연구하고 방향을 제시한 주요 연구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라인홀드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1892.6.21~ 1971. 6.1)와 존 롤스(John Rawls; 1921.2.21~2002.11.24)등에 의해 방법적, 제도적으로 구체화되고 강조되었다. 니버는 기독교적인 현실주의에 기초하여, 인간은 원죄로 인하여 '어둠의 자식'으로 태어나기 마련이라는 기독교적 인간관에 따라, 지상의 현실에서는 완전한 유토피아의 실현은 불가능하고, 어둠의 요소와 빛의 요소에서 빛의 요소가 더 많이 발현되도록 차선의 개선안을 추구하는 것이 그나마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보았다. 그는 이기적인 충동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개인은 사회 공동체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의 이기적 충동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개인적 도덕과 사회적 도덕이 양립하는 방향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변증법적 방안을 사용하였다. 개인의 윤리와 사회의 윤리는 같을 수 없고, 개인이 도덕적이라 하더라도 사회는 그 집단성에 의해 비도덕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비도덕적 사회의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적 강제력 역시 필요며, 그 실행은 비폭력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강제력은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는 도덕적 이상주의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니버의 사상은 후에 마틴 루터 킹 2세 목사와 본 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2.4~1945.4.9)등에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대의 도덕 철학자인 존 롤스는 공리주의자들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을 주장한다. 그는 정의론에서 임금이 한계생산물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에 비판적 견해를 보이며, 정의로운 소득 분배 정책을 생각함에 있어 사람들이 모여서 소득 분배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개인의 기본적 자유란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같은 정치적 자유, 언론과 집회의 자유,양심과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사유 재산권,등 기본권을 말한다. '평등한 자유의 원리'는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확보하기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식의 공리주의의 논리를 거부한다.(정의의 제1원칙:평등의 원칙). 그가 제시하는 제2의 정의의 원칙(차등/기회균등의 원칙)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특히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정당한 것이 된다(차등의 원칙). 소수자(강자)가 더 큰 이익을 취한다 해도 그로 인해 불운한 사람(약자)의 처지가 더 향상된다면 부정의한 것은 아니다.

부정의는 그보다 더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대 받을 수 있는 직책이나 지위는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공개 되어야 한다(기회균등의 원칙). 교육을 받을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면 재능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누구나 높은 지위나 직책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진다면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다른 차등적인 직위를 누린다 하더라도 부정의는 아니다. 따라서 롤스는 공공 정책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사회 최빈층의 복지를 증가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정책을 사용하더라도 최빈층의 복지를 증가시키는 조건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근거로 사회 구성원의 효용총합계를 최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리주의자에 비해 롤스는 최빈층에 보다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 소득 재분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8월 28일 오전 9시(한국 시간 오후 5시)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건강의사회적결정 요인위원회‘(Commission on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사고, 질병 외에도 불평등과 같은 사회 요인이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평등한 사회가 건강하다’는 결론을 제시하며, ‘불평등이 왜 현재 지구상에서 주요한 질병의 하나인지’ 수많은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75%(약 45억 명)는 건강하게 식생활을 유지하거나 좋은 주거 환경에서 살거나 안전한 작업장에서 일할 선택의 자유가 없다.

건강 정책과 보건 서비스는 중요하지만, 건강을 결정하는 근본 원인이 아니다. 보건 서비스는 다른 사회적 근본 요인의 영향으로 질병을 얻거나 불건강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구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아픈 사람을 구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건강을 ‘담보’하고 ‘상승’시키는 것이다. 이는 평등을 담보한 국가의 정책과 제도다.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은 그 자체만으로는 그 나라의 건강과 불평등을 완화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악화시킬 수도 있다. WHO의 주장은 명확하게도 모든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돈·권력·자원의 불평등한 분배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원회가 질병과 불평등의 '원인의 원인’(causes of causes)라고 부르는 것이다. WHO의 연구와 주장은 ‘건강한 사회에서 행복하게 오래 잘 살 수 있는 근원적 원인’에 대해 밝혀주고 있다.


우리사회는 오늘날 소위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국제금융의 구조붕괴와 그 영향으로 인한 경제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이윤동기와 타자보다 자기중심의 타당화와 그 제도적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제 우리 기독교인은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의 심장과 정신으로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금년 초 한 신년대담에서 정진석 추기경은 "나눔이 기적이다"란 취지의 말을 했다. 예수님이 행한 오병이어의 기적은 한 어린이가 자기가 먹으려 가져온 음식을 꺼내어 예수님께 드리고 이를 위해 기도하며 서로 나눌 때, 모두가 배불리 먹고 열 두 광주리나 남았다는 의미다. 초자연적인 사건도 가능하지만, 나만 위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고 내 것을 내어 남과 나눌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나눔'이 그 기적의 본질이라는 말씀이었다. "빵을 나 혼자 먹으면 물질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남과 나눌 때 빵은 영혼의 선물이 된다"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 생각난다. 김홍섭 기윤실 이사(인천기윤실 공동대표)

*이 글은 기윤실의 비전레터(http://trusti.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