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님은 무슨 주의자입니까? 우리는 간디의 한 유명한 일화를 기억한다.

간디가 한 시골을 방문하고 다니다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차를 타게 되었다. 기차를 타다 잘못하여 신발의 한 짝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기차는 이미 움직여서 그 떨어뜨린 신발을 주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간디는 나머지 한 신발을 벗어 던젔다. 다들 놀라서 말했다. “아니 왜 신발 한 짝마저 버리십니까 ?” 그 때 간디는 “ 한 짝의 신발로는 아무도 쓸 수 없으니 나머지 한 짝을 같이 버리면 짝 을 맞추어 누군가가 쓸 수 있게 되지 않겠소?” 하자 모두들 간디의 놀라운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얘기다.

간디의 다른 일화도 있다. 간디는 친구들의 권유로 런던의 한 교회에 가게 되었다. 다들 정장을 하고, 멋지게 차려 입고 교회를 들어가고 있었다. 간디도 그 교회를 들어가려고 교회 정문에 이르렀을 때 안내하는 사람들이 제지하였다. 간디는 사정을 얘기했으나 안내원은 “ 당신과 같이 깨끗하지 못한 옷과 꾀죄죄한 모습의 인도인은 성스러운 교회에 들어 갈수 없소”라며 제지하였다고 한다.

백인중심의 당신 런던 상류사회에 흑인에 가까운 피부색을 한 남루에 가까운 의복의 한 젊은 변호사를 당시의 교회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후 간디는 성경과 예수님은 인정하고 좋아했으나 교회와 그 제도는 좋아하지 않았고, 교회는 결국 간디를 크리스천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간디의 일화와 그의 이후의 행동들은 그의 인간과 동족에 대한 사랑이 깊게 묻어있다고 할 것이다. 외양과 형식보다 당시의 사회시스템보다 인간 본연의 가치와 생명의 존중 그리고 핍박받는 동족에 대한 뜨거운 그러나 냉철한 사랑을 읽게 된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내산에 40주야를 머물다 내려오니, 기다리다 지친 백성은 아론에게 부탁하여 금신을 만들어 절을 하게 된다. 진노하신 하나님은 이 백성을 다 멸하시려한다. 그 때 모세는 “모세가 여호와께로 다시 나아가 여짜오되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황금 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출32:31-32)”라고 절규한다.

모세는 이미 범죄한 백성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간절히 탄원한 결과 전 백성들을 다 진멸하려던 하나님의 뜻을 돌이켜 놓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징벌의 경감에 불과 했지 완전한 사면에 대한 약속을 얻어낸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모세는 이제 백성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온전한 사죄를 탄원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 성경에서는 '원하시면 용서하십시오' 혹은 '가능하면 용서하십시오'로 되어 있다(If you will, forgive).

이는 하나님께서는 능히 죄를 사해 주실 수 있는 권능자이시다는 점과 그러나 죄를 사해 주고 안 사해 주고는 전적으로 하나님 자신의 뜻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여기 주의 기록하신 책은 '생명책'으로도 표현되었다(시 56:8; 69:28; 139:16; 단 12:1; 빌 4:3; 계 3:5; 13:8; 17:8; 20:12). 시민 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등재된 자들만이 그 지방의 주민 또는 그 나라의 국민으로 인정되며 아울러 시민권이 보장되었던 당시의 풍습에서 따온 이 '생명책'이라는 말은 신약에서는 보다 영적인 의미를 지닌 개념으로 나타난다(빌 4:3; 계 3:5).

모세가 여기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라고 기도한 것은 책임을 회피했던 아론과 달리 자기 민족을 위해 생명까지 내놓을 만큼 투철한 책임 의식과 동포를 사랑하는 정신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롬9:1-3)“ 라고 쓰고 있다. 이는 바울 자신이 하나님과 분리되어 멸망당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실제로 자기 동족을 위해 저주를 받기를 원했는가? 이것은 모세와 같이 자기를 정말 하나님의 책에서 지워 버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사하여 달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자기 민족에 대한 사랑과 열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바울은 모세와 같이 자기 구원을 포기할 만큼 자기 동족을 사랑하고 있음을 유대인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실로 모세나 바울은 그 누구보다도 천국의 기쁨과 지옥의 고통을 잘 아는 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적인 생명까지 걸고서 그토록 간절히 중보기도 드리는 이유는 죄중에 죽어갈 저 무지하고 불쌍한 민족과 뭇 영혼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즉 불쌍한 영혼들에 대한 불타는 사랑이 지옥의 그 고통스런 불꽃(눅 16:24)까지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의 힘은 크고 위대하다.

오늘날 민족, 동족이란 말이 도전을 받고 있다. 물론 지나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 또는 타민족을 배타시하는 민족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정보 통신의 눈부신 발달로 세계화 되고 지구촌화 된 오늘에 민족이란 말은 퇴색한 이념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단이 우리들의 구조악이자 모든 시대 문제의 원인인 우리에게 민족의 문제는 다른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비스마르크에 의해 주도된 독일의 통일과 20세기 이데올로기의 극한 투쟁의 한가운데에서도 민족통일을 이룩해 낸 지금의 독일에게 민족이란 강인한 동질성과 주체성 더 나아가 한 언어, 역사, 전통 그리고 한 핏줄이라는 뿌리가 없었더라면 가능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오늘 우리는 빵 때문에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빵만으로 살수 없다고 외친 한 작가의 외침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마4:4)”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되뇌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그것들은 인간성, 자유, 평등, 민족, 사랑 등일 것이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의 출발점이다. 나의 자유 못지않게 남의 자유를 존중할 때 사회는 건강하다. 부익부 빈익빈과 이의 제도로서의 고착과 가난한 자를 멸시하는 사회를 예수님과 아모스와 많은 성현들이 질타하였다. 더 나아가 이웃을 사랑할 때 나의 사랑도 가능하고 담보되며, 하나님 사랑이 온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사도요한의 생각이다(요한1,4:12).

몇 년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간증하던 연변과기대 김진경 총장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시골 북한의 여러 곳을 방문하며 참담한 실상에 울다, 절망하다 가진 것 다 주고, 영하 수십도의 추운 겨운 농부의 벗은 발을 보며 마지막 남은 양말을 벗어 주니 그 농부가 “선상님! 추우신데 양말 신으세요. 우린 춥게 살아와서 견딜만 해요”하며 한사코 양말을 되물리더란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모택동주의, 스탈린주의, 김일성주석 교시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시는 선상님은 무슨 주의자 입니까?”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저는 아무주의도 없어요. 있다면 저는 예수주의자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족의 아픔을 위해 함께 목 놓아 울며 아낌없이 주고자 하는 마음은 어쩌면 생명책에서 자기의 이름을 제하여 달라고 하던 모세와 바울의 마음은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헐벗고 배고파 죽어가는 동포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정치적 계산으로 민족의 생명을 간과하며, 일상의 편함으로 약간의 희생도 아까와하는 우리는 진정 예수님의 제자인가?

잃어버린 한 짝의 신발에서 인간애를 보내며, 고상한 종교도 외모와 피부색으로 인간을 차별함을 인정할 수 없던 한 키 작은 허름한 옷의 간디, 그의 자유정신, 끝까지 민족의 통합을 열망했던 사타 그라하(眞理把持·Shata Graha)가 이 땅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