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방송법 개악을 우려하는 기독인들의 입장

우리 기독인 일동은 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언론 방송법을 개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무모한 시도가 언론,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아 큰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 합니다. 

1. 언론방송관련법 개정안과 핵심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어 있는 언론방송 법은 총 7개(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언론중재법, 전파법, 멀티미디어법, DTV전환법)입니다.

이 가운데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핵심 쟁점은

1) 방송법 : 방송사 지분 제한 규정을 변경하여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운영 참여를 전면 허용하고 방송법 시행령에 두었던 자산규모 10조원 미만 규정을 폐지함으로써 재벌의 방송 소유를 허용한 것

2) 신문법 : 신문·방송 겸영 금지 규정을 폐지한 것

3) 정보통신망법 :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한 것

4) 언론중재법 : 신문지원기관 통폐합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기관장 임면권, 언론진흥기금도 정부에서 임의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

5) 멀티미디어법 : 신문 방송 교차 소유와 지배주주 1인 소유제한 상향조정

6) DTV 전환법 : 외국 자본의 방송진출 허용 등입니다. 

이 중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업의 방송참여를 지분의 20%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신문기업의 방송 겸영을 허용하며, 케이블 방송에 보도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을 추가 혹은 신설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대기업(KT와 SKT, CJ 등)과 신문사(중앙일보의 J GOLF, 히스토리채널 등)는 케이블 방송, DMB, IPTV 등 뉴미디어 산업에 진출하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사실상의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상파 방송에 이들의 진출을 허용할 것인가’이고, 둘째, ‘이들에게 YTN 같은 뉴스전문채널, 또 드라마, 오락, 뉴스를 다 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할 것인가 입니다.

핵심 쟁점 중에서도 현재 가장 예민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은 주요 일간신문인 조/중/동이 방송법이 바뀐 뒤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하고, 케이블 방송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확보하면, SBS, KBS1.2, MBC, EBS에 이어 또 하나의 전국적인 방송채널을 갖게 될 가능성! 바로 그것입니다. 조/중/동은 기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절대적 여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에 추가하여 뉴스전문 채널, 특히 종합편성 채널을 가진다면, 이는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 통폐합 이상으로 여론 형성의 독점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2.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방송법은 정권과 보수 세력의 완전한 여론 장악 시도로 보입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KBS사장 교체를 강행하였고, YTN 사장에 대선특보인 구본홍씨를 내려 보냈으며,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최시중씨를 임명하였고, MBC에 대한 민영화 압박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권력의 방송 장악과정 중에도,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정병국의원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론이 독과점으로 가서는 저는 안 된다고 보거든요. 지상파 자체도 지금 독과점이라고 해서 많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과 같이 겸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라고 공개 발언한 바 있고,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나경원 의원은 MBC의 100분 토론에서 신문에게 지상파 방송까지 참여시키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공개 발언한 바 있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도 신문에게 “너무 종합 편성하는 이런 것들을 다 준다던가, 지상파 방송까지 할 수 있는 이런 것을 준다던가, 이런 것은 좀 곤란하다고 보구요." 라고 공개 발언함으로써 신문의 지상파 방송 참여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주무 부처에서는 공론 형성 과정에서는 신문의 방송참여와 종합편성채널 허용을 분명하게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별도의 논의나 합의 과정 없이 현재의 개정안을 상정한 후 그 통과를 위해 강행하고 있습니다.

사태의 이 같은 진전은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가 힘겹게 이루어온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의 본질을 훼손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악몽을 부활시키는 조치로 보여 질 뿐만 아니라, 그 의도가 재벌과 주요 신문에 뉴스편성권까지 부여하여 여론 형성을 권력과 기득권층의 구미에 맞게 획일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재 현 정부의 언론방송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핵심 쟁점인 대기업의 공중파 방송 진출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63.8%로 찬성한다는 의견 28.0%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신문의 공중파 방송 진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63.3%로 찬성한다는 27.7%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우리 기독인 일동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여론획일화 시도를,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온 건전한 시민들과 함께 깊이 우려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 합니다. 

3. 신문의 방송 겸영과 대기업의 방송진출이 고용을 창출하고 미래세대를 먹여 살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합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절대 다수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국민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방송법 개정을 포기하기 보다는 신성장 동력과 고용창출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여론을 역전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시도는 경제위기로부터 탈출하기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에 언론 방송법 개정을 편승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 특히 신문과 방송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특정 언어권역 인구가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을 결정합니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그 대상이 4500만으로 한정된 한국 사회이기 때문에, 16억의 중국 언어 권역이나 20억 명의 영어 권역을 대상으로 하는 영미 미디어 산업에 비하면, 시장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반도체나 조선업처럼 세계로 진출하여 다음 세대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SBS>가 설립된 후 20년 동안 창출한 고용 인력은 정규직·비정규직, 자회사까지 다 합쳐도 2천여 명이 채 안됩니다. “2004년 이후 방송시장이 연평균 10% 성장했지만 고용인원은 오히려 줄었으며, 한나라당 법안대로 규제를 완화하고 KISDI가 사용한 계산방식을 활용해 고용증가 여부를 산출할 경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 산업의 일자리가 1만2693개 증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3021개 줄어들었다”며 정부·여당의 일자리 창출효과 주장을 반박한 자료도 나와 있습니다(문종대 동국대 교수). 방송 규제를 완화시켜 국민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주장은, 그 화려한 수사만큼이나 근거가 빈약한 주장입니다. 

4. 정부와 한나라당에 드리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금은 정부, 여당 및 일부 편향된 계층만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할 때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합의할 수 있고, 미래의 성장 동력과 고용 창출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내어 그에 진력해 주기를 바라며, 전망이 불확실하고 논란이 가중되는 방송법 개정을 통한 경제 회생 시도는 중단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 자유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신문방송 겸영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거대한 언론매체가 출현하여 여론을 독점적으로 형성할 가능성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경우, 헌법재판소도 신문의 방송 겸영 금지를 합헌으로 인정한 바 있고, 신문과 방송이 불안정하게나마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해온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현재의 방송관련법을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법 개정 시도를 멈추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3) 우리 사회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권력이 신문이나 방송과 사투를 반복해온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은 양심과 전문성에 입각하여 권력에 대하여 우호적일 수도 있고 비판적일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언론과 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이 보장되고 유지되는 것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과 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중장기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가 언론과 방송을 관장하게 하고 정권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해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009년 2월 10일 

언론 방송법 개악을 우려하는 기독인 일동

강경민, 강도영, 강형구, 고상환, 구교형. 권미, 권연경, 길형준, 김경미, 김경천, 김기현, 김기정, 김동춘, 김동한, 김민선, 김명환, 김병로, 김선식, 김성욱, 김성학, 김세진, 김승무, 김승미, 김신곤, 김애희, 김영진, 김영환, 김유나, 김은석, 김인홍, 김정훈, 김종미, 김종환, 김종희, 김창일, 김하아람, 김한중, 김형국, 김형원, 김회권, 나원주, 나지윤, 남기업, 남오성, 문무, 문세진, 박득훈, 박운양, 박정석, 박종운, 박준규, 박태순, 박찬주, 박창수, 박철수, 방인성, 배기찬, 백인주, 백종국, 서형석, 성석환, 손기화, 손철화, 송광섭, 송봉진, 송현훈, 신기록, 안기홍, 안동규, 안종철, 양수빈, 양정지건, 양지영, 양진일, 양희송, 우상범, 우영호, 원재천, 윤찬우, 윤환철, 윤희윤, 음장복, 이건호, 이경석, 이광하, 이국운, 이문식, 이방욱, 이상석, 이성식, 이세훈, 이승균, 이승민, 이승희, 이용성, 이은창, 이재안, 이재웅, 이정현, 이종연, 이준철, 이지영, 임완철, 임왕성, 임재현, 장은덕, 장정욱, 장현갑, 전병길, 전재중, 정광덕, 정민규, 정민희, 정성규, 정운형, 정원식, 정윤주, 정지웅, 정진영, 정진웅, 정현구, 조정화, 조영민, 주건일, 주재일, 주재환, 진원명, 차은석, 최갑주, 최성욱, 최영신, 최은상, 최철호, 최호윤, 추유진, 표종록, 한경호, 한병선, 한승헌, 한원희, 허태욱, 황병구, 황영익 (이하143명)

이명박 정부의 언론·방송법 개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전형준 (단국대학교 연구교수, 언론학 전공) 

언론과 방송은 소통의 도구이다. 이를 통해 정부와 국민이 소통할 수 있고, 국민과 국민이 소통할 수 있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소통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한 민주사회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한 개의 언론사, 한 개의 방송사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과 시민들이 한 쪽에 치우친 시각과 목소리만 접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언론과 방송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있지만, 그 경제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언론과 방송의 본연의 역할인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크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이 준비한 언론·방송 관련 법 개정안들로 인해 지속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나온 문건 ‘미디어 개혁법안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근거로 내세우며 개정안들을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접근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서 언론과 방송이 차지하는 소통의 역할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들 법안은 무엇인지, 개정되는 내용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에 대해 어떠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지를 다룸으로써, 우리사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표1> 언론·방송 관련 개정 법안들

※ 언론중재법과 전파법은 1.13에 국회 통과. 위의 법안들 외에도,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DTV 특별법 등도 여야간 쟁점이나, 이 글에서는 가장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위의 법안들을 다룬다.  

법안들은 약칭하면,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DTV 특별법, 저작권법이다. 아래에서 그 하나하나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정보통신망법은 명시된 법의 목적이 ‘정보통신망의 이용 촉진’ 및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건전하고 안전한 이용환경 조성’이다. 이 세 가지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이다. 

첫 번째 목적인 정보통신망의 이용 촉진을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 등을 지원할 수 있고, 표준·인증 등에 관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번째 목적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개인정보를 수집, 관리, 이전, 파기 등에 있어서 엄격한 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목적에 대해서는 개정안에서 다루고 있지 않고,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과 관련된 제44조이다. 이 제44조는 ‘건전하고 안전한 이용환경 조성’의 목적과 관련된 조항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개정되는 내용의 주요 논점은 다음 표와 같다. 제44조5에서 바뀌는 것은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만이 안 되는 인터넷 사이트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일일 평균 이용자 10만 이하의 사이트들도 실명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표2> 정보통신망법 개정사항 신·구 조문 대조

제44조의7에서 바뀌는 것은 유통 제한 대상이 되는 정보에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하는 정보”가 추가되는 점이다. 제70조의 벌칙이 이와 연결돼 있는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모욕죄’에 대해서는 형법 제311조에 언급이 돼 있다. 형법에서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는데, 바로 밑의 제312조를 보면 이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진행할 수 있는 친고죄이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고소권자의 고소 없이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이다.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명예훼손죄 등에 적용되는데,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의 의사표시 없이도 검사가 공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소·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와 구별된다. 간단히 요약하면, 사이버모욕이 오프라인모욕보다 공소 가능성 및 형량 면에서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공공연하게”와 “공연히”가 유사하다고 보았다. 참고로, 상식 수준은 넘어선 법률적 용어의 특별한 의미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수준을 넘어선다) 또한, 특정한 개인이 모욕을 느꼈는지의 여부를 검찰이 판단한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법은 명시된 법의 목적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이며,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이다.  

방송법 개정안의 주요 논점은 대기업, 기존 신문·통신, 외국 자본의 지분 소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인데, <표3>과 같다. 이중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지상파방송이다. 현행 법으로는 대기업이나 신문·통신은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 3곳이 각각 20%씩 지분을 소유하면, 이 세 기업이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 채널의 대기업·신문·통신 소유도 현재는 금지돼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가능하다. 이들 방송의 소유 지분이 논의의 핵심이 되는 것은 방송법 개정이 여론의 다양성 확보, 즉 정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문이 여론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신문이 살아야 하고, 지금 현재 어려운 신문의 형편을 고려하면, 신문의 방송진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도 있다.  

<표3> 방송법 개정사항

방송법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논점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과 우리의 비교이다. 개정안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에 따라 인용하고 강조하는 자료가 다른데, OECD 사무총장의 책임하에 나온 자료인 Communications Outlook 2007을 참조하면, <표4>와 같다.  

<표4> 외국의 미디어 교차 소유 제한 규정 사례

c.f. OECD Communications Outlook 2007, pp. 202-206 

이 표를 보면, 각 국은 미디어 교차 소유에 대해 자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교차 소유를 전면 금지한 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각국의 복잡한 미디어 환경과 규제를 일목요연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고, 아래에 인용한 Communications Outlook 2007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각국의 규제와 우리나라의 규제를 비교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외국자본의 소유제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정안에서도 지상파 TV의 외국자본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지상파의 발전에 경제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면, 굳이 외국자본을 전면 규제하기보다는 20% 선에서 허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니라, 개정안이 철저히 경제적 동기로만 이루어져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신문법은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발행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언론의 자유신장’과 ‘민주적인 여론형성’ 및 ‘국민의 복리증진’이며, 아울러 ‘언론의 건전한 발전’ 및 ‘독자의 권익보호’에도 기여하기 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문법의 주요 쟁점도 미디어 교차 소유에 관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에는 현행 신문법에 있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삭제됐다.  

제15조 (겸영금지 등) ②일간신문과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의 규정에 의한 뉴스통신(이하 "뉴스통신"이라 한다)은 상호 겸영할 수 없으며, 방송법에 의한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이하 "방송사업"이라 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겸영할 수 없다. ③일간신문·뉴스통신 또는 방송사업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는 자(대통령령이 정하는 동일계열의 기업이 소유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는 다른 일간신문 또는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다. 

겸영금지 조항의 이와 같은 삭제에 대해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여론의 다양성 측면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현재 방송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러한 방송의 여론 독점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현재 신문이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방송까지 신문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면 여론의 독점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측, 핵심 이슈중 하나인 미디어 겸영 문제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개정안에 대한 의미 부여가 다른 상황이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 및 인접권을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하여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고자 하는 법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제133조의2인데, 이 조항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올리면 해당 네티즌에게 경고를 하고, 해당 불법 복제물을 삭제 또는 전송 중단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일이 한 게시판에서 세 차례 일어날 경우, 정부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게시판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133조의2(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복제물의 삭제명령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복제물 또는 정보,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는 프로그램 또는 정보(이하 “불법복제물등”이라 한다)가 전송되는 경우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것을 명할 수 있다. 1. 불법복제물등의 복제ㆍ전송자에 대한 경고 2. 불법복제물등의 삭제 또는 전송 중단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제1호에 따른 경고를 받은 복제ㆍ전송자가 반복적으로 불법복제물등을 전송한 경우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해당 복제ㆍ전송자의 계정(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를 식별ㆍ관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이용권한 계좌를 말하며, 해당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부여한 다른 계정을 포함한다)을 정지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른 명령을 받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해당 복제ㆍ전송자의 계정을 정지하기 7일 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계정이 정지된다는 사실을 해당 복제ㆍ전송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④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정보통신망에 개설된 게시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9호의 게시판을 말한다. 이하 같다)중 제1항제2호의 명령이 3회 이상 내려진 게시판으로서 해당 게시판의 형태, 게시되는 복제물의 양이나 성격 등에 비추어 해당 게시판이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해당 게시판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하는 사이트든, 수백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든 세 명의 저작권법 위반자만 나오면 해당 게시판이 폐쇄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보수단체든 진보단체든 자신들이 맘에 들지 않는 게시판에 의도적으로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촉하는 위원들로 구성되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게시판을 최대 1년간 폐쇄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정부가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돼, 사실상 인터넷이 정부에 의해 장악될 우려가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짧게나마 미디어 관련 법 개정안들의 핵심 논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포털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여서 익명으로 운영되던 게시판들이 실명으로 전환되는 것과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정보를 인터넷에 게재하는 것이 오프라인에서 그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보다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강화됨으로써, 행정기관에 더 큰 공소권이 주어지는 측면을 보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모르는 사이, 어느 사람이 인터넷에 나를 모욕하는 글을 올리고, 이어서 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법 역시 처벌이 강화되는 특징이 있다. 게시판의 규모에 비례하지 않고, 삼진아웃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게시판이 상대적으로 저작권법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미디어법이 근본적으로 소통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소통이 활발한 큰 게시판이 더욱 큰 소통단절의 위험에 취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이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정부에 의해 위촉된 위원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정부에 의한 인터넷 심의라고도 인식될 수 있다.  

방송법과 언론법에서는 미디어간 겸영 및 외국자본의 지분 제한이 주요 논점이었다. 미디어법의 지지자들이 미디어산업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디어간 겸영에 대한 규제가 풀어지면 더 많은 자본이 미디어 산업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와 우리의 개정안을 비교해 보면, 우리 개정안은 외국에 비해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에는 인색하면서, 내부 개방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조중동은 이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고, MBC와 경향, 한겨레 신문은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송법·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이러한 지형은 그것이 그대로 우리 언론의 정치적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에 따라 조중동이 여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도 하고, MBC를 비롯한 방송이 여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도 하는데, 이렇게 서로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03년 이후 미국 FCC(연방 커뮤니케이션 위원회)는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2004년 미국 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FCC의 개정안에 자의적인 면이 있고,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검토된 것으로 봤다는 해석이다.  

그후 FCC는 2년간 6차례에 걸친 전국적인 공청회와 10개의 연구조사를 통해 2003년 안보다 후퇴한 개정안을 제시했으나, 의회와 시민들이 여론의 다양성을 헤친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개정안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 추천으로 FCC 위원이 된 아델스틴은 “위성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지금 300개 채널이 있음에도 과거만큼 다양성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소수의 기업이 많은 채널, 특히 시청자들이 보길 원하는 채널들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언론환경을 지배하는 기업은 5개 내지 6개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가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개정법안 지지자들은 헌재가 단서로서 ‘미디어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 측면에서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이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미디어환경의 변화와는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럽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우리는 교량과 백화점에서 그것을 확인한 바 있다. 튼튼하게 짓는다면 빨리빨리 짓는 것이 좋지만, 허술하게 짓는다면 빨리빨리하자는 것이 의미가 퇴색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최근에 열린 포럼에 대한 기사를 보면, 언론학자들 사이에 이러한 신중론이 많다. 충분한 논의를 한 후에, 부작용에 대해서도 철저히 고려한 미디어 개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