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22:10~21(2)

• 까맣게 되어 타 들어가는 연분홍빛 처음 사랑

그러던 어느날 이 청년, 어느새 상대방 아가씨의 메일에 대한 반응이 그 아가씨를 연모하는 마음으로 변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마음을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쓰고 지우고...쓰고 지우고... 그러다가 잘 된 문장들만 모으고 뽑아서 메일로 발송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영원히 한 길을 걷고 싶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일종의 프러포즈였던 것이죠.

그런데, 그만 그 일로 인해서 애간장이 타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찌 된 일이냐면서 계속 애타는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심장 녹아내리는 듯한 애절함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간단하게 ‘오늘도 건강하게 일 잘했느냐, 나도 건강하게 잘 있다’는 식의 찬바람 부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벌써 몇 주째 더 이상 진전도 없이 그런 식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어느 날부터는 더 이상 보낸 메일을 열어 보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젠 기계농업이고 뭐고 간에 얼굴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더군다나 전화번호조차 모르는 상대방 여자 때문에, 단지 그 아가씨에 대해 아는 것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메일 발송 닉네임이 ‘은빛**’라는 것, 그 두 가지 뿐인데 상황에 진전이 없자 병나서 드러누울 판이 된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당신과 함께 영원히 한 길을 걷고 싶다”는 내용... 처녀 총각 사이에서 얼마든지 오고갈 수 있는 내용인데... 그 아가씨 혹시 유부녀였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만나자고 하니까 피하는 것 아닐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끙끙 앓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그런 것인지 이유나 속시원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메일을 보낸 후 마음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한 번만 만나고 싶다고, 한 번 만난 후에는 원하지 않으신다면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원하신다면 더 이상 메일도 보내지 않겠노라고 약속하면서 비장한 마음으로 마지막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역시 몇 일이 지나도록 답장은 커녕 보낸 메일을 열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메일 수신 여부를 확인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대체 자기가 지금 왜 이 지경이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향한 자기의 모습이 한심스럽게 느껴졌지만 전혀 자신을 추수릴 수가 없었습니다. 갖은 상상 다 해봤지만 답변 메일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울적하고 시무룩해지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보름쯤 지났을까...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 아가씨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가슴에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가슴을 진정시켜 가며 겨우겨우 메일을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고 숨을 죽여가며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습니다. 그 동안 미안했다고... 그리고 이번에도 또 상대방 남자에게 버림받고 마음에 상처받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니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의 꿈’이라는 분이 보내 준 사진들을 보면서 좋은 추억을 갖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좋은 분이란 것도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자기는 만족하다면서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를 주~욱 써 내렸습니다.


•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기에... ‘나는 다르다’ 주장

그녀는 27살, 특수 교육 전공, 현재 장애 아동 시설 교사... 여기까지는.... 웬만하면 얼굴 한 번 못봤어도 모든 총각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꽃다발 들고 달려갈 이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 다음은 이러했습니다. 특수 교육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으며 초등학교 때에는 뜨거운 물에 얼굴을 데어 지금은 늘 커다란 안경을 끼고 다니는 장애자라서 장애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특수 교육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장애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메일을 주고 받던 남자들이 만나자고 했을 때 아무 생각없이 만났다가 자기의 모습을 보고 놀란 남자들이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깊은 상처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의 꿈’과 같은 분이 만나자고 하면 그것으로 아름다운 기억을 마감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니 그 점 이해하시고 앞으로 훌륭한 꿈을 이루시길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 연분홍빛 처음 사랑으로 자신을 구별했기에...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 총각은 그만 더 더욱 애절해지고 말았습니다. 더욱 더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소아마비에 화상입은 얼굴이면 어떻냐, 자신의 그런 처지를 조금도 비관하지 않고 장애 시설에서 자기가 당했던 아픔을 곱씹으며 봉사하는 모습이 바로 천사의 모습이 아니겠느냐... 그녀가 나를 받아만 준다면, 부모님의 반대는 내가 알아서 한다... 설령 자신의 이런 마음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그녀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만 있다면 평생에 큰 힘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질게 단단히 결심을 하고는 만나고 싶다고, 다른 남자들과 나는 다르다면서 자기의 지금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아주 아주 자세하게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통했는지 아가씨는 다시 한 번 마음에 상처받길 각오하고 청년이 일하는 동네의 초등학교 운동장 시이소가 있는 나무 아래 벤치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며칠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이 왔습니다. 다리를 절면서 큰 안경을 끼고 운동장으로 들어 올 아가씨를 기다리기 위해 그는 약속시간 보다 한시간 빠르게 나가서 기다렸습니다. 아... 그런데 약속된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도무지 나타나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고 있었습니다.

외모 때문에 상처받은 여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끝내 만나지 못하고 마나보다 생각하면서 벤치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벤치에서 일어나 교문 밖으로 가려고 하는데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어떤 여자가 교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오더니 혹시 이메일 닉네임이 ‘**의 꿈’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약속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기다리던 아가씨가 오지 않아 울적해진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무룩해진 채 그렇다고 하면서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미안하다면서 이메일 닉네임, ‘은빛**’가 왔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총각, 그 말을 듣자마다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러냐면서 생일선물 받은 어린애처럼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쿵덩거리는 가슴을 힘겹게 억누르며 그 여자 분은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다리가 몹시 불편하기 때문에 걸을 때 심하게 다리를 전다고 했는데 여기 이 촌농네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피곤하겠느냐며 지금 어디서 쉬고 있는지 빨리 가르쳐달라고 숨도 쉬지 않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의 질문에 여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은빛**’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좀 빨리 갈 수 없겠느냐고 재촉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멈칫거리고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급한 마음에 ‘은빛**’란 여자 분과 같이 오셨다니 잘 아시겠지만 그 여자 분은 다리가 몹시 불편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굉장히 힘들게 왔을 것이라며 어디서 쉬고 있는지 좀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다시 한 번 재촉했습니다.

그 때에 여자가 생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은빛**가 왔다’고 했지 ‘은빛**와 같이 왔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총각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그 아가씨, 조금은 짖굿게 그렇지만,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안해요. 그 동안 메일을 주고받던 남자 분들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의 꿈’님에게 했던 대로 했었어요. 그랬더니 만나자고 했던 남자들 모두가 더 이상 연락도 하지 않고 메일도 바로 끊더군요. 그런데, ‘**의 꿈’님은 다른 남자 분들과는 달랐어요. 그래서 이렇게 나오게 됐어요. 사실, 아까부터 ‘**의 꿈’님을 교문밖에서 보고 있었어요.”

“.....”


• ‘임’향한 일편단심, 끝까지 갖고 있어야 할 ‘임’ 만나기 위한 믿음의 모습

과연, 그는 여느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상대방 아가씨의 외모에 대한 메일을 읽고 난 후에는 연분홍빛 처음 사랑의 감정이 오히려 더 깊어졌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다른 남자들과 구별되게 하는 분기점이 되었던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아가씨와의 만남에 충실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큰 기쁨 가운데 아주 뜻밖의 감동적인 만남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임향한 일편단심’은 ‘다시 오겠다’는 약속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가 버린다고 할지라도 주님을 향해 처음 가졌던 그 마음을 변치 않고 꿋꿋하게 갖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 아무리 영향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 믿음 절대 요동치 않고 처음 주님을 만났을 때 가졌던 그 은혜와 감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주님이 하신 약속이 이뤄지길 바라며 기다리는 믿음을 ‘임’께서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주님이 하신 약속 한마디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믿음생활을 하는 신앙인들의 참다운 믿음의 모습인 겁니다.


그러므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셨던 우리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임’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예언의 말씀을 나누며 묵상하며 삶속에서 ‘임’을 증거하는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또, ‘임’그리는 처음 마음 영원히 변치 말고 ‘임’이 오실 때까지 절개있는 ‘일편단심의 신앙’을 통해 임맞는 모습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셔서 준비된 복을 넉넉히 감당하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주님의 약속 한마디에 모든 희망을 걸고 믿음생활을 하는 하나님이 백성된 저와 여러분의 삶속에 약속이 이뤄지는 큰 기쁨이 넘쳐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반드시 그런 복을 받게 되시길, 틀림없이 다시 오실 그리스도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예화 탁본설교
탁본이란 비석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 따위를 한지와 같은 탁본용 종이로 떠내는 것을 말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예화 탁본설교”란 통상적인 예화설교와는 다르다. 예화설교는 예화의 중심내용이나 예화가 주는 예화자체의 교훈을 강조하고 드러냄으로서 설교자가 선포하려는 본문의 교훈이 간접적으로 증거되도록 하는 설교의 한 방법이다. 이 때 본문은 예화를 뒷받침하는 이차적인 위치에 선다.

그러나 “예화 탁본설교”는 성서본문 중에서 전달하려는 교훈이나 진리를 마치 원하는 부분을 탁본하여 떠내듯 하는 설교의 한 방법으로서 전하기를 원하는 교훈, 선포하기를 원하는 진리, 또는 삶에 필요한 말씀 등을 적절하게 제시하기 위하여 ‘예화를 마치 탁본용 종이나 한지처럼 사용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러므로 “예화 탁본설교”는 사용하려는 예화가 어떤 종류의 글이든 상관없이 성서본문에서 떠내고자 하는 영적인 교훈, 진리, 중요한 사상 등을 무리없이 떠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예화가 말하는 예화자체의 중심교훈과는 무관하게 설교자는 예화를 탁본용 종이처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화의 길이나 이야기의 양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부분을 탁본할 것이냐에 따라 탁본대상을 덮고 있는 종이의 위치만 눌러 주면 되는 것처럼 ‘예화 탁본설교“에 사용되는 예화는 그 길이나 내용의 양에 상관없이 떠내기를 원하는 본문의 진리만 떠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본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탁본용 종이의 현재상태와 종이의 질이다. 탁본용지의 현재상태와 용지의 질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 선명하게 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화 탁본설교“에 사용되는 예화는 떠내고자 하는 본문의 교훈이나 성서의 진리들을 제대로 떠낼 수 있는 질높은 예화인지가 설교자에 의해 세심하게 감별되어 가장 적합한 탁본용 종이 역할을 할 수 있겠는지의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예화를 이와 같이 사용하여 특정한 진리를 떠내듯 하는 “예화 탁본설교”는 성서의 진리나 본문의 교훈을 좀 더 잘 부각시키기 위해 설교 중에 설명용으로 사용하는 “예화들기”와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