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으면 대략 1시간 이내에 자택 또는 병원에 도착을 합니다.

장례식장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가면서 상세한 장례절차를 짜주며 유족들이 해야 할 일 등을 설명하며 호상 역할을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본 필자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가족 구성원들간의 종교적 성향인데 약 1-3시간정도 안에 가리마를 터주지 않으면 일이 복잡하게 진행되며 장례기간동안 가족들간에 불화가 있음을 매번 지켜봅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례를 들어봅니다.

청주의 어느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연락을 받고 도착하여 가족들과 상담을 하니 돌아가신 부친과 살아계신 모친은 장로교인이고 다른 가족은 교회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족들의 다른 친.인척 모두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으며 교회에 대한 생각은 약간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그동안 다른곳에서 지켜 본 교인들의 장례절차에 불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인의 사촌이 나서서 장례를 주관하는데 이미 운명하시고 난 즉시부터 교회의 개입을 불허하기로 하여 집안 분위기대로 유교적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는가 봅니다.

제단에 음식을 차리고 술 한잔 부어 올리고 모든 유족들이 예를 갖추어 장례의 초입에 들어섭니다.

그래도 교회측에 알려서 고인과 신앙의 공동체를 이뤘던 교인들이 있는데 교회측에 연락을 하시는 것도 교회에 대한 도리임을 설명하니 교회에 연락을 합니다.

이때 본 필자가 주지 시키기를 교회측에서 장례를 교회식으로 진행 할 것이지, 아니면 조문만 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선까지 맡아서 해 주실 것인지를 물어보시고 장례절차를 위하여 상의할 부분이 있으니 담임목사를 필자와 꼭 만나게 해달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염려대로 교회측은 주일성수를 이유로 4일장이나 2일장을 요구하였고 유족측[사촌]은 2일장은 쌍놈들이나 하는 짓이니 3일장을 하겠다는 주장이며 4일장을 하려면 차라리 5일장을 할 것이니 교회측은 간섭하지 말고 당장 나가 달라는 식입니다.

대여섯명의 교인들은 빈소 옆 조문객실에 앉아 약 2시간동안 떠나지 않고 낭패의 모습을 보이더니 잠시 후 여럿의 장로들이 들어옵니다.

가족들이 항의하면 거의가 인사만 하고 예를 갖춘 후 가족들이 알아서 하도록 물러나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청주지역 노회의 수장겪인 목사까지 동원을 했습니다.

사촌이 필자를 부르더니 자문을 청합니다.

“ 양쪽 의견이 모두 맞는 말입니다.

가족간 서열의 확인, 질서의 확인 등이 숨어있는 절차인데 교회측의 생각은 교인을 그냥 보내드리기에 서운해서 그런것 같은데 내일 입관[금요일] 예배까지만 부탁한다고 하고 나머지는 관여치 말라고 말하세요.“ 라고 첨언합니다.

낭패를 본 교회측은 일단 물러난 뒤 저녁에 다시 오기로 합니다.

필자는 수석장로쯤 되어 보이는 분을 살짝 불러 내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합니다.

“장로님, 만약에 교회측의 주장을 받아 들인다면 장례 후 이 집안은 교회 때문에 고인형제분과 유가족들이 엄청나게 싸울 것이며 형제간의 우애는 모두 사라질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은 교회측에서도 바라지 않을 것 같으니 너무 믿임이나 신앙을 내세워 친,인척들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덕”을 쌓는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여기에서 스님을 불러 염불을 하고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한들 돌아가신 분의 영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겁니다 .“ 라고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담임목사가 예배 집례로 일요일 참석이 불가능하다면 부목사 또는 장로를 보내 집례케 하던지

둘째 : 금요일 입관예배까지만 참여를 해 주던지

셋째 : 교회측은 지금부터 철수하여 개입하지 말던지.

이렇게 세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목사와 교인들이 물려와 예배를 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 발인을 오후로 미뤄주십시오.

11시 예배 후 전 교인들이 장례식장에 와서 점심을 먹은 후 모두 함께 장지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할렐루야~~~·

내가 이 맛에 이 짓거리 하며 밥 먹고 산답니다.

그 시간부터 그 초상집은 분위기가 바뀌어 잔치집처럼 웃음이 있었으며 필자는 오랜만에 두둑한 노자 돈과 한잔 술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