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만든 프랑스 뤽 베송이 제작하고 올리비에 메가통이 감독한 영화, <트랜스포터: 라스트미션(이하 <라스트미션>)>은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남자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프랭크 마틴 역을 하는 제이슨 스타뎀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잡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시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때론 안타까울 정도다. 영화 평론가 강병진이 말했듯, “남자는 근육, 남자는 슈트, 남자는 운전, 남자는 싸움”이란 공식을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하는 제이슨 스타뎀, 그를 충견처럼 따라다니는 카메라맨, 이것이 <라스트미션>이 100분간 한 일이다.

마초 콤플렉스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 “남자는 근육, 남자는 슈트, 남자는 운전, 남자는 싸움”이란 공식을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하는 제이슨 스타뎀, 그를 충견처럼 따라다니는 카메라맨, 이것이 <라스트미션>이 100분간 한 일이다.

‘위키백과사전’은 마초를 이렇게 풀이한다.

“마초는 스페인어 machismo에서 온 명사이며 지나친 남자다움을 이야기한다. 스페인어로 macho는 때때로 용기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마초의 범위는 다양하다. 좀 더 극적인 남자다움을 보여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남성으로의 권리가 위험한 모험을 즐기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여성들은 집안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여 때때로 가정 폭력의 원인이 된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사는 걸 일컬어, ‘마초 콤플렉스’라고 한다. 영화를 제작한 뤽 베송은 물론, 감독인 올리비에 메가통, 또 주연인 제이슨 스타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 주인공 프랭크 마틴이야말로 완벽한 ‘마초’다.

그냥 ‘남자다움’이나 ‘용감한 사나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그가 가면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 그의 발이 무기고 팔이 무기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라 할지라도 그의 팔과 다리가 닿는다면 걱정할 게 없다. 영화는 프랭크 마틴에서 시작하여 프랭크 마틴으로 마친다.

프랭크가 옷을 벗어젖히면 그게 트렌드다. 그가 슈트를 걸치고 있으면 그게 트렌드다. 차가 가옥의 벽을 뚫고 들어와도, 달리는 기차 위로 뛰어들어도, 기차꽁무니 속으로 쳐들어와도 위대한 마초는 살아있다. 살아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그의 특유의 무기들인 팔과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여댄다.

그러면서 적들은 하나하나 널브러진다. 달리는 차 속으로 돌진하는가 하면, 물속 깊이 강하한 자동차의 바퀴에서 공기를 빼 마시고 그 자동차와 함께 부상(浮上)한다. 여전히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죽을 수가 없다. 그는 마초니까. 그와 함께 끔찍이도 아끼는 자동차(아우디) 역시 건재하다. 물속에 빠졌다가도 지상을 너끈히 제 속력으로 질주하니까.

마초는 믿을만하다

▲ 차가 가옥의 벽을 뚫고 들어와도, 달리는 기차 위로 뛰어들어도, 기차꽁무니 속으로 쳐들어와도 위대한 마초는 살아있다.

마초는 근육맨이다. 마초는 스피드광이다. 마초는 백전백승이다. 마초는 여자를 다룰 줄 안다. 마초는 믿음직하다. 마초는 정의롭다. 영화에서 프랭크 마틴이 보여주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가 그렇게도 아끼는 자동차와 10m 이상 떨어지기만 하면 ‘꽝!’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지근거리가 아니면 안 되는 자동차와 주인공의 거리,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우리에게도 편리했다가 때론 짐이 되는 것은 없을까. 프랭크에게 자동차는 그런 거다. 추격전이 거의 대부분인 영화에서 자동차가 없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때로 자동차는 짐이다.

자동차와 공생해야 하는 주인공은 다행히 자동차를 자기 몸만큼 사랑한다. 혹자는 영화가 아우디 선전을 하고 있다고 광분하기도 한다. 과언이 아니다. 마초 주인공 못지않게 아우디 자동차 역시 마초스러우니까(?). 질 줄 모르는 마초 주인공과 꺼질 줄 모르는 엔진을 가진 자동차는 닮았다.

2편인 <트랜스포터: 익스트림>이 우아하고 세련되었다면 그 후편인 <라스트미션>은 스피디하고 격렬하다. 유럽을 가로질러 금방 미국으로 달려간다. 할리우드가 가진 빠르고 격한 액션이 스피디하게 작렬한다. 관객의 쾌감 또한 진하게 다가온다. 좀 엉성한 부분들이 없지 않지만 그럴 때마다 그 특유의 스피드가 넉넉히 커버한다.

하지만 너무 믿을만한 프랭크 마틴에 집중하다보니 ‘단순무식’ 쪽으로 흐른다. 물론 그가 머리를 안 쓴다는 말로 오해하면 안 된다. 머리를 그리 잘 쓰지는 않더라도 전혀 개념 없이 액션에 몰입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의 정도를 걷는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정말 마초는 믿음직하다. ‘손목에 채워진 시한폭탄, 차에서 10m이상 떨어지지 마라!’라는 명령에 충실하면서도 어떻게 그리 정의로울까. ‘정해진 자신의 룰에 따라 완벽하게 운반하는 전문 트랜스포터 프랭크 마틴’, 과연 시놉시스가 뱉어놓은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런 믿음직한 운반자 어디 없을까. 민의를 배달하라는 명령을 받은 국회의원 나리들은 딴 나라 사람들 같고, 경제 살린다고 독재도 좋고, 식민지도 좋고, 뭐든지 좋다고 외치는 높은 분은 산 생명도 불구덩이로 넣고 있는 이 시대에.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프랭크는 발렌티나(나탈리아 루다코바 분)를 무사히 운반한다. 어디, 프랭크 마틴을 꼭 빼닮은 믿음직스런 전문 배달꾼은 없을까?

<트랜스포터: 라스트미션> 올리비에 메가통 감독, 제이슨 스타뎀, 로버트 네퍼 주연, 유로파 콥 제작, (주)시너지 배급, 2009년 1월 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