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하루 전날인 당당뉴스와의 인터뷰 ⓒ 2008.10.29

[매일아침 1분] 들어가는 글

흔히 목사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자기 고백을 ‘소명(召命)’이라고 합니다. 결단 이전에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 먼저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기에 성공과 실패는 남이 평가하기 전에 내가 먼저 깨닫게 됩니다. 그 부르심에 대한 울림과 응답의 떨림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의 삶은 가히 성공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머뭇거리게 됩니다. 갓 스무 살에 신학교에 입학한 후 은퇴를 앞둔 지금까지 한결같은 길을 성역(聖役)으로 자부하고 뛰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존재의 울림과 떨림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평가는 오직 하나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이름의 높이와 명예의 넓이가 아닙니다. 다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내가 그 사랑을 여전히 간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실패작일망정 의미가 있다면 반면교사의 역할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글 모음은 지난 4년간 내가 감독회장으로서 글로, 말로, 몸으로 나눈 이야기들입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달고 속편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물음이 넘치는 시대에 궁리가 많은 이들이나, 길을 묻는 이들에게 구김이 많은 낡은 지도 한 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멘토가 된다는 것은 차마 어불성설이라 하겠습니다. 멘토의 중심과 무게가 얼마나 귀한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멘토를 한 분 꼽으라면 장모님을 들고 싶습니다. 장가들고 40년 동안 함께 살았으니 아내의 어머니 이전에 내 어머니가 되신 분입니다. 나는 늘 장모님에 대해 내 목회의 절반을 하셨다고 자랑 삼아 이야기합니다. 그 표정과 말씨, 기분은 바로 우리 집의 분위기였고, 나를 언제나 백년손님 대하듯 하시는 진중함을 통해 나는 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집안의 체온계요, 문밖의 풍향계였던 분이십니다.

내가 누리는 지금의 행복도 그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목사로서는 모자랐지만, 행복한 목사가 되는 데는 과분함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비결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덕분입니다. 그들은 내 확장된 피부요, 내 인생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입니다.

▲ <<매일아침 1분>>           신경하 지음 / 2008.10.20 은행나무 발행

▲ 아펜셀러기념교회를 방문하여 설교하는 신경하 목사 ⓒ 이필완

▲ 신경하 목사 부부는 퇴임 후 호남선교연회 관리자 원형수 목사 부부의 안내로 호남지역 교회를 계속 순방한다. 아펜젤러기념교회(임춘희 목사)에서 ⓒ 이필완 2008.1.16

나를 가꾸는 1분(1)
시간의 의미

새로운 주간지 창간을 준비하던 헨리 투스(Henry Tooth)는 잡지 이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그는 속절없이 지나가 버리는 하루하루를 단 한 마디로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말을 찾고자 했습니다. 마침내 결정했고 그 이름값으로 크게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 잡지가 바로 《타임》입니다.

시간은 무엇일까요? 어린아이라도 지금이 몇 시냐고 물으면 대답할 줄 압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라도 ‘시간’이라는 그 자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은 말했습니다.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만일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묻는 자가 있어서 그에게 시간을 설명하려고 하면 나는 모릅니다.”
시간은 인류에게나, 혹은 모든 사람 각각에게 가장 구체적인 신비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능력은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발견하려는 데서 나온다.
생활 그 자체도 신비일 수 있고, 신비도 생활 속에 존재하게 마련이다.”

▲ 총회 하루 전날, 채현기 목사와 함께 신경하 감독회장을 방문, 오랜 시간의 인터뷰를 하였다. 신경하 목사는 감독회장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 이필완 2008.11.29